대출 받더라도 원리금 꾸준히 갚으면 ↑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내 신용등급은 과연 몇 등급일까?” 예전에는 무심코 클릭한 개인 신용등급 조회가 한순간에 등급을 떨어뜨리는 반작용으로 이어지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본인의 신용등급을 조회하는 것만으로는 등급이 떨어지지 않는 시대가 됐다. 그보다는 연체 여부나 부채 수준이 등급 산정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하고 있다. 자신의 신뢰도를 1~10까지의 숫자로 나타내는 개인 신용등급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다뤄봤다.


 

연체 여부ㆍ부채 수준 따라 산정…조회와는 무관
소득ㆍ재산 규모 비해 낮으면 이의 제기도 가능

신용카드를 쓰거나 대출을 받는 등 직접적인 금융거래는 물론 휴대폰을 개통하거나 자동차를 할부로 구입하는 등 일상생활의 광범위한 곳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개인 신용등급이다.

개인의 신용등급을 결정짓는 것은 소득이나 예ㆍ적금보다는 연체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만약 신용카드 결제대금을 미납했거나 대출금 이자를 제때 내지 않았다면 이는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지름길이다. 물론 소득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빚도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반대로 대출을 받더라도 착실히 원리금을 상환해나가면 신용등급은 꾸준히 올라간다. 얼마나 오랫동안 금융기관을 이용해왔는지도 신용등급 상향의 척도가 된다.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보다는 제1금융권인 시중은행을 이용하는 것 역시 신용등급을 올리는 요소다.

‘신불자’ 기록 남으면 빠른 회복 힘들어

이러한 신용등급을 결정짓는 곳은 코리아크레딧뷰로(KCB)와 나이스(NICE)신용평가정보로 양대 신용평가기관이다. KCB는 연체 여부보다는 부채 수준을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꼽는 데 비해 나이스는 연체 여부를 최우선으로 본 후 신용 형태나 부채 수준을 따진다.

특히 연체의 경우 개인이 10만 원 이상의 금액을 5영업일 이상 미납한 기록은 전 금융회사에 공유된다. 뒤늦게 미납한 대금을 상환해도 이 기록은 일정 기간 보존되므로 이미 떨어진 신용등급을 회복하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신용정보법에는 90일 미만 단기연체는 상환일로부터 3년간, 90일 이상 장기연체는 상환일로부터 5년간 신용평가에 연체기록을 활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대출 시에는 대부분의 금융사들이 양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을 동시에 활용하지만 리스크 관리를 위해 상대적으로 낮은 등급을 적용한다. 시중은행의 경우 적어도 6등급 이상이어야만 대출을 해주는 등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물론 은행들도 저마다 고유의 개인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신용평가기관과는 다른 기준과 요소가 반영되기도 하므로 A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B신평사와 C신평사의 개인 신용등급을 조회하면 세 곳 모두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대출자가 대접 받는 비밀은 ‘無연체’

전처럼 신용등급을 조회하는 것만으로 등급이 떨어지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금융위원회가 2011년 10월부터 개인 신용평가 시 신용조회 이력 정보를 반영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3년간 신용거래가 전무하다가 갑자기 본인의 신용등급을 조회할 경우에만 일부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이제는 자신의 신용등급이 실제 소득 수준이나 재산 보유 규모에 비해 낮다고 생각되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금융위에 따르면 이달부터 개인 신용등급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신용평가사에 평가요인이나 방법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

만약 자신의 신용등급이 불만족스럽다면 신평사에 등급 산정 시 반영되는 요소와 비중, 변경된 개인 정보가 등급에 미친 영향, 등급 상향을 위해 개선할 점 등을 요구할 수 있다. 신평사들은 고객이 질문했을 때 이에 대한 답변을 제시할 의무를 지게 됐다.

답변에 만족하지 못할 때는 금감원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다. 금감원에 신설되는 개인신용평가 고충처리단에 민원을 넣으면 고충처리단은 신평사의 등급 산정에 문제가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고 시정 등 후속조치를 취하도록 제도가 개선됐다.

또한 개인 신용등급 산정 시 주택연금을 대출로 반영하는 기존의 관행도 자취를 감추게 됐다. 지금까지 은행권과 신평사들은 주택연금이 대출형식을 띠고 있다는 이유로 때문에 이를 대출정보로 취급해 왔다.

그 결과 주택연금 가입자들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금융거래나 일상생활에서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늘어나게 됐다. 본래 주택연금은 가입자에게 상환 의무가 없는 연금 성격의 금융상품이다. 이번 조치로 주택연금은 기존 대출항목과 별도로 구분돼 개인 신용평가 시 정보가 사용되지 않도록 개선됐다.

신평사 관계자는 “모든 기관에서 개인 신용등급이 우수한 경우는 지속적으로 금융거래가 발생하되 연체는 없는 것이 비결로 꼽혔다”면서 “대출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대출을 받은 후 꾸준히 갚아나가는 편이 신용등급은 더 높게 평가된다”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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