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대치정국에서 갈 길을 못 찾아 아예 노숙정치로 돌입했다. 출구가 없으니 천막 안에서 먹고 자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 강온파간 충돌까지 불거져 당론이 없는 상태가 돼버렸다. 경색 정국을 더욱 얼어붙게 만든 것은 민주당 국정조사 특위위원들의 ‘3.15 부정선거’ 언급이었다. 온건파의 출구 조바심을 의식한 강경파의 의도적 발언이었을 것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선거기획을 총괄해 일등공신으로 평가 받았다. 김대중 대통령은 그를 대통령 정책기획수석비서관으로 발탁했고, 노무현 정부 시절엔 열린우리당 전략기획위원장과 원내대표를 역임했다. 이때 그에 대한 정치적 평가는 ‘전략 정치인’ ‘협상과 타협의 정치인’이었다.

그는 지난 5.4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뒤 “원칙 없는 포퓰리즘, 과거의 낡은 사고에 갇힌 교조주의와 과감한 결별에 나설 것”이라고 힘주어 외쳤다. 그는 “민주당의 영혼만 빼고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김한길 발언은 그의 이력과 오버랩 돼 당 안팎의 환영을 받았다. 그런 그가 지금 장외에 나서 있다. ‘노숙투쟁’ 돌입을 선언해 강경파에 휘둘리는 처지를 완연하게 나타냈다.

전병현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지난주 ‘중국말광(中國末廣·주중 국회·주말 광장)’을 말했다가 ‘빈손 회군’은 안 된다는 강경세력의 비판에 갇혔다. 당내 ‘친 노무현계’ 사이에선 “김 대표가 새 이슈를 못 만들고 여당에 끌려 다닌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당내에 이렇다 할 ‘내사람’이 없는 김한길 대표로서는 리더십 발휘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얼마 전 그의 몸무게가 5킬로나 줄고 치아가 흔들려 임플란트 치료를 해야 한다는 근황이 알려졌다. 야당 정치의 장외투쟁은 의회 작동시스템이 청와대의 압박으로 정상 가동이 안됐던 시절의 투쟁 방식이다. 국회선진화법 통과로 여당의 법안단독처리가 사실상 불가능 해졌고, 상대적으로 야당의 힘이 커진 오늘의 국회가 장외투쟁을 해야 할 명분이 암만 봐도 없어 보인다.

그래서 이번 민주당 거리투쟁은 여당보다는 안철수 공포를 느껴서 당내 결속을 꾀한 것으로 평가절하 된 바다. 김한길 대표가 노숙 농성에 돌입하면서 “집 사람에게 장기 외박 허락을 받았다”고 했다. 국민 대부분이 호응치 않는 노숙투쟁을 아내에게서만 허락받아서 어쩌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제1야당 대표가 주체성을 상실하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매달리는 모양새가 짜증스럽기까지 했다.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김한길의 정치실험이 노숙투쟁으로 제2막을 맞고 있으나 몸무게가 급격히 빠지고 치아가 내려앉는 건강 적신호처럼 그의 정치실험에 적신호가 작동하고 있다. 그가 다시 손잡은 통합진보당 내부는 60년만의 국회 프락치사건까지 터져있는 마당이다. 전병현 원내대표가 “남북정상회담 회담록 국면에서 ‘스텝’이 꼬이면서 힘들어졌다”고 한 말은 문재인 말만 듣고 남북정상회담록을 공개하자고 했다가 줄곧 수세에 몰렸다는 의미다.

나무 꼭대기까지 오르도록 만들어놓고 밑에서 흔들어 대면 튼튼하게 버틸 가지 없이는 땅바닥에 떨어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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