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전 국방부 장관·청와대 수석, 연말엔 현오석·조원동 등 거론

▲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 맨 오른쪽)이 지난 13일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을 찾아 황우여 대표 등 지도부에게 세제개편 수정안을 보고하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 | 안은혜 기자] 지난 5일 청와대 인사개편이 이뤄지고 난 뒤 박근혜 정부의 하반기 개각이 예상된다. 일단 9월 정기 국회 전에 국방부 장관 및 청와대 수석 교체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또한 박 정부의 세제개편안 '원점 재검토' 사태 책임론으로 연말-연초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조원동 경제수석 교체설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유정복 안행부 장관,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내년 지방선거 차출론이 흘러나오면서 박 정부의 하반기 개각이 전망된다.

여권 일부 “朴 부담주지 말고 스스로 사퇴하라”
유정복-경기지사·진영-서울시장 차출설 ‘솔솔’

지난 5일 박근혜 대통령이 비서실장과 수석 4명을 교체하는 청와대 비서실 개편 인사를 단행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비서진 개편 결과를 설명하면서 개각은 없을 것이며 공공기관장 인사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여권과 청와대 안팎을 중심으로 연말·연초 개각설이 떠돌고 있다.
이에 앞서 오는 9월 정기국회 전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교체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MB정부인 2010년 12월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된 김 장관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고 진작 교체됐어야 하는데 박 정부 초기부터 지금까지 남북관계나 정국 분위기 때문에 미뤄진 것으로 보인다. 정기국회 전 개각에는 모철민 수석 또한 내부 알력다툼으로 교체 대상에 오르고 있다. 모 수석은 2013년 3월 대통령비서실 교육문화수석으로 임명됐다. 

이는 박 대통령이 일부 참모진은 물론 내각 일부의 업무 수행 능력에 만족하고 있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취임한지 5개월 만에 11개 경제 부처를 총괄하고 있는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새누리당에서도 퇴진을 요구받고 있어 연말 개각설이 다시금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현오석 장관은 지난 5월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복지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장관들의 7시간 난상 토론에서도 입을 열지 않았다. 지난 7월 주택 취득세 인하를 놓고 국토교통부와 안전행정부가 대립했을 때도 조용히 있다가 박 대통령의 주문이 있은 후에야 손을 댔다. 결국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박근혜 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이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세제개편안 후폭풍으로 경제팀 책임론 불가피

지난 8일 현 장관은 80조 원 규모의 복지 정책을 포함해 135조 원이 들어가는 박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연소득 3450만 원 이상의 국민들의 세 부담을 늘이겠다는 ‘2013년 세법개정안’을 내놓았다. 이후 ‘세제개편은 유리지갑 털기’‘중산층 쥐어짜기’‘세금폭탄’ 등 중산층의 반발은 물론 야권을 넘어 여당에서도 현 장관과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을 문책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세제개편안에 따른 여론의 비판과 여야의 후폭풍이 거세지자 박 대통령은 세제개편안 발표 나흘만인 지난 12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고, 결국 지난 13일 당정협의를 통해 세제개편안의 세부담 기준선을 당초 3450만 원에서 5500만 원으로 수정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세금이 늘어나는 근로자는 434만 명(28%)에서 205만 명(13%)으로 줄게 된다. 또 기존 세제개편안에서 연간 16만 원의 세금을 추가 부담해야 했던 연소득 5500만 원 초과 7000만 원까지의 근로소득자 95만 명도 세 부담이 2~3만 원 증가하도록 조정됐다.

이처럼 나라의 살림을 위한 세금을 걷는 중차대한 일을 그르친 것은 전례가 없다. 또한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나흘 만에 이뤄진 박 대통령의 원점 재검토 발언은 사실상 정책 실패를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혼란을 초래한 경제팀의 책임론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지난 7월 취득세 인하 논란을 둘러싼 부처 조율 실패, 안일한 경제인식 등으로 경질설에 시달리다 박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으로 살아난 현 부총리에게 찾아온 또 한 번의 위기다.

