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추징금 완납을 위해 압박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노태우 전 대통령 측이 미납추징금 완납 의사를 밝혔다. 처남이 구속된 가운데서도 완강히 버티고 있는 전씨 측과 달리 노씨 측은 동생과 전 사돈이 대납의사를 밝혀 9월 초까지 미납추징금 230억 원을 완납할 예정이다. 검찰에 압류된 전씨 일가의 재산은 현재 약 600억 원 규모다. 검찰은 이들 재산에 전씨의 은닉자금이 섞여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노태우는 내는데 전두환은 못 낸다”
 검찰 대응할 대형 로펌 변호사 추가 선임

검찰 1차 목표 압류재산 600억 환수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은 22일 “현재까지 압류한 전씨 일가의 재산이 1차 환수 목표다”며 “오는 10월말까지 이를 추징하는 방향으로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압류재산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것은 전씨의 처남 이창석씨가 재용씨 소유의 비엘에셋과 삼원코리아에 넘긴 49만m² 규모의 토지다. 재용씨가 부동산개발업체 엔피엔지니어링에 400억 원에 팔려다 중도에 계약이 해지된 만큼 400억 원 상당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엔피엔지니어링이 계약 해지에 따라 지급한 계약금 60억 원 역시 전씨 비자금과 연결고리가 드러날 경우 추가 환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다 전씨 조카인 조경업체 대표 이재홍씨가 관리하다 내다 판 시가 52억 규모의 한남동 땅과 재용씨의 40억 규모의 이태원 빌라 2채, 부인 이순자 명의의 30억 원 규모 개인연금보험 등을 합치면 추징 가능한 재산은 582억여원이다.
처남 구속과 압류 그리고 노태우 전 대통령 추징금 완납 소식에도 아직 전씨 일가는 추징금 납부에 대한 구체적인 발언을 하지 않고 있다. 국민들은 물론 검찰 측에서도 자진 납부를 기대하고 있지만 전씨 측은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재국-찬성, 재용-반대 추징금 의견 형제간 달라

오히려 전씨 측근인 민정기 전 비서관은 “노씨 측의 자진 납부는 우리와는 관련 없는 일이고 관심도 없다”면서 “그쪽과 우리는 전혀 사정이 다르니까 우리 입장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전씨 일가에서도 지속적으로 가족회의를 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추징금 납부에 대한 가족들의 의견이 제대로 모아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 방송에 따르면 장남 재국씨는 자진 납부를, 차남 재용씨는 납부 반대 의견을 말했다고 알려졌다. 동생과 전 사돈의 합의로 추징금을 완납할 예정인 노태우 전 대통령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결국 장남 재국씨는 최근 대형 법률 회사의 변호사 2명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는 등 검찰 수사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국씨는 과거 “시공사가 빚이 많다. 내가 재판에 회부되면 변호사 비용을 대기 위해 회사를 정리해야 할 수도 있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검찰의 칼날이 형인 재국씨보다 차남인 재용씨를 향하고 있다고 전망하는 사람도 많다. 형에 비해 운영하고 있는 회사들이 뚜렷한 실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큰 자금이 유입된 정황이 있는데다 이창석씨와 연관된 점이 많아 비자금 유입 흔적을 찾기가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용씨 측은 눈의 띄는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부인인 박상아씨도 미국 H마트 투자금, 애틀란타와 LA에서 구매했던 고급주택 등이 모두 비자금 유입처로 의심받고 있지만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전씨 딸인 전효선 서경대 교수는 최근 휴직계를 제출했다. 전 교수는 지난 2006년부터 서경대에서 교양과정부 전임강사로 일해 왔다. 최근에는 조교수로 승진하며 ‘커뮤니케이션 영어’와 ‘토익 1·2’를 강의했다.
검찰은 지난달 전씨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사저 재산을 압류하면서 전 교수의 자택도 압수수색 했었다. 일각에서는 휴직계를 제출한 이유가 검찰의 수사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말도 있다.

전씨 외손녀 재산도 의심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통과로 밝혀지나

국회에서는 민주당 김관영 의원이 공직사회 금품 비리를 방지하고, 유권자의 알권리를 확대·보장하기 위해 공직선거 후보자와 고위공직자의 재산등록 시, 모든 자녀의 재산공개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발의돼 주목 받고 있다.
개정안에 의하면, 향후 자녀들의 재산 증감 내역도 알 수 있게 돼 불법 증여나 상속을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개정안이 효력을 발휘하면 전씨 은닉 재산을 상속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외손녀이자 현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의 두 딸들의 재산이 공개될 가능성이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 의원은 전 씨 외동딸인 전효선씨와의 결혼생활에서 슬하에 두 딸을 두었으나 2005년 이혼했다. 지난 17대 총선 후보자 재산 등록 시부터 ‘타인부양’을 이유로 자녀들의 재산고지를 거부해 왔다. 이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윤 의원은 두 딸의 재산을 고지해야 한다.
김 의원은 “본 개정안은 전 전 대통령의 은닉 재산 추적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역사와 국민을 우롱하고 있는 ‘통잔잔고 29만 원’의 전 전 대통령이 이제라도 추징금을 완납해 두 손녀들 앞에 조금이나마 당당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검찰은 재국씨가 운영하는 시공사 등에서 압수한 미술품 수백여점 중 겸재 정선의 진품으로 추정되는 진경산수화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겸재 정선은 진경산수화라는 고유의 화풍을 개척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해당 미술품의 감정 가격은 최소 수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의 비자금과의 연관성이 발견되면 공매로 매각돼 그 대금이 국고로 환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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