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폭들, 해외 카지노 개설 등 깊숙이 개입현지에서 ‘꽁지’꾸면, ‘협박’에 시달리기 일쑤“대박의 꿈을 안고 떠난 여행이 결국 파멸의 길이었다”.최근 해외 원정도박으로 인한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원정도박 브로커 등의 은밀한 유혹에 빠져 해외로‘대박여행’을 떠났다가 ‘쪽박’신세로 돌아오는 관광객 및 도박중독자들이 늘고 있는 것. 특히 최근 검찰 조사 결과 해외 원정도박에 국내 폭력조직이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해외 원정도박의 ‘검은 실체’를 들여다봤다. 해외 원정도박의 ‘검은 커넥션’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해외 한국인 전용 카지노’개설 및 ‘해외 원정도박 브로커 활동’등에 국내 폭력조직들이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부산지검 외사부는 최근 외화를 밀반출한 후 필리핀 현지 호텔 카지노 일부 운영권을 취득해, 한국인 전용 카지노를 개설한 혐의로 국내 최대폭력조직 OB파 부두목 K씨를 구속했다.

검찰 조사 결과, K씨는 현재 인터폴에 수배중인 H씨와 함께 지난 2001년 11월 필리핀 유한게임공사와 카지노 운영계약을 체결하고 현지 법인을 설립한 후 필리핀 S호텔 카지노 바카라게임 테이블 5개를 보증금 100만 달러와 월 15만 달러에 임대해 ‘홍콩 카지노’라는 한국인 전용 게임장을 운영하며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상습도박을 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이 과정에서 K씨는 건설업체 대표 J씨 등 국내 투자자들을 유치해 현지 카지노 개설에 자금을 공급해온 것으로 밝혀졌으며 그 대가로 카지노 지분 10∼20%를 차지하고 현지 카지노 개설과 운영에도 개입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이번에 검거된 K씨는 ‘양은이파’‘범서방파’와 함께 국내 3대 폭력조직으로 분류돼 있는 OB파의 실세로 알려졌다. OB파 두목 L씨의 경우 현재 외국으로 잠적한 상태여서, 부두목 K씨가 실질적으로 조직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문제의 ‘한국인 전용 해외 카지노’는 OB파의 자금줄 역할을 담당했던 것. 검찰도“국내 조폭들이 수사기관의 단속으로 조직자금 마련이 어렵게 되자, 해외에서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렇다면, 해외 원정도박이 얼마나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을까. 이번에 적발된 필리핀 카지노의 경우 ‘연간 3만명 이상의 한국인들이 이용하고 있으며, 잃은 돈만 1,000억원대에 이른다’는 얘기가 돌 정도다. 또 이 카지노의 경우 카드의 끝자리수를 합하는 방식의 도박인 속칭 ‘바카라’게임 등을 설치, 최소 월 15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택시회사 임원인 P씨는 이 카지노에 수시로 드나들며 10억원 이상을 탕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2개월만에 2억원 이상을 잃은 사람도 10여명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이와 같이 ‘대박의 꿈’을 좇아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쪽박’신세를 면치 못한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또 ‘검은 조직’의 유혹에 이끌려 도박판에 간 선량한 관광객들이 큰 봉변을 당하기 일쑤다. 지난 4월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가정주부 L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L씨의 불행은 강남의 모 사우나에서 시작됐다. 사우나에서 만나 친해진 한 여성이 “무료 해외여행 행사가 있는데, 같이 가자”는 말에 넘어간 것이 화근이었다.L씨는 낮에는 관광을 했지만, 밤에는 브로커들의 말에 이끌려 카지노를 찾아야 했다. 분위기에 휩쓸려 조금씩 카지노에 재미를 들인 L씨는 결국, 수천만원의 도박 빚을 지게 됐다.회사원 K씨 역시, 브로커의 꾐에 넘어가 엄청난 도박 빚을 떠안아야 했다. K씨는 인터넷 동호회에서 알게 된 사람에게 “해외 여행도 하고 심심풀이로 카지노에서 즐기자”는 말에 현혹돼, 필리핀여행을 갔다가, 수천만원대 돈을 잃고 결국 집을 팔아 도박 빚을 갚아야 했던 것. 자영업자 J씨도 동남아 여행에서 만난 도박브로커의 꾐에 넘어가 ‘봉변’을 당한 사례다. J씨는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바카라’게임을 하며 처음에는 1달러씩 걸며, 편안(?)하게 게임을 시작했다. 그러나 점차 판돈이 커지면서 여행 경비를 모두 잃고, 신용카드로 찾은 돈까지 탕진했다.

이처럼 피해자들의 피해사례 등을 통해 해외원정도박 브로커들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현재 브로커들은 강원랜드 등 국내 카지노 주변이나 부유층들이 자주 찾는 미용실·사우나 등지에서 은밀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브로커들은 인터넷 카페나 게임사이트 등을 통해 ‘도박관광’할 사람들을 모집하기도 한다. 모 사이트에는 “중국에 카지노가 새로이 개설됐다”며 “호텔룸·식사3식·사우나 등 부대시설은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는 홍보의 글이 올라와 있다.또 다른 카페의 글은 “외국인 전용이라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며 “주말 이용, 간편하게 갈 수 있다. 동참할 분 찾음”이라며 도박관광을 부추기고 있다. 이렇게 도박관광객을 모집한 브로커들은 조폭 및 현지 불법여행사들과 손을 잡고 있다. 우선 브로커들이‘무료여행’ 등의 갖가지 미끼를 동원, 도박관광 여행객들을 모집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 브로커와 연계한 여행사 및 여행가이드들은 일정한 알선료를 받고‘카지노 관광’이 포함된 여행 패키지 상품으로 도박관광을 알선하게 된다.

여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여행업계가 전반적인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불법영업을 하는 일부 여행사들이 있다”며 “매출을 늘릴 수 있다는 생각에 해외 원정도박을 알선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이처럼 브로커들의 꾐에 넘어간 관광객들의 ‘십중팔구’는 돈을 잃게 마련이다. 카지노에서 여행경비까지 모두 잃을 경우에는 한국인 환전상들이 일명‘꽁지(뒷돈)’를 대준다. 대개 관광객들의 여권을 담보로 잡고 선이자를 뗀 뒤 돈을 빌려주게 된다.만일 돈을 갚지 않을 경우, 조폭들이 등장하게 된다. 현지에 진출한 조폭들은 물론, 국내 조폭들의 끊임없는 협박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현지 조폭들은 계속해서 쫓아다니며 관광객의 신변을 위협하게 되고, 국내 조폭들은 가족들을 협박하게 된다. 결국 이중 협박에 못이긴 관광객과 가족들은 거액의 도박 빚을 갚을 수밖에 없다.해외 원정도박 피해자 K씨는“‘해외 카지노에서 조금만 즐기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가 패가망신하게 됐다”며 “특히 해외 원정도박에는 조폭들이 연계돼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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