문책론 확산과 함께 경제팀 교체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어 연말 내각설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지난 1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세계 경제가 어려운데 지금의 경제팀은 그럴 능력이 없다”며 “대통령에게 부담주지 말고 현오석 장관, 조원동 경제수석은 스스로 사퇴할 것을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지금 벌어지는 세금문제 사태는 정책 없는 청와대, 생각 없는 내각, 영혼 없는 새누리당이 합작해 만든 최악의 정책 혼란사태”라며 정부의 현 경제라인 교체를 촉구했다.

일단 조기 진화로 수정안이 만들어진 만큼 여론의 비판이 어느 정도 수그러들었다는 판단도 있지만 하반기 경제 살리기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겠다는 박 대통령 입장에서도 경제팀 경질은 부담스러울 것이다. 청와대가 아직 경제팀의 문책을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박 대통령의 최대공약인 복지확충을 위한 재원마련 방안이 삐걱거리거나 추가 실책이 발생할 경우 박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편, 내년 6월 지방선거를 10개월 앞두고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의 경기도지사,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연말 또는 내년초 개각설이 나오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박근혜의 사람들 지방선거 초읽기?

유정복 장관은 지난 18대 대선에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직능총괄본부장을 맡았다. 박 대통령이 당선되고 취임식 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거론되었으나 국민 안전을 국정의 우선순위에 놓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로 안전행정부 장관에 임명됐다.

유 장관은 박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는 자타공인 최측근 ‘박근혜의 남자’다. 두 차례 장관을 역임한 유정복은 여권 내 유력한 차기 경기도지사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정권의 실세로서 지방자치단체장에 도전장을 내밀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역대 집권여당의 경기지사후보는 대통령의 의중이 실려왔다. 경기도를 기반으로 둔 실세 중 박 대통령의 신임을 얻고 있는 인사로는 유 장관이 독보적이다.

유 장관은 지난 몇 달 간 수원, 남양주, 안성, 동두천, 양주 등의 경기도를 자주 방문해서  지방선거 출마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아울러 현 경기도지사인 김문수 지사가 내년 출마를 유 장관에게 양보하는 대신 차기 전당대회에서 친박계의 지원을 약속받았다는 ‘김문수-유정복 빅딜 설’까지 나돌고 있다. 당사자인 유 장관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박 정부 차세대 기대주인 만큼 지방선거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인 것이다.

한편,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차출될 거라는 전망이다. 민주당 소속 박원순 현 시장이 재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새누리당이 박 시장의 대항마로 진영 장관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법조인 출신의 정치인 진영 장관은 3선 중진 의원(17~19대)으로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판사를 지냈고, 2009년 국제의회연맹 부회장,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시절 비서실장과 2010년 서울시당위원장·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위원, 박 대통령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비서실장 임명과 4명의 수석비서관 인사 단행 후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후속 인사에 쏠려 있는 만큼 하반기 정부부처 장관 인사가 초미의 관심사다. 일부 이름이 거론되는 장관 교체에 대해 선을 긋고 있는 청와대 측의 발표와는 다르게 청와대 경제팀을 중심으로 흘러나오고 있는 개각 대상으로는 정치인 출신의 진영 장관, 유정복 장관 등으로 내년 지방선거에 앞서 계속해서 차출설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는 박근혜 정부 출범 1년 4개월 만에 치러지는 전국 선거로, 정권의 중간평가가 될 것이다. 10개 월 가량 남은만큼 변수가 많겠지만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가 승부처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특히 수도권 광역단체장은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인물이 치를 가능성이 많아 연말·연초 장관 교체 등의 박 정부 개각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역대 정권들 여론·정쟁에 떠밀려 개각

정권의 성격과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개각은 대통령의 정치적 약점을 보완하거나 국면전환용 카드로 쓰인 경우가 공통적으로 많다.

