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해체 수순…울산연합 위험하다?

국정원, ‘RO산악회’ 민혁당 재건 후신으로 파악
이석기 김재연 김미희 정조준 이어 김창현도…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 음모’ 파문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이 의원이 깊숙이 관여한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산악회’ 관련자들이 북한과 접촉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부터다. 이 사건은 지난 5월 12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종교시설에서 지하혁명조직 RO 조직원 130여 명과 비밀회합을 갖고 총기 소유를 지시하고 통신·유류시설 등 국가기간시설 파괴와 인명살상 등을 모의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여기에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총기 탈취와 시설 파괴에 대해 농담”이라는 발언으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RO산악회는 ‘민혁당 후신’이라는 점에서 사건 불똥이 통합진보당 정파 내부로 튈 조짐마저 일고 있다. 이석기 내란 음모 사건의 핵심 뇌관 및 숨겨진 또 다른 시한폭탄을 짚어봤다.

지난 4일 열린 본회의에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후 이 의원을 비롯한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통합진보당 이석기 내란 음모 사건은 통합진보당을 코너로 몰고 있다.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산악회’ 중심에 통합진보당 핵심 인사들이 연루되어 있기 때문이다. RO산악회는 이 의원을 정점으로, 경기동부·경기남부·경기중서부·경기북부 등 4개 지역별 권역과 ‘중앙팀’ ‘청년팀’의 조직 체계를 갖추고 있다.

지난달 30일 구속된 홍순석 진보당 경기도당 부위원장은 중서부 지휘책,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은 남부 지휘책을 맡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통합진보당에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총기 탈취·시설 파괴 발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아이들까지 데리고 올 정도로 건전한 당원 모임이었다”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정원은 이 의원을 RO산악회 총책으로 지목하고 김재연·김미희 의원 등 RO조직원 130명이 내란음모 혐의에 가담했다는 것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국정원은 김재연·김미희 의원이 지난 5월 곤지암과 합정동 RO산악회에 참석한 사실을 진술과 사진을 통해 확인했다며 조만간 소환할 계획이다.

RO산악회 조직원 130명 중 90여 명의 신원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90여 명은 대부분 통합진보당 당원으로 통합진보당 보좌관 6명, 경기도의원 2명, 경기지역 시의원 3명 외에도 지방의원, 기초단체장, 기초단체 산하의 각종 기관에 진출한 인사들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통합진보당 NL 핵심
4개 세력 있다

사실 통합진보당 내 정파는 크게 경기동부, 울산연합 등에 속한 인사들로 1997년 NL의 핵심 리더들이 각자도생한 뒤에도 유지됐다. 전국연합 출신들은 민주노동당을 거쳐 현재 통합진보당에서 활동하고 있다. 전국연합 출신은 크게 경기동부연합과 울산연합, 인천연합, 광주·전남 연합으로 분류된다.

통합진보당 한 당원은 “‘경기동부연합’이라는 표현은 실제 전국연합에 참가한 사람들 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경로로 경기동부연합 출신 인사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이룬 NL계열 인사들을 지칭하는 표현”이라며 “2006년부터 민주노동당의 당권을 쥐고 있었으며, 2012년 7월 강기갑을 대표로 하는 통합진보당 2기 지도부가 구성되기 전까지는 언론을 통해 ‘통합진보당 당권파’로 소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동부연합의 주축세력은 하영옥, 이석기 등이 중심이 된 민혁당 출신 인사들, 한국외국어대학교 용인캠퍼스 출신 인사들, 성남지역의 재야세력, 한총련, 한대련 출신 운동권 학생들이다. 광주전남연합 역시 경기동부연합과 행동을 같이했다”고 덧붙였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 경선 논란을 통해 경기동부연합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민혁당의 중심 인사였던 하영옥이 경기동부연합의 중심인물로 제기됐고, 주요 인물로는 이정희 대표, 이석기, 김재연, 오병윤, 김선동 의원 등이 있다는 게 한 당원의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또 “울산연합은 부산연합과 함께 그룹을 형성하고 있으며, 경기동부연합을 중심으로 한 구당권파와 혁신파 사이의 중간파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통합진보당 출범 과정에서는 경기동부연합과 함께 국민참여당과의 합당에 찬성했다. 주요 인물로는 김창현 전 울산 동구청장, 민병렬 통합진보당 최고위원 등이 있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은 이 의원을 주축으로 결성된 RO산악회에 통합진보당 핵심 인사들이 가담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보고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RO산악회가 경기지역을 넘어 전국화한 흔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공안당국은 김홍렬 통진당 경기도당 위원장이 당시 “(이석기) 대표님을 중심으로 한 일심단결의 ‘경기도 대오’가 가장 선두에서 현재 전개되고 진입한 반미 대결전이 반드시 승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던 것.

 이석기-김창현 인연
‘울산연합’ 예의주시

더구나 국정원은 RO산악회가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재건 조직의 후신이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민혁당은 ‘강철서신’의 저자 김영환씨가 1989년 당시 NL계열 운동권이었던 하영옥, 이석기 등과 결성한 ‘반제청년동맹’이다. 김씨는 1991년 강화도에서 북한 잠수함을 타고 황해도 해주에 도착한 뒤 헬기로 묘향산으로 이동해 김일성 주석을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김씨와 하부조직이었던 전북위원회는 조직적으로 전향했고, 김씨와 함께 민혁당을 이끌던 하씨는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이석기 당시 ‘민혁당 경기남부위원장’과 함께 전향을 거부하고 이른바 ‘민혁당 재건파’를 구성했다.

이후 1998년 민혁당에 대한 국정원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이 의원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으며 수년간 도피생활을 했고, 2002년 5월 체포된 뒤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뒤 2003년 8월 광복절 특사로 가석방됐고, 국정원은 이 의원이 이 시기에 자신이 위원장으로 활동하던 경기남부 조직원들을 결집해 RO산악회를 결성했다고 보고 있다.

더욱이 이번 선거에 울산에서 통합진보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김창현 전 통합진보당 울산시당위원장이 바로 이 조직의 ‘경남위원장’이었다.

이 의원과 김 전 위원장의 이러한 관계로 인해 정치권에서는 이석기 사건과 김 전 위원장을 연결시키려는 모습이다. 특히 새누리당에서는 울산시당에서는 특정인물까지 거론하며 ‘통합진보당의 아지트’라고 밝힐 정도다.

새누리당 울산시당은 지난 2일 성명을 통해 “통합진보당의 심장부가 울산이고 이는 곧 울산의 안방까지 간첩과 적화세력이 들어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그동안 울산시민의 사랑을 받은 통합진보당은 시민을 더는 우롱하지 말고 정체성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어 “이번 사태에 대해 김 전 울산시당위원장 등은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통합진보당은 진보와 민주의 가면을 벗고, 민얼굴을 시민에게 보여야 한다”며 “이 의원에 대한 국가정보원과 검찰의 혐의 내용은 충격적이다. 애국가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모인 통진당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인정하는지 대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통합진보당은 “명백한 명예훼손이며 허위사실 유포“라며 강력 반발, 검찰에 고소·고발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정원은 김 전 위원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을 제2의 민혁당 사건으로 보고 있는 만큼 김 전 위원장이 이 의원 사건과 연루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통합진보당 핵심인사들까지 직·간접적으로 RO산악회와 연루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내란 음모’ 사건은 급기야 통합진보당 전역으로 향하면서 ‘통합진보당 해체론’이 탄력을 받고 있다. 과연 국정원의 승부수가 이 의원에 이어 ‘대어’ 사냥에 성공할 수 있을지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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