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포스코 떠돌던 ‘수장 교체설’힘 실리나

이석채 KT 회장

[일요서울|박수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의 첫 간담회에서 정준양 포스코 회장과 이석채 KT 회장이 빠지게 된 배경에 뒷말이 무성하다. 두 기업이 우리나라 대표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행사에 초청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가 초청 대상을 순수 민간기업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재계에서는 다른 배경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앞서 포스코와 KT는 지난 6월 말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 기간에 동행한 경제 사절단에도 포함되지 않았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달 한 매체가 ‘청와대가 이석채 KT 회장에게 임기 전 조기 사임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하면서 불참 내막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재계 총수 첫 간담회 불참…최대주주 국민연금 탓
BH “순수 민간 기업으로 제한, 특별한 이유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취임 후 처음으로 대기업 총수들과 청와대 오찬 행사를 가졌다.  

이날 오찬 행사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허창수 회장(GS그룹 회장)을 비롯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재성 현대중공업 사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홍기준 한화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참석했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기업들의 숱한 회동 요청에도 ‘형식적인 만남을 위한 자리는 갖지 않는다’는 자세를 유지해왔다. 해외 순방이나 경제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가 있다는 게 이유다. 따라서 이례적인 이번 오찬 회동에 대해 일각에서는 청와대의 공식 입장인 ‘정부와 재계가 손을 맞잡고 하반기 경제 활성화에 나선다’는 뜻과 달리 다른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지금이야말로 각 기업에서 적극적이고 선도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국민이 간절히 바라고 있는 일자리 창출은 정부가 아니라 기업의 의지가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를 인식한 듯 “정부는 경제민주화가 대기업 옥죄기나 과도한 규제로 변질되지 않고 본래 취지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경영권 침해 여부로 논란이 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그 문제는 정부가 신중히 검토해서 많은 의견을 청취해 추진할 것”이라고 말하며 총수들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특히 이날 박 대통령은 정부가 기업의 투자 여건을 만들고 기업 활동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박 대통령은 “기업들이 안심하고 마음 놓고 기업가 정신으로 도전하고 국내외에서 열심히 뛸 수 있도록 모든 장애물과 어려움을 해소하고 법·제도적으로 기업을 뒷받침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또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경제발전을 이끄는 것도 결국 기업이다. 기업인 여러분이 국정의 동반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정부는 기업인이 투자할 여건과 제도를 만들어 투자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이라며 “경제민주화도 결국 경제활성화를 위한 것이고 모든 경제주체가 노력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찬에서 박 대통령은 회장단에게 “평소에 여러 가지 아쉬웠던 부분과 애로 사항은 뭐든지 기탄없이 말해 달라”며 각 총수들에게 직접 발언할 수 있는 시간도 주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박 회장은 ‘통상 임금은 공멸의 문제다’, ‘상공인의 사회적 지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국내 경제 상황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기업들의 연간 투자·고용 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기업 의견에 귀 기울여 주시라”며 “기업 활동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경제 활성화에 앞장설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

6월 대통령 중국 방문 경제 사절단에도 빠져

이처럼 재계 총수들이 자신의 의견을 대통령 앞에서 피력하고 있는 사이 이번 오찬에 참석하지 못한 정준양 포스코 회장과 이석채 KT 회장에게 업계의 시선이 쏠렸다. 지난 6월말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 시 동행한 경제 사절단에 포함되지 못한 데 이어 이번 만찬에서도 초청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재계 6위인 포스코와 재계 11위인 KT 대신 12위인 두산그룹이 초청되는 굴욕마저 겪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초청 대상을 순수 민간 기업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계속해 불거지는 ‘수장 교체설’과 연관된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이번 오찬에 참석한 삼성전자의 경우 국민연금이 최대 주주이고, 포스코는 민영화된 지 벌써 13년에 가까워 외국인 지분이 45%에 이른다. 즉 청와대의 초청 기준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이 회장의 경우 지난달 29일 청와대 조원동 경제수석이 제3자를 통해 박 대통령의 뜻이라며 조기 사임을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온 상황이다. 이에 청와대는 같은 달 29일 조원동 수석에게 확인한 결과 그런 사실이 없었다고 부인했으나 KT 내부에서는 이 회장의 거취 문제가 계속돼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앞서 KT와 포스코가 과거 정권이 바뀔때 마다 수장이 교체된 바 있어 이번에도 교체될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중수 KT 사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했고, 포스크도 유상부 회장과 이구택 회장 등이 정권 출범 이후 자리에서 물러났다.

포스코 관계자는 “청와대가 초청 대상을 순수 민간기업으로 제한했다고 밝힌 것 외에 특별한 이유는 없다”며 “초청된 10대 그룹은 오너 기업들이지만 우리는 전문경영인 체제인 데다 논란이 되는 상법 개정안의 집중투표제 등을 이미 도입해 청와대가 요청할 만한 사안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방중 당시 국빈만찬 불참에 대해서는 “당시에도 오너 기업 위주로 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KT와 포스코의 주주총회가 내년 3월에 예정돼 있는 만큼, 국회 국정감사 기간을 제외하고 내년 초까지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를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soojina602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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