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주먹 ‘제2 칠성파’ 행각 추적
전설의 주먹 ‘제2 칠성파’ 행각 추적
  • 이지혜 기자
  • 입력 2013-10-14 10:35
  • 승인 2013.10.14 10:35
  • 호수 1015
  •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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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보복살인, 손가락 절단…공포의 대명사

▲<뉴시스>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영화 <친구>의 배경이자 부산을 기반으로 한 전국 최대 폭력조직인 칠성파의 2대 두목 한모(46)씨가 구속됐다. 그뿐만 아니라 조직원 25명도 구속됐다. 검찰은 칠성파 와해를 위해 200여 명에 달하는 조직원의 신원과 조직도를 파악하고 자금 추적을 하는 등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1980년대부터 부산에서 세를 떨쳤던 칠성파는 ‘잔혹한 보복살인’의 대명사로 불렸다. 2010년부터는 부산지역 내 폭력조직을 흡수하고 호남지역 출신 폭력조직과 연합해 세력을 전국적으로 확장시키던 중이었다. 부산지검은 부산 지역 내 폭력 조직을 와해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국 최대 폭력조직’ 두목 등 25명 “조직 와해까지 가나?”
‘온천장 칠성’ ‘서동 칠성’ ‘기장 칠성’… 조폭의 프랜차이즈화

부산지검 강력부는 지난 10일 칠성파 2대 두목 한씨를 범죄단체 활동 혐의 등으로 붙잡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1991년 칠성파 1대 두목 이강환의 구속 이후 22년 만이다. 또한 부산지검은 행동대장 김모(38)씨 등 조직원 24명을 구속기소하고 나머지 6명을 불기소했다고 밝혔다. 1년 동안 공들인 칠성파 집중 수사의 결과다. 부산을 주름잡던 칠성파가 와해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대 두목 한씨는 누구

한씨는 2007년 서울에서 광안 칠성파와 싸움을 벌인 후 조직원 수십 명을 서울로 집결시켜 대치상황을 조성하게 한 혐의와 2009년 칠성파와 서방파 간부 간의 칼부림이 발생하자 마찬가지로 조직원 수십 명을 서울에 집결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칠성파 2대 두목으로 알려진 한씨는 누구일까.

검찰에 따르면 한씨는 1대 두목인 이강환이 고령으로 일선에서 물러난 뒤 2011년 1월 부산 해운대에 있는 호텔 신년 행사에서 이씨에게 ‘회장’호칭을 사용하도록 지시받으면서부터 2대 두목으로 조직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당시 2대 두목 후보에는 영화 <친구>의 주인공인 정모씨와 간부 강모씨 등도 있었지만 이들과 비교했을 때 전과가 적고 마약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씨가 두목 자리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2대 두목 자리를 차지한 한씨는 부산지역 내 군소 폭력조직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온천장 칠성’, ‘서동 칠성’, ‘기장 칠성’ 등과 같이 이름을 붙여 ‘폭력조직의 프랜차이즈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호남지역 출신 폭력조직인 ‘국제피제이파’, ‘벌교파’ 등과 연합해 전국적으로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2011년 6월에는 조직원 3명이 신20세기파 조직원에게 폭행을 당하자 조직원 60명을 시켜 흉기를 차량에 싣고 다니며 집단 위세를 과시하고 신20세기파 두목과 행동대장 감시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50년대 부터 반세기 역사

당시 한씨의 지시를 받고 조직원 15명이 신20세기파 조직원 1명을 집단 폭행해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칠성파는 1950년대 1대 두목 이강환의 손위 동서가 부산에서 ‘세븐 스타’라는 폭력 조직을 만들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1960년대 부산 시내 중심가를 기반으로 활동하다가 1980년대 이강환이 두목 자리에 오르면서 세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이강환은 당시 경제 호황에 편승해 유흥업소, 오락실 등에서 막대한 수입을 올렸으며 이를 바탕으로 부산의 군소 폭력조직을 흡수하면서 세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1988년에는 일본 야쿠자 조직과 의형제를 맺는 등 부산 지역 최고의 폭력조직으로 우뚝 섰다.

