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커플→정관수술→제3자 아들설까지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채동욱 검찰총장을 둘러싼 혼외자식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당초 부산지검에 근무할 당시 술집 여주인 윤초이(가명, 59년생)씨와 부적절한 관계로 혼외자식이 있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그리고 아들 채모군(11살)이 생활기록부에 아버지를 ‘채동욱’으로 명기했다는 소식마저 전해지면서 사실처럼 여겨졌다. 급기야 채 총장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혼외자식 의혹이 정점을 향해 달렸다. 그러나 채 총장이 조선일보를 상대로 법원에 정정보도 청구소송과 함께 유전자 감식 신청을 진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상황은 반전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법무부가 9월2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채 총장 혼외자식 파문과 관련 정황을 다수 확보해 채 총장의 사표 수리를 청와대에 건의했다. 하지만 법무부가 제시한 정황증거가 제3자 진술에 의존한 것이여서 진실이 밝혀지는 데는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오히려 채 총장과 조선일보측에서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커더라식’ 소문을 퍼뜨리면서 국민들을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 막장드라마에서부터 애뜻한 러브스토리까지 채 총장을 둘러싼 진실공방을 들여다봤다.

- 법무부, 혼외자식 맞다!vs채, 아니다! 갈길 먼 진실 찾기
- 무분별한 개인 정보 파헤치기…국정감사 최대 쟁점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채동욱 검찰총장을 향한 혼외 자식 의혹 보도는 충격적이었다. 현직 검찰총장이 10년간 내연녀와 친분을 갖고 있으면서 아들까지 있다는 보도는 총장직을 그만둘 정도로 도덕성에 치명타였다.
특히 구체적인 아들 이름과 사진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채 총장과 얼굴이 닮았다’, ‘돌림자를 쓰고 있다’(채*경)며 사실처럼 퍼졌다. 또한 채군의 초등학교 학적부에 아버지 이름을 ‘채동욱’이라고 썼다고 알려지면서 채 총장을 압박했다. 채 총장은 자진 사퇴를 통해 혼외자식 의혹을 잠재우려했지만 청와대가 ‘스스로 진실을 밝히기 전에 사표 수리는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진퇴양난에 빠졌다.

첫딸 잃은 아픔…애틋한 러브스토리?
그러는 사이 내연녀로 지목된 윤씨가 언론을 통해 “채동욱 총장 이름을 빌려썼지만 아들은 아니다”고 밝히면서 혼외자식 의혹은 새로운 국면을 맞기 시작했다. 이어 채 총장이 9월24일 ‘혼외자식 의혹’을 보도한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소송 및 유전자 검사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반격에 나섰다. 결국 법정 공방 속에 진실은 유전자 검사로 종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채군의 법정 대리인인 친모 윤씨의 유전자 검사 동의가 있지 않는 한 강제로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진실은 영영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채 총장 혼외자식을 둘러싼 각종 확인되지 않는 음해성 소문이 꼬리를 잇고 있다. 최근에는 59년생인 채 총장과 윤씨가 동갑내기라는 점 때문에 대학교 커플에 서로가 첫사랑이었다는 러브스토리가 여의도와 서초동에 그럴듯하게 퍼졌다.

내용인즉 첫딸을 잃은 지 얼마 안돼 아픔을 겪고 있던 채 총장이 부산에서 우연찮게 대학교 다닐 때 첫사랑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채 총장은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윤씨의 가계를 돕기 위해 선후배 검사들과 수사관들을 데리고 자주 방문하게 된다. 그러는 사이 애틋한 옛 사랑이 되살아나 부적절한 관계로 이어져 아들을 얻게 됐다는 것. 특히 채 총장이 서울에 올라와 근무할 당시에는 윤씨 역시 청담동에 K라는 술집을 차려 관계를 이어가다 결국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는 게 요지다. 사실상 조선일보 입장에서 유리한 소문인 셈이다.

반면 채 총장에게 유리한 소문도 돌고 있다. 채 총장이 ‘13년 전 정관수술을 받아 아기를 가질 수 없다’는 것. 정관수술에는 묶는 것과 지지는 두가지 방법이 있는데 채 총장은 후자로 정관수술을 받았다는 소문이다. 이에 조선일보 측에서는 채 총장이 근무한 지역을 중심으로 비뇨기과를 탐문해 의료 기록을 찾고 있다는 소문까지 더해져 신빙성을 더했다. 사실일 경우 채 총장의 혼외자식 의혹은 유전자 검사 없이도 해결될 수 있는 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부산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한 윤씨와 부산에서 알게 된 제3자 남성이 등장하면서 채 총장이 아닌 이 남성의 아들이라는 억측도 나오고 있다. 이미 윤씨는 언론사에 보낸 편지를 통해 “아이 아버지가 채 총장이 아닌 다른 사람이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법무부가 채 총장의 혼외아들 파문 관련 정황을 다수 확보했다며 청와대에 사표 수리를 건의했다.

한편 윤씨로 인해 채 총장만큼 주목받는 인사가 부산지역 유력 건설업자인 이모씨(63)다. 이씨는 윤씨가 레스토랑을 운영하던 건물의 사장으로 건설업에 종사했다. 특히 2002년도 부산 다대지구 택지 용도변경 특혜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로 부산지검에서 수사를 받아 실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당시 전 국회의원인 민주당 해운대―기장갑지구당 위원장 김운환씨를 체포해 조사를 벌였다.

건설업자 이모씨와 청와대까지 연루?
검찰은 김씨가 다대지구 42만2000㎡의 택지전환 과정에서 부산시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집중 조사했고 이씨를 상대로는 정·관계 로비의혹을 조사했다. 민주당은 당시 “다대·만덕지구 특혜의혹과 관련된 이 사장이 한나라당 부산시지부 후원회의 고위 간부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94년 당시 부산시장이었던 한나라당 J의원이 시장 퇴임 당일인 9월 24일 부산시민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녹지를 택지로 변경한 도시계획 입안을 결재했다”고 주장했다. 또 한나라당의 P, K, J의원 등이 관련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건설업자인 이씨와 임차인 윤씨 그리고 윤씨와 당시 대검 마약과장이던 채 총장의 관계를 들어 의혹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검찰 일각에서도 법무부 감찰의 채 총장에 대한 별건 수사가 다대·만덕지구 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씨와 채 총장과의 관계를 파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흘러나왔다. 아울러 정치권에서는 윤씨의 할머니가 우연찮게 육씨 성을 갖고 있어 ‘박근혜 대통령의 모친인 육영수 여사와 친척’이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돌아 청와대를 긴장케 만들기도 했다.

이처럼 채 총장뿐만 아니라 윤씨와 모친 그리고 아들에, 건설업자 이씨까지 일반인들의 실명과 각종 사적인 정보가 낱낱이 파헤쳐지면서 정치권에서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중진 정세균 의원실에서는 “공직자인 채 총장의 경우는 예외지만 윤씨의 신상털기에 아들은 생활기록부 내용 에다가 사진까지 나돌고 있다”며 “최근에는 혈액형까지 청와대에서 수집했다는 의혹마저 나오고 있는데 무분별한 개인 정보 파헤치기에 대한 심각성을 이번 국정감사에서 강도 높게 짚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에서도 지난 8월 26일 개인정보를 위법적으로 유출한 혐의로 조선일보 기자 2명과 곽상도 전 민정수석을 검찰에 고발했다. 곽 전 수석의 경우에는 채군의 학적부와 이들 모자의 혈액형 자료를 수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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