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민감도 최고 변수 등극 광고 제품까지 타격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일간베스트(이하 일베) 커뮤니티 사이트로 인해 유통업계 전반에 불고 있는 아이돌 광고 모델 선호 현상이 역풍을 맞았다. 최근 백화점과 면세점, 오픈마켓 등 이례적으로 아이돌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업체들이 늘어났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옥션이 ‘일베 논란’이 있는 여성 아이돌 그룹 크레용팝을 광고 모델로 선정했다 위기를 겪으면서 업계에서는 기용한 모델이 정치색이 강한 일베 이용자인지에 대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요서울]은 때 아닌 이념논쟁에 휘말린 업계의 현황을 파악하고 유독 유통업계에서 잦은 논란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파헤쳐 봤다.

▲ 오픈마켓 옥션의 광고 모델 발탁 후 논란이 된 아이돌 여성그룹 크레용팝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해결 급급
 업체 자체 검증 필요 목소리 높아져

롯데백화점은 이례적으로 아이돌 그룹인 소녀시대를 광고 모델로 기용해 백화점을 기존의 고급스러운 이미지에서 젊게 변화시켰다. 신세계백화점도 2NE1을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뿐만 아니라 면세점과 오픈마켓 등 유통업계 전반에서 젊은 고객층을 사로잡기 위한 아이돌 모델 기용이 대세로 떠올랐다.

특히 면세점은 외국 관광객이 많기 때문에 영향력이 큰 한류 아이돌 중심으로 모델을 발탁했다. 롯데면세점은 배우 장근석을 비롯해 아이돌 그룹 2PM과 슈퍼주니어, 김현중, 초신성 등을 모델로 기용했고 신라면세점은 동방신기와 f(x)의 빅토리아를, 신세계면세점은 1호 모델로 남자 아이돌 그룹 비스트를 선정했다.

실제로 11번가는 오픈마켓 시장에서 만년 2위였으나 씨스타를 모델로 발탁한 지난달부터 업계 1위로 상승하는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또 다른 만년 2위인 오뚜기도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씨스타 광고 후 시장점유율 1위인 농심을 제쳤다.

한 오픈마켓의 관계자는 “G마켓 모델인 빅뱅은 직접 상품을 구매하고 후기를 올리는 등 적극적으로 홍보활동에 나서 업체 관계자들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하며 아이돌 모델 발탁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고(故)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고 극단적인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커뮤니티 사이트인 일베가 사회 전반의 문제로 불거지면서 일베 이용을 연상케 하는 발언을 하는 아이돌들도 함께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현재 일베는 애초의 단순 정보 공유 커뮤니티의 색은 사라지고 역사 의식 왜곡과 지역감정 조장, 특정 정치세력과 대통령지지와 비하, 여성비하 등이 게시물이 수시로 등장해 사회적인 지탄을 받고 있다.

말 한마디에 ‘일베돌’ 낙인…피해 우려돼

유통업체가 일베 논란에 휘말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 일베 회원이 홈플러스의 일부 매장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사진을 올리면서 큰 파문을 일으켰고, 이마트몰과 롯데아이몰은 일베 사이트에 광고를 올렸다가 뭇매를 맞고 철회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달 옥션이 이른바 일베 용어를 자주 사용해 논란이 된 여성그룹 크레용팝을 모델로 한 CF를 방송에 내보내면서 회원탈퇴와 불매운동이라는 거센 역풍을 맞았다. 결국 옥션은 해당 광고를 잠정 중단해 광고제작비 수억 원을 허공에 날렸고, 기업 이미지 훼손이라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큰 피해를 보았다.

옥션의 한 관계자는 “현재에도 잠정적인 광고 중단은 지속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해 크레용팝과의 계약 파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옥션 측은 “순수한 마케팅 의도로 광고를 제작했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이 많이 당혹스럽다”며 “계약파기, 광고 철회와 관련된 사항들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계속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모델로 기용된 크레용팝은 이번 논란으로 삼성전자의 자사 뮤직 페스티벌 게스트 초청도 취소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옥션은 이번 논란이 일기 전인 지난 7월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희화화한 광고를 내건 판매업체로 인해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일베 사이트 내에서는 ‘민주화’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일베 홈페이지에 ‘가격 민주화’라는 광고를 한 업체의 판매를 옥션이 허용해준 것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해당 업체에 ‘부적합 문구’ 사유로 판매중단 조치를 내렸고 현재까지도 판매 재개 여부는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아이돌을 모델로 기용함으로써 얻는 기대효과보다 위험요소를 감안한 철저한 검증 작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아이돌들의 발언을 ‘철없는 아이들의 말’로 치부하기엔 10대들에게 미치는 정서적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업계에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해결 방법에 의존하고 있다. 옥션의 일베 논란도 아이돌들이 판매 수치로 보여주는 매출 파워 만큼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는 점을 간과한 극단적인 결과로 볼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예인을 모델로 선택하는 것 자체가 이미 위험을 감수한 결정이기 때문에 사건이 터진 후에야 대책을 논의 한다”며 “이번 일베 관련 논란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특별한 지시가 없어 우리 회사의 모델은 구설수에 오르지 않길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그간의 업계 관행을 깨고 고용 기업이 자체적으로 아이돌 모델들의 입단속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아이돌 자체가 유행과 트렌드에 민감할 수밖에 없어 ‘일베’와 같은 커뮤니티 사이트를 유행의 하나쯤으로 가볍게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일베 사이트 내에서는 탈퇴와 불매 운동에 참여한 네티즌을 대상으로 “옥션 탈퇴한 X들 100% 재가입 한다”는 다소 과격한 문구로 “최저가 검색에 옥션이 있으면 탈퇴한 사실도 잊을 것”이라며 이번 논란에 대한 견해를 드러내 옥션에 대한 기업 이미지 실추 지속은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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