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복장·장신구 착용으로 심리적 만족감이나 성적흥분 느껴인터넷 관련 카페 수십여개 … 최근 신촌엔 전문 주점까지 등장일부서 “변태”손가락질에“취향일 뿐” 맞서여성의 옷과 장신구를 착용하면서 만족감과 성적 흥분을 느끼는 ‘크로스 드레서’ 남성이 늘어나고 있다. 일명 ‘CD(Cross Dresser)’라고 불리는 이들은 인터넷 커뮤니티는 물론이고 오프라인 카페까지 개설해 활발한 정보교환을 하는가 하면 ‘옷 입는 법, 화장하는 법’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들을 두고 ‘변태’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들은 ‘취향일 뿐’이라고 맞서기도 한다. 일반인들로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CD들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오프라인 카페에서 ‘여장변신’CD를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트랜스 젠더’라는 말부터 생각해보면 된다. 하리수를 통해서 익숙해진 트랜스 젠더. 비록 현실에서의 성적 정체성은 남성이지만 스스로를 여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따라서 이들은 결국에 성기제거 수술과 함께 여성 호르몬을 투여해 여성과 거의 똑같은 외형을 갖추게 된다.

CD는 바로 이러한 트랜스 젠더의 맥락에 있지만 그 수준과 단계는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단지 여성의 복장에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을 뿐이기 때문. 따라서 스스로를 여성으로 생각하지도 않고 수술을 통해 완전한 여성의 모습을 갖길 원치도 않는다. 다만 때때론 여성 복장을 하는 것으로 심리적인 만족감 및 때로는 성적 흥분을 하는 것에 그치는 것. 따라서 이들은 타인들에게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알리는 ‘커밍아웃’을 하지도 않는다. 이들은 비밀스럽게 자신들만의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끼리끼리 만날 뿐이다. 따라서 이들의 존재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자신들의 성향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직장생활에도 큰 무리가 없다. 트랜스 젠더들이 커밍아웃을 통해 직장생활을 할 수 없고 따라서 생계유지를 위해 트랜스젠더 바에서 무용수 등을 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현재 인터넷상에는 이들을 위한 상당수의 커뮤니티와 홈페이지가 있다.

포털사이트 D에는 무려 10여개가 넘는 CD관련 카페가 개설되어 있으며 일반 홈페이지도 수십여개에 달한다. 대략적으로 추산해보면 이들의 숫자는 3~4만명 정도이며 잠재적인 CD까지 합치며 7~8만명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에는 오프라인에서 실제로 CD들만 출입이 가능한 카페까지 생겼다. 신촌에 위치한 이곳은 겉으로는 주점일 뿐이지만 내부에 들어가면 록카페를 연상시키는 인테리어에 종업원들도 모두 트랜스 젠더들. 처음 들어가면 ‘자신의 성향’을 밝히게 되어 있어 멋모르고 들어갔다가 혼비백산해서 도망가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각자 준비해온 여성의 옷을 갈아입는 드레스룸도 있고 약간의 비용을 지불하면 전담 미용사가 메이크업을 해주기도 한다. 한마디로 이곳은 마음 편하게 ‘변신’을 할 수 있는 곳이고 CD들의 아지트인 셈이다. 이곳에서는 즉석부킹이 비교적 쉽고 빠르게 이뤄진다는 후문. 서로의 내밀한 사정을 잘 아는 터에 거리낌도 별로 없고 이들을 백안시하며 쳐다보는 사람들도 없기 때문에 타인의 눈치볼 필요가 전혀 없다.

저녁이 깊어 가면 ‘댄스파티’가 벌어지기도 하면서 카페는 ‘광란의 시간’으로 접어든다. 이곳을 출입하는 사람들의 직업도 천차만별.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사람에서부터 학생, 평범한 샐러리맨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기혼 남성들도 상당수를 차지한다고 한다. 평소에 억눌러왔던 자신의 본성을 마음놓고 드러낼 수 있기 때문에 이 카페는 상당한 인기를 끌면서 영업을 하고 있다. 특히 이곳에는 외모가 빼어난 CD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자보다 빼어난 몸매와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고 가슴은 ‘뽕브라’로 세웠기 때문에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영락없는 여자라고 한다. 교복·웨딩·캐리어우먼 복장 등 취향도 천차만별여성의 복장이 천차만별이듯이 CD들 역시 자신들이 특별하게 좋아하는 옷들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여학생의 교복만을 전문적으로 사모아서 입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웨딩드레스 마니아도 있다.

