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외출 부총장이 깃발, 영남대가 떴다”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이명박 정권이 4대강 사업을 통해 녹색혁명을 꾀했다면 박근혜 정권은 새마을운동 복원을 통해 대한민국 개조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 선봉에는 ‘새마을 전도사’를 자청한 최외출 영남대 부총장이 앞장서고 영남대가 전초 기지로 변신하고 있다. 정부는 영남대에 새마을운동의 글로벌화를 위한 금전적 지원을 아끼질 않고 있으며 경상북도 역시 ‘전폭 지원’을 약속했다. 특히 최 교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모토였던 근면.자조.협동을 ‘1.0’으로 규정하면서 이제 나눔·봉사·창조를 내세워 ‘새마을운동 2.0’시대를 약속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보이질 않는 손’으로 불리며 문고리 권력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 보좌진)보다 더 막강 파워를 갖고 있는 최외출 부총장. 그가 그동안 조용한 칩거생활을 마치고 ‘새마을운동’을 들고 박 정권 전면에 나서는 모습이다.

- 최 부총장, 박정희-박근혜 장학생 대학·대학원 ‘인연’
- 정부·공공기관·지자체 전폭지원, 새마을 단체 봇물


▲ <뉴시스>
최외출 영남대 부총장(58)이 새마을운동에 ‘올인’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두 가지다. 하나는 경북 김천이라는 깊은 산골에 태어나 찢어질대로 가난했던 어린 시절이다. 그리고 끝없을 것 같은 어두운 터널에 탈출구를 마련해준 사람이 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영애 박근혜’와 인연이었다. 대학 진학은 꿈도 꾸지 못했던 그에게 박 전 대통령이 설립한 영남대에 새마을장학생 1기로 입학하면서 학생회장(별칭 학도호국단 사단장)까지 지냈다.

박 대통령은 당시 ‘새마음봉사단’ 명예총재로서 전국을 순회하며 강연을 했고 자연스럽게 영남대 학도호국단장인 최 부총장과 인연이 시작됐다. 이런 인연은 그가 대학원을 다니던 시절 박 대통령이 관여한 장학회로부터 장학금을 받아 졸업하면서 더 두터워졌다. 당시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하던 박 대통령은 최 부총장보다 4살이 많았다.

최 부총장, “새마을은 또다른 나의 실체”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동안 지역개발을 전공한 그는 본격적으로 박 전 대통령이 주도한 새마을 운동에 헌신하게 된다. 컬러링도 ‘새마을 노래’다. 정치권에 몸을 담근 적은 박 대통령이 1998년 재보궐 선거에 나설 당시 캠프에 합류 한 바 있다. 물론 그는 ‘새마을운동’이라는 강력한 브랜드를 내세워 유세장에서 ‘새마을 노래’를 수시로 틀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차별성을 부각시켜 당선시키는 데 일조했다.

이후 정치권과 거리를 둔 그가 다시 세간에 나타난 것은 2006년 지방선거때였다. 박 대통령이 선거 유세중 면도칼 테러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간 그는 의료진이 ‘생명에 지장없다’는 말을 듣고 다시 대구로 내려갔다. 그때 그는 ‘정치인 박근혜를 돕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이후 그는 영남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영남대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학이 되도록 노력해 급기야 박 대통령이 7명의 이사진중 4명을 추천할 수 있게 막후에서 진두진휘했다. 당시 행동대장은 노석균 현 영남대 총장이 맡았다. 이후 그는 조용하게 하지만 거칠 것 없이 지냈다. 최 교수는 본격적으로 영남대를 ‘새마을운동 글로벌화 전초기지화’시키는 동시에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위해 나섰다.

일단 새마을운동을 학문으로 정립시키기위해 새마을학회를 만들고 초대 회장을 맡았다. 새마을 장학회도 만들었다. 공교롭게도 2011년도에는 매년 4월22일을 ‘새마을의 날’로 정하고 국가기념일로 공식 지정됐다. 영남대에 ‘새마을연구센터’를 뒀던 최 교수는 2012년에는 박정희새마을정책대학원을 만들고 초대 원장을 지냈다. 사실상 새마을 정신 글로벌화의 전진기지다. 박정희 리더십연구원도 세웠다. 새마을운동의 세계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면서 대선 때에는 박근혜 후보를 적극 지원했다.

