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체르노빌 사태?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

▲ <뉴시스>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지난 20일 일본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원전의 지상탱크 주변 웅덩이에서 스트론튬 90 등 베타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물질이 리터당 8천만 베크렐의 극히 높은 농도로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날 도쿄전력은 원자로 냉각에 쓰이는 물을 저장해 두는 1천t 용량의 지상탱크에서 오염수가 유출됐으며 유출량은 약 300t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도쿄전력은 오염수가 지상탱크 부근 배수구를 통해 곧바로 태평양으로 유출됐을 가능성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오염수 누출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며 일본산은 물론 국내산 수산물의 판매량이 급감했다. 학교 급식에 대한 강한 불신도 내보이고 있다. 정부에서 일본산 수산물 방사능검사를 강화한다고 했으나 대다수의 국민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일본산 생태·명태·고등어 판매량 급감… 수산물 구입? ‘NO’
정부 “일본산 수산물 방사능검사 강화” 소비자 “믿을 수 없다”

지난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 미야기 현 센다이 동쪽 179km해역에서 규모 9.0의 초대형 지진이 발생했다. 일본 관측 사상 최대 규모였던 지진으로 인해 1만5878명이 사망하고 6126명이 부상, 2천여 명이 실종되는 인명피해를 입었다. 또 이 지진으로 인해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의 냉각 시스템이 고장 나면서 방사능 물질이 유출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사고 한 달 후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원자력안전보안원은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등급을 국제 원자력 사고 등급의 최고 단계인 7등급으로 상향했다. 동급으로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있다.

방사능 공포

지난 1986년 소비에트 연방 우크라이나 SSR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생한 폭발로 방사능 약 5.3엑사베크렐이 유출됐다. 이 사고로 인해 2만5천 명이 사망했고 43만 명이 피폭 후유증을 겪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사고 현장으로부터 반경 30km이내 지역은 사람이 살 수 없는 통제구역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사고는 체르노빌과 같은 방사능 사고 최고 등급인 7단계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 따른 주민들의 피폭 상태를 조사했던 유리 반다제프스키 박사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체르노빌보다 (피폭)속도가 빠르고 심각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본은 ‘문제없다’는 반응을 보여, 후쿠시마 원전 사고 피해에 대해 축소·은폐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계속적으로 받아왔다. 실제로 지난해 10월에는 일본 방사능 전문가 단체인 ‘시민과 과학자의 내부 피폭 문제연구회’에서 후쿠시마 현에 설치된 문부과학성의 방사능 측정기 수치가 실제보다 10~30%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또 측정기 주변 중 일부 지점은 오염을 제거하기 위해 지표면을 벗겨 낸 흔적이 있어 수치를 낮추기 위해 조작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문부과학성은 “의도적으로 수치를 낮춘 적이 없다”고 설명했지만 의혹은 끊이질 않고 있다.

이보다 앞선 2011년에는 7월 후쿠시마 현이 주민 건강 조사결과를 검토하는 전문가 회의를 앞에 두고 조사결과에 대한 견해를 ‘내부 피폭 정도는 매우 낮다’로 사전 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 건강이 우선

“전 세계의 지원을 받아 복구하겠습니다. 그만큼 중대한 상황입니다.”

지난 24일 아이자와 도쿄전력 부사장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본의 힘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며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동안 잘 수습하고 있다고 말했던 일본이 갑자기 말을 바꾸자 불신이 더욱 커졌다. 거기에 후쿠시마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일본 남서부에서 수입한 수산물에서도 방사능 세슘이 검출되고,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에 유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방사능 ‘공포’가 극대화됐다.

이에 따라 일본산 생태, 명태, 고등어 등의 판매량이 급감했다. 이마트의 경우 8월 수산물 매출은 작년 동기에 비해 7.8% 감소했으며, 명태의 경우 42.8%가 줄었다. 노량진 수산시장 역시 방사능 유출로 인해 손님의 발길이 줄었다.

상인 A씨는 “방사능 오염수 유출이 보도된 후 손님들이 많이 줄었다”며 “일본산 생선들은 물론 국내산 생선들도 안 팔린다. 요즘에는 러시아 같은 먼 바다에서 잡아온 생선들이 더 잘 팔린다”고 말했다.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 때문인지 대다수의 상인들은 ‘방사능’에 대한 이야기를 꺼려했다.

상인 B씨는 “위험할까봐 생선을 피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는 가지만 우리로서는 당장 생계가 막막할 지경”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본 수산물 방사능 오염 공포는 학교 급식에 대한 불신감으로 이어졌다. 급식 식재료에 일본산 수입품이 들어갈 것을 우려한 학부모들은 급식을 거부하고 직접 도시락을 싸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학부모는 “급식에서 생선류가 나오면 불안하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일본산을 사용할까봐 걱정돼서 직접 도시락을 싸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일본산은 물론 태평양 등 먼 바다에서 잡아온 수산물에 대해 방사능 검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검사 횟수도 2배로 늘리고 명태, 꽁치, 가자미, 다랑어, 상어, 고등어 등 6개 수입 어종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주 1회에서 2회로 강화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불안감은 사그러지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의 안일한 태도 때문이다.

현재 미국과 싱가포르, 대만 등에서는 일본 후쿠시마 미야기 이와테 연안에서 잡히는 생선을 전면 수입 금지하고 있는 반면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가 수출금지 하지 않은 품목에 대해서는 수입을 허가하고 있다.

또한 일본산 수입품이 ‘안전하다’며 방사능에 대한 의혹을 ‘괴담’으로 취급하고 있다. 지난 23일 정홍원 국무총리는 “SNS를 중심으로 근거 없는 방사능 괴담이 나오고 있는데 유포자를 강력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직장인 신모(30)씨는 “방사능이 바다에 유출되는 등 심각한 상황인 것 같은데 우리 정부는 괜찮다. 안전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정말 안전하다면 미국이 수입 금지 한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대학생 강모(27)씨 역시 “우리 정부는 일본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것 같다”며 “일본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자국민의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7일 국립수산과학원은 “우리나라 바다는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밝혔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과 공동으로 2011년부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국내 어장과 수산물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우리나라 연근해의 해수를 조사한 결과 방사능 오염수가 해역으로 유입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과학원 관계자는 “최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유출에 따른 우려가 증폭되고 있지만, 방사능 오염수가 해류를 타고 우리나라로 오기까지 5년 정도가 소요된다”며 “그동안 방사능이 희석돼 방사능 유출수의 영향을 극히 미미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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