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원주시가 부론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발표하면서 때 아닌 ‘원칙’ 논란에 휩싸였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탈락한 업체 측에서는 1위와 2위로 선정된 컨소시엄이 공모지침서에 명시한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제안서를 내고도 더 나은 결과를 얻은 데 대해 의의를 제기했다.
원주시는 지난 5월 ‘원주 부론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를 통해 사업신청자격, 사업시행조건 등이 담긴 공모지침서를 공개했다. 하지만 지난 8월 27일 진행된 사업설명회 후 선정된 우선협상대상 업체는 실제 공모지침서 상 우선 선정 기준에 맞지 않은 업체다.

원주시 “원칙보다 현실성이 중요하다”
우선협상대상 공모 기업 “원칙 지켜지지 않으면 무효”

원주시 부론 일반산업단지는 원주시 부론면 노림리 317-1번지 일원 2315m2규모로 조성된다. 유치업종으로는 금속가공제품제조업, 전자부품, 컴퓨터, 영상, 음향 및 통신장비제조업, 의료·정밀·광학기기 제조 및 기계장비 제조업, 물류 등이다. 추정사업비는 약 4000억 원이며 사업기간은 2013년부터 2014년까지다. 부론 일반산업단지는 영동고속도로 문막IC와 인접해 있어 입지가 상당히 좋다.

원주시는 공모지침서를 통해 제3장 제2절 15조에서 4번 항목과 5번 항목에 각각 ‘원주시의 지분율은 20%로 계획하되 협의를 통해 20% 이하로 변경할 수 있다.’ ‘원주시는 지급보증을 하지 않음을 원칙으로 하고 책임분양, 준공물매입약정 등을 요구하지 않는 사업신청자를 우선으로 선정한다’라는 조항을 넣었다.
이 조항을 삽입한 이유는 산업단지 개발 실패에 따른 위험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원주시의 재정자립도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원주시 재정자립도는 2010년 31.3%, 2011년 28.6%, 2012년 28%, 2013년 26.7%로 전국 평균 52.3%와 시 단위 평균 37.1%에 비해 현저히 낮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급보증과 책임분양을 떠안는다면 또 다른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모지침서에 부합하지 않은 업체들이 선정된 이유는 뭘까. 원주시 도시개발사업본부 박진혁 주무관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심의위원들은 현실성을 중시해 결정한 것 같다”며 “실제 사업설명회에 참여한 업체들 중에는 공모지침서대로 사업제안을 한 업체가 있었다. 하지만 종합채점 결과 지금의 기업이 선정됐다”고 말했다. 

책임분양, 지급보증도 OK?

원주시의 사업설명회에 참여한 컨소시엄은 총 6개 업체다. 당초 2개 업체는 공모지침서에 명시된 선정기준에 맞지 않아 탈락될 뻔했으나 심의위원들의 협의 끝에 모든 업체가 다 참여하게 됐다.
8월 27일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업체는 동서건설, 한국투자증권, 오에스개발, 옥성건설 등 4개사로 이뤄진 컨소시엄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컨소시엄의 제안서를 살펴보면 원주시가 준공 4년이 지난 후 미분양건 85%를 책임져야 한다는 내용과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 조건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이 바로 지금 논란의 쟁점이 되고 있다. 공모지침서 상에는 이 조건이 포함되지 않은 업체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도록 돼 있다. 후순위로 탈락한 업체들은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박 주무관은 “공모지침서대로 위 두 가지 조건을 제시하지 않는 업체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는 게 맞다. 하지만 사업계획서 평가기준에 따라 평가한 결과 지금 선정된 1위와 2위 업체가 후순위 업체들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S업체 대표 K씨는 “공모지침서는 반드시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시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이다. 이를 지키지 않은 업체들이 선정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자산담보부 기업어음에 대해서도 박 주무관은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자산담보부 기업어음은 지자체 보증이 아니고도 기업신용보증 등으로 가능하다. 원주시는 분명 지급보증을 하지 않음을 원칙으로 한다”고 말했다.
또 문제가 되고 있는 미분양 책임 비율에 대해서도 “협의과정을 통해서 최대한 낮출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협의를 통해 조절하겠다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이렇게 되면 결국 평가기준이 모호해지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사업설명회 과정 논란 인정

사업설명회에 참가했던 K씨는 “사업설명회 과정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S건설 관계자에 따르면 8월 27일에 진행될 사업설명회 심의위원들도 26일 오후 6시쯤에 확정됐다고 한다. 심의위원들은 사업설명회에 참가하는 기업들의 사업제안서를 당일 사업설명회 자리에서 처음 본 것이다.
K씨는 “우리 사업보고서 요약본이 40쪽이 조금 넘고 원본은 200쪽이 넘는다. 50분 동안 과연 얼마나 제대로 된 사업평가를 할 수 있겠나. 실제 내가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동안에 일부 심의위원들은 첫 페이지의 조감도만 보고 있었다”라고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주무관은 “사실 심의위원들 평가 방법에 대해서는 양날의 검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충분한 시간을 주고 며칠 동안 사업계획서를 검토하는 방안을 고려했지만 로비로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번 방식은 최선의 선택이었다. 심사위원들도 전문성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평가할 수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다시? 원주시 “일단 그대로 간다”

원주시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를 둘러싼 논란에도 재선정은 없다는 방침이다. 일단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 만큼 시의회 통과 여부를 기다리겠다고 했다. 박 주무관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안이 시의회에서 한 번에 통과될지 부결될지는 모른다. 만약 부결된다면 차점자에게 기회가 돌아갈 것이고 또다시 부결된다면 사업 자체를 재검토하거나 그때 다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든지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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