특히 투피스정장에 스타킹, 하이힐을 좋아하는 남성도 있으며 소수지만 ‘몸빼바지’에 아줌마 파마 가발을 선호하는 이색적인 취향을 가진 사람도 있다. CD들이 즐겨하는 ‘최대의 이벤트’는 바로 ‘거리활보’. 카페에서 옷을 갈아입고 술을 한 잔 한 채 ‘겁없이’ 거리 활보에 나서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삼삼오오 여관에 모여 여장을 한 뒤 함께 이벤트에 나서기도 한다. 하지만 대낮에는 남자로 오인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이들은 주로 늦은 밤이나 새벽을 이용한다. 일반인들은 ‘그런 짓을 도대체 왜 하느냐’고 질타할 법 하지만 이들이 ‘거리활보’에 쏟는 애정과 관심은 지대하다. 한 CD의 ‘거리활보기’다.“이제 막 거리 활보를 끝내고 집으로 들어와 글을 쓰고 있습니다. 며칠 전부터 이 일만 생각하면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흥분했더랬습니다. 주름치마에 블라우스를 입고 한강변에 나갔었죠. 사람들이 아주 많은 곳에는 못갔구요. 약간 한산한 곳에 가서 마음껏 걸었답니다. 하-, 스트레스도 풀리고 재미있습니다. 다음 번에 또 할 생각에 벌써부터 즐거워진답니다.(후략)…”이들은 이렇게 거리를 활보할 때 진정한 CD로서의 만족감을 얻는다고 한다.

때로 새벽에 거리를 활보하다 보니 때아닌 ‘봉변’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 술에 취한 남성들이 접근해 강제로 추행을 하거나 막무가내로 ‘같이 여관에 가자’고 꼬시는 경우도 있다는 것. 물론 이런 경우 대부분의 여자들은 기겁을 하며 욕을 해대겠지만 CD들은 자신들이 ‘여자’로 대접받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 싫어하지만은 않는다고 한다. CD들은 여장을 하는 것을 ‘업한다’고 표현한다. 자신의 본래의 외모를 ‘업그레이드한다’는 의미로 간단하게 줄인 표현이다. ‘풀업’, ‘세미업’이라는 말들을 많이 사용하는데, ‘풀업’이란 말 그대로 거의 여자의 모습을 한 CD를 말한다. 귀고리와 목걸이는 물론이고 가발에 매니큐어를 바른 후 심지어 속옷까지 모두 여성의 것으로 갖춰야 진정한 의미의 ‘풀업’이 된다는 것. 반면 ‘세미업’은 옷과 가발, 간단한 화장만을 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CD들은 항상 ‘풀업’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신체적인 조건이나 나이 때문에 ‘세미업’ 수준에서 만족하는 부류도 있다. 이렇게 여장을 좋아하는 CD가 있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러버(Lover)’라는 존재도 있다.

이들은 CD들을 여자친구로 사귀고 싶어하는 부류. 유명 CD 사이트인 R사이트에는 여자친구를 찾는 러버들이 올리는 구애의 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부산에 사는 CD찾아요. 진실한 만남을 원합니다.’ ‘섹스까지는 아니고 그냥 터치만 할 CD구합니다. 참고로 전 러버입니다.’ 이들 러버들 역시 겉으로는 평범한 외모와 번듯한 직장을 가지고 있지만 트랜스 젠더와 CD를 여자친구로 사귀고 싶어한다는 점에서 평범하지만은 않다고 할 수 있다. CD들의 이러한 행동들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정신과 전문의들은 ‘성적 취향에 관련된 뇌의 부분이 이상적으로 변형되어 나타나는 변태성향’이라고 지적하는 이도 있고, 일부 문화평론가들은 ‘포르노가 대중화되면서 보다 자극적이고 흥분되길 원하는 사람들이 선택한 최후의 방법’이라는 해석을 내놓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정작 CD들은 그냥 ‘취향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CD사이트의 운영자는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들인데 우리를 일방적으로 ‘다른 사람’으로 취급한다. 우리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은 단지 우리의 취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라고 항변한다. 과연 이들은 ‘치료’를 받아야 할 변태성욕자들인가. 아니면 그저 다소 독특한 취향을 가진 평범한 남성들일 뿐인가.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이들이 사회적으로 범죄를 유발하는 요소는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전형적인 변태성욕자들은 여성에게 무리한 성행위를 강요하고 그것이 사고로 이어져 가끔씩 언론매체에 오르내리기는 하지만 이들 CD들의 행동이 사건과 사고를 유발한 경우는 없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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