1990년 두목 이강환과 간부 조직원들이 검찰의 ‘조직폭력과의 전쟁’으로 구속되며 와해될 뻔했으나 남아있는 조직원들이 조직 재건을 시도했다. 중간 보스들은 매일 교도소로 이강환을 찾아가서 지시를 받았으며 1999년 이강환의 출소와 함께 칠성파는 재기에 성공했다.

검찰에 따르면 칠성파는 자기 조직을 공격하는 다른 폭력조직원에게 반드시 잔혹하게 응징하고 배신한 조직원에게 보복하는 등 ‘보복범죄’로 부산 최대 폭력조직의 지위를 유지해 왔다. 대표적인 사건은 ‘신20세기파 행동대장 살인사건’과 ‘서면파 조직원 살인사건’이다.

1993년 칠성파 행동대장 정모씨는 신20세기파의 세력 확장을 견제한다는 이유로 신20세기파 행동대장 김모씨를 10여 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이 사건은 영화 <친구>의 배경이 됐다. 영화가 흥행하자 칠성파 행동대장 정씨는 곽경택 감독에게 억대의 돈을 요구하며 협박하다가 공갈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2007년에는 칠성파 조직원이 서면파 조직원에게 구타를 당하자, 칠성파 조직원 김모(32)씨가 보복 차원으로 서면파 조직원을 무참히 살해했다.

또한 칠성파는 조직을 탈퇴하고 배신한 조직원에게 집단 폭행을 가하고 손가락을 절단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신20세기파의 라이벌

칠성파와 함께 부산의 양대 산맥으로 손꼽히는 신20세기파는 1980년대부터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 왔다. 두 조직은 치열하게 영역 다툼을 벌였으며, 여러 차례 집단 폭행과 칼부림이 일어났다.

서로 세력을 키우며 경계하던 두 조직은 위에 언급한 바 있는 ‘신20세기파 행동대장 살인사건’으로 정면충돌했다. 2006년 신20세기파는 보복 차원으로 반칠성파 세력 60여 명을 모아 손도끼 같은 흉기를 가지고 부산 영락공원 장례식장에서 칠성파 조직원들과 난투극을 벌였다. 2011년에는 해운대 인근 호텔 앞에서 술에 취한 칠성파 조직원들이 신20세기파 조직원에게 시비를 걸다 폭행을 당하는 일이 발생하자, 칠성파 조직원들은 신20세기파 조직원 한 명에게 집단 폭행을 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신20세기파는 3대 두목과 조직원 20여 명이 체포돼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와해 위기에 처했다. 검찰은 현재 두목이 없는 칠성파와 신20세기파 등 부산지역 내 폭력조직의 뿌리를 뽑겠다는 계획이다. 김현수 부산지검 강력부장은 “1년 동안 집중 수사로 끊임없는 폭력과 보복 범죄를 자행하는 칠성파의 전모를 밝혀낼 수 있었다”며 “조직범죄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부산지역 내 폭력조직들을 완전히 뿌리 뽑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현재 활동 중인 칠성파 조직원은 230여명이다. 검찰은 집중 수사를 통해 칠성파의 새로운 조직계보와 조직원의 신원을 모두 파악했다. 현재는 달아난 칠성파 조직원과 자금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에 구속된 조직원들은 1976년생부터 1989년생까지로 연령층도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는 경찰과 검찰의 ‘관리 대상’에 오르지 않은 인물도 포함돼 있다. 부산지검 이상호 2차장 검사는 “지속적인 정보 수집과 칠성파 조직원들의 진술 확보를 통해 한씨의 혐의를 파악, 검거했다”며 “현재 도주 중인 칠성파 조직원들을 끝까지 추적해 검거할 것이며, 수사를 확대해 부산 지역 내 폭력 조직을 와해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칠성파 2대 두목 한씨가 검거된 다음날인 11일 영화 <친구2>의 예고편이 공개되자 누리꾼들은 “절묘한 타이밍”이라며 놀라움을 보였다. <친구2>는 <친구>에서 보여줬던 ‘신20세기파 행동대장 살인사건’ 뒷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감옥에서 출소한 준석(칠성파 행동대장)이 동수(신20세기파 행동대장)의 숨겨진 아들을 만나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룬다.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