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민주당 모습은 국정을 보살피는 정당이라기 보다는 파당 같다는 인상을 금할 수 없게 한다. 정당론(政黨論) 교과서에 따르면, 정당은 공공이익의 구현을 목표로 하며 정권획득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집단이다. 그에 반해 파당은 공공이익 실현을 외면한 채 오직 권력쟁취만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민주당의 파당적(派黨的) 행태는 최근 천막당사 장외투쟁과 국회 국정조사 몰입 그리고 청문회 요구 등을 통해 드러냈다.
애당초 새누리당은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이 검찰에 기소돼 재판 중이므로 국회 국정조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반대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국정원장을 지낸 이종찬 전 의원은 “재판중인 사건은 국정조사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국가 최고의 정보기관을 공개적으로 국정조사까지 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나라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일”로 그치지 않고 이적 행위로 간주된다.
국정조사는 8월 21일 3차 청문회를 열었으나 민주당측이 제기한 의혹들을 풀지 못한 채 끝났다.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로 그쳤다. 태산이 들썩거릴 정도로 떠벌리기만 했을 뿐 결과는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다. 도리어 일부 공개되서는 안될 민감한 부분마저 까발려졌을 뿐이다. 민주당은 재판중인 국정원 댓글 청문회를 강행, 국가의 중추 정보기관에 상처를 내고 말았다. 제1야당이 할 일이 아니라 파당이나 할 짓이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국정조사가 태산명동서일필로 그치자, 국회에서 특별검사를 임명해 국정원 댓글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경위를 조사하자고 또 걸고 나섰다. 한 의원은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가 국정조사 증인으로 채택이 안 됐고 새누리당이 감싸기를 했기 때문에 특검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또 어떤 의원은 “정치적 명운을 걸어야 한다”고도 했다. 특검에 ‘정치적 명운’을 건다니 ‘정치적 명운’을 너무 쉽게 건다.
민주당 측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를 6월~8월 3개월 동안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정쟁의 도가니로 몰아갔다.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국정조사가 끝난 후에도 “장외투쟁 강도를 높이겠다”고 22일 공언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당장 절실한 민생 입법과 예산·결산 심의를 제쳐두고 실효성도 없는 국정조사와 특검에 묶이게 했다. 공공이익을 위한 민생 입법과 예산·결산 심의를 외면한다는 것은 정당으로서 본분을 벗어난 파당적 작태로 볼 수 밖에 없다. 물론 야당의 역할들 중 하나는 대여·대정부 투쟁에 있다. 그러나 야당의 투쟁은 의정단상에서의 합법적인 투쟁이어야만 한다. 상습적인 장외투쟁은 의회정치를 파괴하는 반의회적 파당 행위일 따름이다.
의회정치의 본분을 일탈한 민주당의 행태는 이른바 ‘천막당사’ 장외투쟁에서도 드러났다. 민주당은 8월로 접어들면서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 천막을 치고 장외투쟁으로 들어갔다. 민심을 흉흉케 하고 국민을 불안케 했다. 민주당은 종북세력이 주축이 된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의 촛불시위에 참가하는 등 제1야당으로서의 체통마저 내팽개 쳤다.
한국갤럽이 8월 4일~6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우리 국민들이 민주당의 장외투쟁에 식상해 있음을 반영한다. 설문대상자 중 54%가 장외투쟁이 옳지 않다고 응답했고 야당으로서 불가피한 선택이란 호응은 30% 밖에 안됐다. 민심이 장외투쟁에 지쳐있음을 반영한다.
민주당은 정당으로서의 본분을 벗어나 파당으로 빠져 들고 있다. 국민은 민주당의 파당적 추태에 싫증나 있다. 민주당은 시청 앞 천막당사와 장외투쟁을 접고 여의도 국회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만이 민주당이 파당이란 오명을 씻고 제1야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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