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이 실제로는 이석기 당이고 이정희 대표는 ‘얼굴마담’이라는 말은 지난 4·11총선을 통해 이석기 국회의원이 의정단상에 등단하면서 곧바로 나온 얘기였다. 김미희, 김재연 두 의원이 이석기를 맹종한다는 얘기도 함께 퍼졌다. 국회의원 이석기 등이 필사적으로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 출세욕과 명예욕 때문이 아닐 것이라는 판단을 많은 사람들이 하면서도 그 실체적 움직임이 구체적 내란음모까지 일 줄은 생각 못했을 것이다.
결국 작년 대선 때 통합진보당이 먹튀한 27억원의 돈이나 작년 총선 후 분기별로 받은 100억 대에 가까운 정당 국고보조금과 앞으로도 통합진보당이 존재하는 한 19대국회 임기 끝날 때까지 계속 받게 될, 국고금 전액이 반국가, 반체제 투쟁자금인 것이다. 통진당 노선을 보다 못해서 뛰쳐나간 심상정 의원이나 유시민 전 의원을 ‘종파분자’로 몰며 혁명과 반혁명 세력의 치열한 전쟁으로 규정한 그들 세력의 목표 지점이 어딘지가 확연해졌다.
이들 집단이 이처럼 탄력을 받고 명색이 대한민국 제2야당으로 부상케 된 것은 두말할 여지없이 천하가 다 아는 대로 민주당의 혁혁한(?) 공로 덕이었다. 민주당이 변화를 외치며 거리로 뛰쳐나가 노숙투쟁을 벌여도 시민들 반응이 차갑기만 한 이유가 통합진보당을 반석위에 올려놓은데 따른 냉기류 때문이라는 생각은 안 해봤는지 모르겠다.
민주당이 작년 ‘야권연대’를 위해 통진당에 장관직 배분까지 논의했다는 대목에서는 기가 막혀 말조차 잊을 지경이다. 소위 ‘연대’ 야합으로 당선된 통진당 모지역구 출신이 북한 김정일 사망에 ‘장군님 상중(喪中)’이라 술은 자제하자고 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벌써 민주당의 통렬한 반성이 이루어져야 마땅했다. ‘종북’은 진보세력 내부가 만든 말이다. 끝내 진보로 위장한 가짜들이 과거 민주화세력을 농단하고, 진보논리에 달라붙어 기생한 실체가 백일하에 모습을 나타낸 것이 현 이석기 사태다.
64년 전인 1949년 봄 박헌영이 이끄는 남로당 국회 프락치 사건이 일어났다. 국회부의장까지 포함된 13명 의원들이 검거돼 모두 징역12년까지의 실형을 선고 받았으나 항소심 계류 중에 6·25전쟁이 터져 다함께 사라졌다. 이들이 검거되자 박헌영은 김일성에게 남침해오면 50여만의 남로당원과 민중들이 봉기할 것이라고 호언했다. 이 거짓호언이 나중에 김일성이 박헌영을 숙청 처형시키는 빌미가 됐다.
지금이라고 이런 북한의 오판과 경거망동을 획책하지 못 할일이 없다. 북한이 지난 3월 정전협정 무효화를 선언한 마당이고, 이석기 등이 이를 곧 전쟁개시라고 화답한 터다. 노무현 정부 때 여러 명목으로 사면복권 받은 국가보안법 위반자 등 대공사범이 가석방자를 포함해 수천 명에 달한다. 이 사람들 대부분이 전향을 거부했다는 점에서 볼 때 어디서 뭘 하고 있었는지를 유추하기란 어렵지 않다. 민주당이 1차적으로 국민 앞에 통렬하게 반성문을 써야 하는 이유가 이에서 부터이다.
국민 지지도가 낮은 야당의 강경 투쟁은 여권세력의 무시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야당의 강력한 힘은 유권자들이 유권자들을 위해서 부여한다. 옳은 판단을 하지 못하는 야당이 지지율을 끌어올릴 방법 자체가 없는 것이다. 2010년 야권연대로 통진당이 꿰찬 지자체 산하 공공기관 단체의 위원장, 대표, 상임이사 자리숫자가 충격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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