2007년도에는 캠프 경제자문회의에 들어가 정책에 관여했고 박 후보의 ‘5인 공부모임’의 일원으로 또한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의 발기인으로 등록했다. 2012년 대선 때에는 후보 비서실 기획조정특보를 맡아 막후에서 조용하게 움직였다.

대통령 직속 ‘새마을위원회’ 5년예산 47조5천억
최 부총장이 얼굴을 공개적으로 내민 것은 고 이춘상 보좌관 영결식 참석한 때가 전부였다. 캠프내에서는 박 대통령이 최측근이자 문고리 권력으로 알려진 ‘보좌진’보다 더 최 교수를 챙긴다는 말들이 돌았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한 후에도 그는 권력 전면에 나서질 않고 있다.

한때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장 내정설이 돌았지만 청와대와 최 부총장 모두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해 수면 아래로 잠복해 있다. 지역발전위원회는 각 부처에 흩어진 지역발전 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부서로 연간 9조5천억 원(2012년 기준) 규모의 광역.지역발전특별회계 예산 배분 및 집행권한을 갖고 있다. 박근혜 정권 5년이면 45조가 훌쩍 넘는 막대한 예산집행 기관이다. 박 대통령 측근그룹에서는 어떠한 형태든 최 부총장이 중차대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데 토를 달지 않고 있다.

최 부총장은 영남대와 각종 새마을운동 단체를 연결해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적잖은 지원을 받고 있다. 당장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2013 글로벌새마을포럼’ 창단식에서 국내외 새마을운동이 전파되는 현장에 경북의 인력과 예산 지원을 약속하면서 “도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전폭적인 지원을 밝혔다.

포럼 초대 회장은 최 부총장이 맡았다. 또한 김 도지사는 올해 10월 새마을운동 세계화를 위한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조성사업’을 착공한다고 밝혔다. 2015년 말 준공될 예정인 구미 새마을운동 테마공원은 구미 상모사곡동 일원 25만1천㎡의 부지에 총 사업비 792억원이 투입된다. 박 대통령이 ‘제2의 새마을운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한데다 ‘새마을 전도사’를 자청한 최 부총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여타 다른 지자체장도 앞다퉈 ‘새마을 세일즈’를 벌이는 등 전국적으로 확산조짐이다.

‘4대강 전도사’, ‘자원외교 전도사’ 반면교사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도 나섰다. 교육부는 영남대를 ‘2013 국제협력선도대학 육성사업’의 지원대상 대학으로 지난 6월 선정해 측면 지원을 하고 있다. 당연히 새마을학분야가 지원대상이 돼 앞으로 4년 동안 24억 원 규모의 국고를 지원받아 필리핀에서 국제협력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행정안전부 역시 새마을 청년 파견 사업을 필두로 ‘21세기형 새마을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공공기관도 영남대 새마을운동관련 적극 지원에 나섰다. 지난 5월에는 대한무역투자공사(KOTRA)가 영남대와 손잡고 새마을 운동의 세계화와 글로벌 인재양성을 담은 업무협약을 맺었다.이미 한국국제협력단(KOICA), 농촌진흥청,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업무협약을 맺었고 6월에는 한국농어촌공사가 ‘개발도상국의 농업·농촌 발전에 대한 국제개발협력사업과 새마을 운동 저변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보이지 않는 손’으로 알려진 최 부총장이 박 정권 탄생과 함께 ‘새마을운동의 세계화’를 모토로 전면에 나서고 있는 양상이다. 하지만 일부 측근 그룹에서는 기대와 우려감이 교차하고 있다.

과거 ‘4대강 전도사’, ‘자원외교 전도사’로 자청했던 인사들이 각종 구설수에 오르면서 철창신세를 지거나 ‘전시행정’에 따른 막대한 혈세 낭비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최 부총장이 평소 ‘새마을운동 2.0’ 정신을 강조하면서 던졌던 “우선 ‘나부터 잘 살자’는 가치를 넘어 ‘함께 잘 살자’는 정신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부메랑처럼 본인에게 돌아가지 않길 바라는 인사들도 적지 않았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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