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민주주의 원칙과 상식 무시”

[일요서울|안은혜 기자] 7월 21일 진보정의당은 ‘혁신당원대회’를 열어 당명을 ‘정의당’으로 바꾸고 새 대표로 천호선 최고위원을 선출했다. 천 대표는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청와대 홍보수석, 청와대 대변인 등을 지냈고, 국민참여당 최고위원, 통합진보당 대변인 등을 역임했다. 8월 22일 정의당이 국정원 대선 개입을 규탄하고 진상규명을 요구하기 위해 서울광장에 천막 농성장을 세웠다. 천 대표를 만나기 위해 지난달 28일 [일요서울]이 서울 광장을 찾았다. 천 대표는 “지지율 0%에서 다시 시작하겠다”, “10월 재보선 2~3군데에 후보자를 내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특히 국정원 댓글 국정조사 관련 박근혜 대통령의 ‘도움 받은 적 없다’는 반응에 대해 “민주주의 원칙과 상식을 무시하고 있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지지율 0%에서 새롭게 시작하겠다”

다음은 천 대표와 일문일답이다.

“정의당은 진보정치의 마지막 기회”

- 당대표 선출과 함께 정의당으로 당명도 바뀌었다. 신임 대표로서 각오는…
▲이번이 진보정치의 마지막 기회다. 작년 한해 진보정치가 안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10여 년 동안 진보정치가 기여한 바가 있지만 한계에 다다랐다. ‘새롭게 혁신해내지 못한다면 진보정치는 당분간 사라질 것’이란 각오다. 또한 ‘지지율 0%’에서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각오로 출발했다.

- 장외투쟁으로 고생한다. 안철수 의원이나 문재인 의원이 시위나 농성에 소극적이다.
▲민주주의의 기초에 관한 문제다. 다른 정책에 관해서는 타협이나 절충이 가능하지만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국민의 인의(仁義)를 선거에서 왜곡시키는 것은 중대한 범죄이기 때문에 이 문제는 타협할 수 없다. 야권의 시각이나 처지가 다양하겠지만 모두가 힘을 합쳐 싸워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안철수 의원은 새로운 정치방식을 모색하는 중인 것 같다. 꼭 그가 나처럼 길거리에 나와 앉아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함께 강도 높여 진행하고 있으니 안 의원이 이런 방식으로 참여하지 않는다고 비판적인 시각을 갖지 않는다. 만일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처럼 계속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면 안 의원이나 문 의원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계기가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 여야 정쟁 속에 진보 정당의 존재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타개책은…
▲하루 이틀 있어온 일이 아니고 뾰족한 수가 없다. 양당 구조는 나쁘고 다당 구조가 좋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분명 양당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들도 많은데 소선거구제도 등의 정치제도가 양당의 기득권을 계속 보장하게 만드는 것이 문제다. 한 표를 더 얻음으로써 특정 정당이 한 지역을 독점하는 기득권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국민 다수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다. 우리 주체적 노력도 필요하지만 언론이 제1, 제2당 말고 다른 정치세력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100명 넘는 의원을 갖고 있는 민주당도 이런 상황을 잘 돌파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데 작은 정당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

- 재창당 수준의 혁신 위해 정의당은 어떤 변화를 보여줄 계획인가
▲그동안 과도기적 운영을 했다. 진보적 목소리를 높이면서 야권 연대에 기여하기 위해 대선 전 급하게 창당할 수밖에 없었던 한계가 있었다. 당명을 정의당이라고 한 것은 그동안의 진보정치에 대한 오해와 편견들을 극복해 국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정당이 되겠다는 의미다. 전통적인 진보정치 출신이 아닌 내가 당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원들의 혁신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8월 중 인사/조직개편을 완성하고 9월부터 본격적으로 혁신을 추진하고 구체적으로 실천할 것이다. 정당의 변화를 단기간 내에 보일 수 없다. 체감할 수 있는 혁신이 목표다. 본격적인 인재영입은 연말, 연초에 구상하고 있다.
 
- 진보진영의 이전투구 모습에 국민들이 실망했다. 진지한 반성이 없다는 평가도 받는다.
▲통합진보당을 대신해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정의당은 10여년 진보정치의 성과를 소중히 여기지만 반성할 것이 많다고 생각했다. 지난 통합진보당 분열 사태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우리는 ‘서로 잘못했으니 사과하자’는 것이었는데 그쪽은 ‘큰 잘못이 없다’는 입장이라 견해가 나뉘었다.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 인식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함께하기 어려웠다. 진보정의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충분했다 자신할 수 없지만 끊임없는 자기성찰을 했다고 생각한다. 지금부터는 실천으로 다른 모습을 보여줄 시기다.

- 국정원 국정조사를 평가한다면
▲박 대통령이 국정원 선거 개입을 지시했다거나 알고 있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이 박 대통령을 어떤 이유든 도운 것이다. 도움이 당락에 영향을 줬든 안줬든 박 대통령에게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이 있다. 민주주의 원칙과 상식을 무시하는 태도다. 국정운영 능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사법당국의 조치도 필요하지만 민의를 왜곡한 중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국정원을 개혁하겠다는 의지와 더불어 단호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당연하다. 박 대통령이 단호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MB정권의 과오를 봐주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 여당의 사초실종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 책임론에 대해
▲10.4 정상회담 녹취록을 국정원에 남겨두라 지시하고 국가 기록원에 넘기지 않았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 대화록을 국정원에 준 이유는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해두고 없애버리면 아무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증언에 나왔듯 다음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는데 참고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 국정원에 녹취록을 준 것이다. 숨기고 싶고 보지 않기를 원했다면 대통령 비서실에서 녹취를 풀어 대통령 기록물로만 지정했을 것이다. 국정원에 준 이유는 숨길 것이 없다는 것이다.

- 안철수 의원이 ‘야권연대 없다’했다.
▲예상되는 최대 7개 지역 중 수도권 2~3군데 정도 검토 중이다.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작은 정당이지만 상황에 따라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본다. 좋은 후보를 내는 것이 목표다. 연대는 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원할 때 이뤄지는 것이다. 이번에는 연대하기 어려운 조건이 아닌가 싶다. 안철수 의원 세력도 그렇고 다 자기 실력을 가늠하고 싶어 한다. 안 의원이 연대를 아주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분은 아니다. 후보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연대는 무조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 대표님은 민주당에서 국민참여당, 그리고 진보정당으로 옮겼다.
▲민주당에선 내 나름대로 정치개혁을 위해 끊임없이 작은 목소리를 냈었다. 왜곡된 양당 기득권 구조가 아닌 제3의 진보적/개방적/참여적 정당을 만들겠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국민참여당을 만들었다. 상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실패와 시행착오도 있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성공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정의당이 나가고자 하는 방향이 올바른 방향이라 믿고 있다. 서민을 대변하면서 과거의 폐쇄성을 배척하고 양당의 기득권 구조를 깨 나가겠다.

iamgrac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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