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ㆍ광주…지역은행 인수전 향방은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우리금융그룹 민영화라는 큰 퍼즐의 첫 조각이 맞춰지고 있다. 가장 먼저 매각대에 오른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예비입찰에는 지난 24일 각각 4곳과 7곳의 후보들이 몰렸다. 이번 입찰에는 예정대로 인수전에 참여한 곳이 대부분이지만 예상 밖의 후보가 등장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신한금융지주와 IBK기업은행이 바로 그 후보들이다.

예상보다 흥행 “본입찰까지 버텨야 산다”
애꿎은 신한ㆍ기업…금융당국 입김 여부는

사실 주목받는 후보들은 정해져 있었다. 그럼에도 경쟁은 여전히 치열했다. 경남은행 예비입찰에는 경남ㆍ울산지역 상공인들을 주축으로 한 경은사랑컨소시엄을 비롯해 BS(부산은행)금융지주, DGB(대구은행)금융지주, 기업은행이 입찰서를 냈다.

또 광주은행 예비입찰에는 광주ㆍ전남 상공인연합과 JB(전북은행)금융지주, BS금융, DGB금융, 신한금융, 광주은행 우리사주조합, 지구촌영농조합이 이름을 올렸다. 양행 입찰 모두 지역금융, 지역 상공인, 국책ㆍ시중 대형은행으로 판도가 갈린 셈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후보자들은 지역에 연고를 둔 금융기관이거나 상공연합이었다.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모두 영남과 호남의 거점 은행이기 때문이다. BS금융, DGB금융, JB금융 등은 각 은행 인수 시 시너지 효과를 들며 저마다 준비된 후보임을 내세웠다.

특히 BS금융과 DGB금융은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모두에 출사표를 냈다. 포커스는 같은 영남권인 경남은행에 맞췄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광주은행도 잡고 있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DGB금융 관계자는 “알려진 대로 주력은 경남은행이지만 본입찰에서 어떻게 될지는 판단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상공인연합들도 질세라 지역환원의 논리를 앞세웠다. 경은사랑컨소시엄의 모태인 경남은행 인수추진위원회는 “경남ㆍ울산지역 970여개 기업체에서 1조 원이 넘는 투자 의향을 나타냈다”며 “지역자본과 사모펀드를 합하면 인수자금은 충분하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광주ㆍ전남 상공인연합은 “지역환원을 바라는 지역민의 염원에 부응하기 위해 예비입찰 제안서를 제출하게 됐다”는 성명을 냈다.

반면 지역논리로 접근할 수 없는 신한금융과 기업은행은 한껏 조심스러운 눈치다. 일단 지역사회에서 드러내놓고 배제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김오영 경남도의회 의장은 예비입찰일에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경남은행 민영화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은 공적자금 돌려막기 꼼수”라며 “민영화의 첫째 목적은 정부가 투입한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것인데 정부자금으로 공적자금을 회수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 그 자체”라고 비난했다.

도지사들도 저마다 민심 수습하기에 나섰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경남은행이 기업은행에 인수된다면 우리금융지주의 자회사로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면서 “도민 정서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민영화라는 당초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준영 전남도지사 역시 “시장논리에 의한 매각보다는 지역자본에 의한 지방은행 환원이라는 원칙이 우선적으로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판짜기설 의혹도

일각에서는 경남ㆍ광주은행 인수전이 지역논리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러 금융당국이 신한금융과 기업은행을 끌어들였다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다. 앞서 신한금융과 기업은행은 인수 의지를 전혀 내비치지 않다가 막판에 와서 갑자기 입찰서를 냈다.

반대로 하나금융은 이전부터 광주은행에 관심을 보여 왔으나 인수전에는 불참해 정부의 판짜기설을 더욱 부추겼다. 증권가에서는 신한금융과 기업은행이 향후 본입찰에서 빠지고 예상대로 지역금융이나 상공인연합이 해당 은행들을 인수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까지 등장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예비입찰인 만큼 가치를 평가해 보겠다는 수준”이라며 “아직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기업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 고객이 많다는 점에서 입찰에 참여한 것”이라며 “정부가 대주주라는 점에서 민영화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견해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답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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