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참모 “민주당 입당 카드 살아있다” 반발

▲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지난달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방자치 정착 재정분권 확대' 토론회에서 박기춘 민주당 사무총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Ⅰ박형남 기자] “안철수, 민주당 입당 카드는 살아있다”는 얘기가 여의도를 중심으로 회자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 의원 일부 참모들이 이러한 발언을 했다고 한다. 최장집 교수 사퇴 등으로 안철수 신당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아, ‘민주당 입당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안 의원은 “10월 재보선에서 야권 연대는 없다”며 주변의 ‘잡음’을 없앴다. 오히려 독자세력화에 방점을 찍었다. 그런가하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선별적 야권 연대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여야가 안 의원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하는 눈치다. ‘안철수, 민주당 입당론’이 불거진 내막을 들여다봤다.

최장집 이탈 + 인재영입 난항 + 지지율 하락= 민주당 입당 카드 제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직을 사퇴한 뒤, 참모들 사이에서 ‘안철수, 민주당 입당 카드를 검토했다’는 얘기가 여의도를 중심으로 퍼졌다. 공교롭게도 이는 안 의원이 ‘야권 단일화는 없다’는 발언을 하기 전 나온 말이다.

安 내부서 민주당
입당론 제기

지난해 대선 때 안철수 캠프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최 교수 사퇴 등으로 안 의원의 리더십이 논란이 됐다. 그리고 ‘안철수 신당’에 대한 비관적인 여론이 강해지면서 참모들 사이에서 독자세력화를 할 수 없다면 그 대안으로 ‘민주당 입당’도 새정치를 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 아니라는 말들이 오갔다”며 “안철수, 민주당 입당론도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안 의원 참모들 사이에서 검토됐던 사안”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인재영입 등이 지지부진함에 따라 민주당 안에서 민주당을 바꾸고, 문재인 의원 및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대권 경쟁을 통해 ‘차기 대권 후보’로 자리 잡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며 “민주당 입당이 안 의원에게 손해가 될 수도 있겠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차선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민주당 안팎에서는 ‘안철수 입당론’에 대한 얘기가 꾸준히 제기됐다. “같은 편끼리 당에 입당해 힘을 합치자”는 논리였다. 지난 대선에서도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과정에서 안철수 민주당 입당에 대한 얘기가 오고 가기도 했다.
그렇다면 10월 재보선을 앞둔 시점에서 안 의원 참모들이 ‘민주당 입당론’을 꺼낸 것일까. 멘토들의 이탈과 인재영입 한계, 그리고 지지율 하락 등 을 손꼽을 수 있다.
과거 이인제의 국민 신당, 정몽준의 국민통합21, 문국현의 창조한국당의 공통점은 지역이 아닌 인물에 기반을 둔 정당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인물이 하나둘씩 떠나면서 당은 사라졌다. 안 의원도 인재 영입에 힘을 쏟고 있지만 영입이 쉽지 않은 이상 ‘안철수 신당’도 성공할 수 없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영입대상 1호’였던 최 교수, 그리고 윤여준 전 장관, 법륜 스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안 의원 곁을 떠났다.
여기에 인재 영입에 대한 뚜렷한 결과물이 없다. 현재까지 재보선이 확정된 지역은 새누리당 출신인 무소속 김형태 전 의원의 당선 무효형으로 무주공산이 된 경북 포항남·을과 새누리당 고희선 의원의 별세로 공석이 된 경기 화성갑 등 총 2곳이다. 여기에 2심까지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곳은 경기 평택을과 수원을, 인천 서·강화을과 계양을, 충남 서산·태안, 전북 전주·완산을, 경북 구미갑 등 최대 7곳을 포함해 9곳에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안 의원 측이 모든 지역에서 후보를 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또 전주·완산을을 제외하면 대부분 새누리당 강세지역이라는 점에서 안 의원 측이 영입한 인사들의 ‘승리’를 보장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안 의원 측도 이러한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 의원 측 한 인사는 “함께 하겠다는 사람은 많으나 안 의원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을 찾아 영입하기는 힘들다. 그리고 영입하려는 인물들은 ‘10월 재보선 승리’를 담보로 함께 하겠다는 이들이 많아, 현재 인재영입은 답보상태”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향후 좋은 인물들을 영입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 외에도 안 의원의 지지율이 흔들리면 신당 창당이 힘들다는 것도 ‘민주당 입당론’이 불거진 이유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가 지난달 27일 전국 성인남녀 1070명을 대상으로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신당을 창당한다면 현재 지지하는 정당에서 안철수 신당으로 지지 정당을 바꿀 생각이 있는가’라고 물은 결과 57.1%가 ‘지지 정당을 바꿀 생각 없음’, 20.2%가 ‘좀 더 지켜본 후 판단’, 19.5%가 ‘지지 정당을 바꿀 생각’이라고 답했다. ‘잘 모름’은 3.2%였다.
이는 지난 6월 27일 전국 성인남녀 1060명을 대상으로 한 같은 조사와 비교할 때 ‘지지 정당을 바꿀 생각 없음’은 2.5%, ‘좀 더 지켜본 후 판단’은 0.4% 오르고 ‘지지 정당을 바꿀 생각’은 3.5% 떨어졌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안철수, 민주당 입당 카드’가 안 의원 측 내부에서 나왔다.

지금도 입당 카드
살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의원은 참모들의 제안을 보기 좋게 거절했다.
안 의원은 지난달 26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야권 연대 없이 좋은 성적을 내겠다”며 “전 지역은 아니더라도 적합한 분이 있으면 후보를 내려고 한다. 유권자들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입장에서 4·24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때와 같이 하겠다”고 야권 연대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어 “선거운동원으로 등록해 제 선거처럼 열심히 뛰겠다”며 “(인재 영입에 대해선) 물은 어느 순간 끓는다”고 덧붙였다. 안 의원은 새 정치 구상을 통해 독자세력화에 나섰다는 입장을 단호히 했다. 10월 재보선에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이에 대해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안 의원은 진검승부를 택했다. 새로운 정치판을 짜고 싶어 한다. 이왕 정치를 할 거면 정당을 만들어 국민들에게 제대로 평가를 받고 싶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며 “10월 재보선이 안철수 신당 창당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안 의원이 10월 재보선에서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을 경우 안 의원 참모들은 물론 민주당으로부터 ‘민주당 입당’에 대해 강하게 압박받을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도 ‘입당’카드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안 의원의 민주당 입당론은 여전히 수면 바로 밑에 잠복해 있을 수밖에 없다.
한편 여권 일각에서는 안 의원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야권 연대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새누리당 중진 의원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10월 재보선에서는 야권 연대가 성사되지 않겠지만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선별적으로 야권 연대가 이뤄질 것”이라며 “수도권, 호남 등에서는 민주당과 대결하겠지만 PK(부산·경남) TK(대구·경북) 지역에서는 야권 연대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도”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