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권 인사 머리 위에 한랭전선…사퇴설 흘리며 ‘정조준’

측근-원세훈·박영준·장석효 ‘구속’, 친인척-조석래 ‘출금’
외압설 시달린 장태평·정정길 ‘사퇴’ 이석채 정준양 ‘버티기’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이명박 대통령 친인척 그룹의 핵심으로 꼽히는 인물인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세금 탈루 혐의가 포착되면서 MB 사람들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국세청은 이들을 예의주시하며 검찰 고발 여부 등 후속 조치를 할 계획이다. 그뿐만 아니라 사정 당국은 비리수사, 청와대는 사퇴설을 흘리며 MB인사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 불똥이 MB인사들에게 튈 수 있음을 예상케 한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애물단지’ 취급을 받으며 각종 구설에 휘말리고 있는 전 정권 인사들의 근황을 살펴봤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박영준 전 차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조석래 회장은 대규모 차명재산을 불법적으로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조 회장의 차명 재산을 확인했고, 분식회계 등을 통한 거액의 탈세 혐의를 포착했다. 따라서 조 회장을 출국 금지시켰고, 조 회장의 차명재산 관리인인 고모 상무, 분식회계로 거액 탈세를 주도한 이상운 부회장도 출국 금지됐다.

사정 당국 MB맨 정조준 “이래도 안나가?”

MB 친인척 그룹의 핵심인 조 회장이 출국 금지되면서 MB 사람들도 ‘좌불안석’이다. 박근혜 정부가 전 정권 인사들을 겨냥하고 있다. 각종 구설에 오르내리는 비운의 MB 사람들은 한둘이 아니다. ‘정권이 바뀌면 전 정권 핵심 인사들은 쇠고랑을 차거나 각종 구설에 시달린다’는 말대로 가시방석이다.   

‘MB 사람들’ 중 엄동설한을 보내고 있는 대표적인 인사는 박영준 전 차관이다. 박 전 차관은 이상득 전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외곽캠프인 안국포럼을 꾸렸다. MB정권 시절 ‘왕차관’으로 불리며 지식경제부 2차관으로 자원외교에 힘썼다. 

박 전 차관은 이 전 대통령이 무척 아꼈다고 한다. 그만큼 ‘MB정권의 핵심 중 핵심’이었다. 새누리당 권력투쟁을 통해 애정을 엿볼 수 있다.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이 권력사유화를 신랄하게 비판했을 때 박 전 차관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런 그가 민간인 불법사찰을 지시하고 파이시티 인·허가 알선과 관련해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과 추징금 1억9478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황보연 전 황보건설 대표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박근혜 정부 출범 후 구속됐다. 문제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김중겸 전 한국전력공사 사장 선임에 개입했다는 정황도 속속 포착돼 앞날이 밝지 않다는 것.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한반도 대운하 TF 팀장을 맡았던 장석효 한국도로공사 사장도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은 4대강 사업 관련 설계용역을 수주했던 설계·감리업체 유신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1억 원에 가까운 금품을 받은 혐의다.

MB 사람들의 비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MB정권 초기 농림부 장관을 지낸 장태평 한국마사회장이 사퇴했다. 장 회장은 “개인적 이유”라고 밝혔지만 임기가 1년 2개월 남아있어 마사회 안팎에선 외압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대통령실장을 지낸 정정길 한국학중앙연구원장도 사퇴했다. 내년 4월이 임기인 정 원장은 한국학 프로젝트에 상당한 의욕을 보였으나 끝내 정권의 외압을 버티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홍사덕·김병호 영입불구, KT상황 녹록지 않아

정권 차원의 사퇴 압박에 시달리는 대기업 회장도 있다. MB정부 코드인사로 유명한 KT 이석채 회장은 정권으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그와 관련한 비리 의혹이 담긴 보고서 형식의 문건이 청와대를 비롯한 사정기관 주변에 나돌고 있다. KT를 향한 검찰 수사가 진행될 것이란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이 제3자를 통해 이 회장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그나마 KT는 친박계 좌장 역할을 했던 홍사덕 전 의원과 박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김병호 전 의원을 자문위원으로 영입해 버티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하루가 다르게 사퇴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것.

최근에는 사퇴설을 두고 이 회장이 KT가 수원에 야구장을 설립, 야구 발전에 힘을 쏟겠다는 이유를 들어 ‘경기도 수원 공천 요구설’을 비롯해 지방선거 공천을 요구했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청와대에서 이 회장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버티고 있다는 설도 제기됐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권 안팎에서는 이 회장을 낙마시키기 위해 ‘KT 이석채 사퇴,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는 말을 흘리며 이 회장 흔들기를 본격화 할 것으로 보인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도 마찬가지다. MB정부의 영향력을 등에 업었던 정 회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정치권 인사들이 정 회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을 직·간접적으로 내비칠 뿐 아니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선 ‘포스코 개혁 방안’을 내세워 정 회장을 사퇴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 회장은 박근혜 정부의 여러 행사에 초대받지 못했다. 최근에는 국세청이 세무조사까지 착수하면서 정 회장에 대한 사퇴를 종용하고 있다는 설에 설득력이 높다.

실제 국세청은 지난 3일 포스코의 3대 핵심시설을 압수수색했다. 포스코 측은 “통상적인 세무조사”라고 말하지만 그동안 포스코센터와 포항본사만 해온 데 비해 이번에는 광양제철소와 정 회장의 집무실까지 압수수색했다. 이는 정 회장에 보낸 사퇴 메시지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구나 일부 매체에서는 ‘정 회장이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 명예롭게 은퇴하는 길을 택하겠다’고 말했고, 심지어 지난 10일 저녁 내부 임원들에게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는 보도까지 잇따랐다.

친이계, 집 팔거나 파산 위험까지…

한편, 친이계 인사들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 2010년 “반미 투쟁 등 노조의 역할을 벗어난 불법행위를 하고 있다”며 전교조 소속 교사 명단을 공개했던 친이계 전·현직 의원들은 전교조 조합원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배했다.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은 조 전 의원 등은 16억4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것.

특히 조 전 의원은 다른 소송까지 포함해 모두 9억 원을, 명단 공개에 동참한 새누리당 김용태·정두언 의원과 김효재·박준선·장제원·정진석·정태근·진수희·차명진 전 의원 등은 모두 8억1000여만 원을 공동 배상해야 한다. 이 중 일부 인사들은 배상 판결로 파산 상태에 내몰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 전 의원은 파산 신청을 생각하고 있고, 일부 친이계 전직 의원들은 집을 팔거나 다른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7122love@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