전두환 정부에 김상협 총리가 깜짝 발탁됐다. 문교부 장관, 고려대 총장을 역임했던 그는 군사쿠데타로 집권해 정통성이 부족했던 전두환 대통령의 끈질긴 구애로 총리를 맡았다. 민주화운동이 정점에 달해 사회불안이 극심하고, 이철희· 장영자 사건으로 민심이 흉흉하던 1982년 하반기 김 총리는 군사정권이 국면전환을 꾀하기엔 최상의 카드였다.

노태우 정권에서 이현재 전 서울대 총장을 초대총리로 임명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직선을 통해 당선됐지만 여전히 군사정권의 색깔을 지우기 어려웠던 노 전 대통령은 5공 잔재를 청산하고 국민 화해무드를 이끌어내기 위해 개각을 단행했다.

김영삼 정부 황인성 초대 총리는 호남 출신으로 PK 정권에서 지역 안배를 위해 기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YS정부 초기 감사원장으로 일할 때 율곡비리 감사 등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총리로 발탁됐다.

1995년 12월 총리로 취임한 이수성 전 서울대 총장은 이미 대립각을 형성하기 시작한 이회창 전 총리를 견제하고, 집권 후반기 내각을 무난히 관리할 수 있다는 복합적인 필요성에 의해 발탁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 정부 초대 총리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는 DJP연합으로 야권 단일화 후보를 낼 때부터 총리를 맡기로 예정돼 있었다.

자민련 총재를 지낸 박태준·이한동 총리의 임명도 같은 맥락이다. DJ 임기 말 2002년 7월 장상 전 이화여대 총장을 헌정 사상 최초로 여성 총리로 지명한 것은 파격으로 여겨진다. 장 전 총장은 부동산 투기·위장전입 문제로 국회인준 동의안이 통과되지 못했다. 이어 당시 50세의 장대환 매일경제신문 사장을 총리로 지명한 것도 ‘세대교체’를 통한 새로운 인물 찾기의 일환이라는 해석이다.

정치적 약점 보완 카드로 개각 단행

DJ가 당시 파격적인 인사실험을 한 것은 아들들의 비리와 연관된 정국을 벗어나고 국면전환을 꾀하기 위한 시도라는 시각도 있었다.

노무현 정부가 초대 총리로 ‘행정의 달인’ 고건 전 총리를 기용한 것은 개혁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보수층을 껴안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 노무현 정부는 집권 내내 ‘코드인사’를 강조해 왔기 때문에 당시 ‘386’ 실세들의 반대가 거셌지만 노 전 대통령은 ‘고건카드’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도 휴가를 끝내면 개각 카드를 꺼내들곤 했다. ‘청남대 구상’이란 말이 유행할 정도였다.

과거 정권 초 청와대 개편은 주로 여론과 정쟁에 떠밀려 이뤄졌다. MB 정부는 집권 첫해 여름휴가에서 돌아와 정권 출범 100여일 만에 비서실장을 비롯 수석비서관 대부분을 바꾸는 첫 번째 개각을 단행했다. 미국산 수입쇠고기 파동으로 인한 ‘촛불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국면 전환용 개각이었다. 2008년 7월 7일 3개 부처 장관을 교체, 2009년 1월 19일 단행된 두 번째 개각은 기존에 문제시 되었던 정부 인사들이 아닌 경제팀 개각을 단행했다.

같은 해 9월 3일 국무총리 교체 포함 세 번째 개각을, 2010년 8월 8일 네 번째 개각을 단행했다. 8ㆍ8개각은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 이명박의 위기 극복 방안이자 노동계급에 대한 선전포고였다.

6ㆍ2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하고, 영포회 추문으로 한나라당이 ‘세나라당’으로 갈라지는 등 임기가 절반이나 남았는데도 이명박 정부가 벌써부터 ‘레임덕’에 걸리기 시작하자 개각을 통해 이를 돌파하려 했던 것이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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