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재산 대부분 전씨 비자금 유입 의혹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지난 7월부터 시작된 검찰의 전두환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가 처남, 조카, 사돈을 거쳐 이제 전씨 아들들을 겨냥하고 있다. 그동안 검찰은 압류 등을 통해 소기의 성과도 거뒀다. 하지만 추징금 납부를 둘러싸고 전씨 가족들 간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여러 매체를 통해 납부의견이 모아졌다고 하는 등 변화의 조짐도 있으나 검찰에 추징금 납부에 관해 구체적으로 밝힌 내용은 없는 상태다. 본지에서는 지금까지 밝혀진 전씨 일가 재산을 정리해 보고 새로운 의혹에 대해 알아봤다.

검찰 칼날에 휘청, 상인들 소송에 흔들

전두환·이순자

가진 것 없는 전직 대통령 부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직접 소유한 재산으로 특별히 알려진 것은 없다. 과거 29만 원 발언 이후 전 국민의 놀림거리가 됐음에도 가진 돈이 한 푼도 없다고 말할 정도다. 부인 이순자 여사는 최근 검찰이 30억 원의 연금보험을 압류하며 재산 내역이 공개됐다. 과거에는 40억 원으로 평가 받은 연희동 자택이 전부였다. 연희동 자택은 전씨가 월남 파병됐을 때 이 여사가 직접 지었다. 1983년 20억 원이었던 것이 근래에 들어 40억 원까지 올랐다.

처남 이창석

물려 받은 재산 2000억

최근 구속된 이창석씨는 전씨의 처남이다. 선친인 이규동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관리하며 동시에 전씨의 금고지기 역할을 했다. 이씨는 현재  부친의 호를 딴 ‘성강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있다.
구속에 앞서 압수수색을 통해 수집된 물품 중에서는 전씨 아들들의 재산 배분에 관한 문건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조사에서는 실질적으로 전씨의 비자금을 관리했음을 일부 시인했다.
이씨는 전씨 차남 재용씨와 함께 1975년 9월 설립된 삼원코리아 대표를 맡고 있다. 서초동에 위치한 삼원코리아는 가전제품 및 부품 도매업을 하는 회사로 알려졌다. 삼원코리아의 자산가치는 약 200억 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씨는 재용씨가 운영하고 있는 부동산 회사 비엘에셋에도 200억 원의 차입금을 빌려준 상태다. 
이밖에 이씨는 강원도와 제주도에 60억 원 규모의 콘도를 갖고 있으며 오산시 양산동 땅 5곳을 매매하거나 양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산동 땅은 재용씨 등에게 매매됐는데 불법증여로 의심받고 있는 상태다.
한편 이씨는 지난 7월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유산을 계속 소유했으며 1000억~2000억 원은 된다”고 주장했다.

장남 재국

시공사·허브빌리지 등 총 재산 천억

전씨의 장남 재국씨는 시공사 대표다. 1989년 2월 설립된 시공사는 도서출판·판매 사업을 하는 복합미디어기업이다. 최근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시공사는 지난해 매출 약 442억7710만 원, 영업이익 30억980만 원을 기록했다. 시공사의 자산은 290여억원, 시공사 관련 부동산은 500여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재국씨는 2005년 딸과 아내 명의로 경기도 연천군 일대 땅 5만여m2을 매입해 허브빌리지를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허브빌리지 자산가치는 약 250억 원이다. 또 최근에는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운영하는 것이 알려졌다. 약 30억 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차남 재용·박상아

불법 대출·투자 의심 받는 부부

재용씨는 검찰의 비자금 수사가 시작되면서 소환조사 1순위로 꼽히고 있다. 형인 재국씨에 비해 운영하고 있는 회사의 실체와 성과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창석씨로부터 오산 땅을 불법 증여받은 사실과 운영하고 있는 비엘에셋이 저축은행에서 대출받은 250억원도 불법성 시비가 있어 검찰이 수사와 함께 해당 저축은행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이밖에 재용씨는 시공사 주식 15억 원 외에도 시공사 서울사옥과 이태원 빌라 3채를 보유하고 있다. 각각 50억, 90억 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검찰은 재용씨가 소유한 167억 원 규모의 국민주택채권도 의심하고 있다. 이 채권을 매입한 비용도 전씨의 비자금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편 재용씨는 비엘에셋에서 보유한 서소문동의 이른바 ‘전두환 타운’과 관련해 상인들과 소송을 벌이고 있다. 당초 비자금 수사가 진행되기 전 재개발과 관련해 건물에 입주한 상인들에게 점포를 비워줄 것을 요구했으나 지금은 반대로 조금 더 남아 달라고 하고 있다. 이유가 상인들에게 줘야 할 보증금을 줄 여력이 없어서라고 전해졌다. 결국 상인들은 재용씨를 상대로 보증금 반환 소송을 벌이고 있다.
재용씨 부인 박상아씨도 최근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 검찰은 이미 박씨 어머니에 대한 소환조사를 마친 상태다. 박씨는 미국 애틀랜타와 로스앤젤레스에서 샀던 고급 주택의 자금 출처를 의심받고 있다. 또 2003년 미국 H마트에 5억 원을 송금한 내역도 의심받고 있다. 당시 송금 전표에는 ‘H마트 투자명목’이라고 명시되어 있었다고 전해졌다.

삼남 재만·딸 효순

1000억 규모 와이너리 인수금 의심

재만씨는 한남동에 100억원대 빌딩을 갖고 있다. 또 미국에서 1000억 규모의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다. 해당 와이너리는 2009년 약 197억 원에 인수했는데 인수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재만씨 역시 시공사 주식 15억 원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서경대학교에 휴직계를 낸 딸 효선씨 역시 시공사 주식 15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또 안양시 관양동 일대 8000평이 넘는 임야와 단독주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양동 땅은 1989년 야당 의원이 전 전 대통령의 은닉 재산으로 지목한 지역이기도 하다. 검찰은 최근 연희동 빌라를 압류했다.

이택수·이재홍

새로운 비자금 관리인 등장

검찰은 최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씨 사저 가운데 정원으로 쓰고 있는 453㎡에 대해 압류 신청을 했다. 이 땅은 전씨 개인 비서 노릇을 해온 이택수씨 명의로 돼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이씨 명의의 이 땅이 실제로는 전씨 일가 땅으로, 전씨의 비자금으로 구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전씨 일가가 이씨한테 이 땅을 판 것처럼 꾸며 땅 매입 자금의 출처를 세탁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한편 29일 다시 검찰에 소환된 전씨 누나의 아들 이재홍씨는 문제가 되고 있는 한남동 토지를 재국씨 지시로 구매했다고 진술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