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상경영에 노조파업 겹치나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현대자동차그룹(회장 정몽구)의 비상경영이 가속화된 가운데 매출은 늘어도 영업이익이 떨어지는 등 향후 성장에 관한 물음표가 쌓여가고 있다. 여기에 잠재적인 노사대립으로 불안하던 정규직 노조도 파업 초읽기에 들어가 우려를 더한다. 아직 불법파견과 관련한 비정규직 문제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을 뿐더러 소비자들의 불만도 급증하는 추세다. 현대차의 앞날에 드리워진 먹구름들을 짚어보고 그 향방을 가늠해 봤다.

여름휴가 첫 날 열린 긴급 사장단 회의…왜
‘지겨운’ 파업…어긋난 노사 단추 어떻게 채울까

또다시 현대차에 ‘파업’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이번에는 현대차 사측의 노조파괴 정황과 노동탄압 증거까지 등장하며 감정이 더욱 고조됐다. 현대차 정규직 노조는 지난 6일 파업을 예고했고, 13일 찬반투표와 14일로 예정된 서울 양재동 본사 앞 항의집회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정규직뿐 아니라 비정규직도 사정은 만만찮다. 불법 파견에 항의하는 비정규직 철탑농성은 지난 8일부로 끝났지만 합일점은 없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는 14일부터 전면파업할 것을 선언했다. 만약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조가 모두 파업에 들어간다면 현대차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질 전망이다.

현대차 측은 정규직 노조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려면 추가적으로 1인당 1억 원가량의 비용이 들어간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또한 현대차는 불법 파견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2016년까지 비정규직 35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어 여기에도 자금이 들어가는 중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기존에 일어났던 일부터 매듭지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앞서 현대차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기존의 불법파견에 대한 사과나 피해보상에 대해서는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다.

이와 관련,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누가 도둑질을 했다가 훔친 물건을 그냥 내놨다고 해서 도둑질했다는 사실이 없어지지는 않는다”며 “불법 파견을 인정하지 않고 단지 일부를 신규 채용하는 것은 편법이며 사과나 피해보상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인력 부문에서의 고질적 병폐

인력 부문에서의 반복적인 문제 발생은 현대차의 주머니 사정에도 영향을 끼친다. 현대차 국내 공장은 지난 상반기 중 11주 동안 대체인력 투입 문제를 두고 노사가 대립하며 주말특근이 중단됐다.

이로 인해 현대차는 예정돼 있던 8만3000대의 생산이 날아가 1조7000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참고로 노조가 설립된 1987년 이후 4년을 제외한 22년 동안은 계속 파업이 이뤄졌는데 이를 계산하면 120만대의 생산에 해당하는 13조3730억 원이 증발한 셈이다.

이처럼 강성한 노조의 생산성은 낮아서 현대차에서 차 한 대를 조립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30.7시간이다. 타 해외 브랜드의 경우 포드는 20.6시간, 닛산은 18.7시간이다. 현대차 국내 공장의 인력 편성 효율성은 해외 공장의 6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연유로 노조를 전적으로 탓하는 시각도 크지만 사실 현대차의 품질 저하는 회사 측의 책임이 더 크다는 것이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완성차와 같이 심도 있는 작업에 무분별한 촉탁직이나 초단기 계약직,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투입하면 분명 불량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는 현대차 사측이 2010년 이후 노동자들을 부당징계하고 그 자리에 일용직을 투입해 다량의 불량이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촉탁계약직이 투입되면서 전환배치를 목적으로 숙련된 비정규직을 공정 이동시킨 것도 모두 불량의 원인이 됐다고 강조했다.

매출 늘어도 영업이익 떨어져

결국 현대차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2조4065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316억 원(5.2%) 감소했다.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5.7% 증가한 23조1834억 원이라도 정작 중요한 이익이 줄어든 것이다. 현대차는 하반기 글로벌 시장 수요 전망치를 예상보다 낮추면서 실적 감소에 대비하고 있다.

게다가 현대차는 글로벌과 국내 시장 모두 방심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글로벌의 경우 지난 몇 년간 일본 지진과 태국 홍수 등으로 비교우위를 확보할 수 있던 시점이 끝나가자 정체기에 접어든 상태다. 아베 정부의 엔저 정책도 현대차에게는 나날이 큰 부담이다.

실제로 현대차의 상반기를 포함한 올해 7월까지의 미국 시장 실적은 도요타와 같은 일본 브랜드에 비해 상당히 뒤처졌다. 미국과 일본 브랜드를 포함한 주요 7개 완성차 업체 중에서도 현대차만 전년에 비해 판매량이 0.3% 감소했다. 타 브랜드들의 경우 낮게는 2.0%부터 높게는 12.9%에 이르기까지 증가세를 나타냈다.

‘내수불패’로 불렸던 현대차의 국내 강세 이미지도 사라지는 중이다. 이미 수입차는 지난해 처음으로 내수 점유율 10%를 넘어섰으며 상반기에는 전년에 비해 19%가량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직 현대차의 내수 점유율이 70%대에서 등락 중이긴 하지만 전과 다른 추세에 바짝 긴장할 만하다. 최근 불거진 싼타페 누수 논란도 현대차 측이 무상 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소비자들의 항의가 이어지는 등 여론이 불리한 상황이다.

‘내수불패’는 옛말…돌파구 찾아야

이처럼 국내외 상황이 악화되면서 정몽구 회장이 휴가기간 중 출근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돼 버렸다. 전통적으로 현대차는 여름휴가 때 공장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하기 때문에 임직원들이 같은 날짜에 휴가를 떠난다. 그러나 정 회장은 휴가 첫 날인 지난달 29일 본사로 출근해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함으로써 전사를 뒤흔들었다.

표면적으로는 휴가 기간이라고 해서 원래 있던 정례 회의를 미루지 않겠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사내는 그야말로 초비상이었다. 게다가 정 회장은 현재 현대차가 국내와 해외에서 모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비상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덕분에 현대차 고위 임원들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줄줄이 휴가를 반납했다는 후문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지금 현대차에는 예측할 수 있는 문제와 예측할 수 없는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면서 “특히 고질적인 노사 갈등을 극복해야만 품질 향상은 물론 생산성 혁신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를 해결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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