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 부엉이바위에서 2009년 5월 23일 뛰어내려 비극적으로 생을 마친 지도 4년이 지났다. 그러나 그가 집권 기간 토해낸 신중치 못한 막말들은 재임 시절은 물론 사후에도 나라를 소란스럽게 뒤집는다.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인 2002년 4월 입조심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내 입도 거친 것 같다. 조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그는 “내 인덕이 모자라 그런지 내 얘기가 말썽이 많이 나는데 앞으로는 조금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운운했다. 그러나 그는 3년 후 대통령으로서 ‘말썽이 많은’ 자신의 말솜씨로 “국정솜씨가 많이 깎였다”고 실토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의 ‘말썽 많은 말솜씨’는 ‘국정솜씨를 많이’ 깎아내리는 정도로 그치지 않았다. 그를 ‘이적’ 또는 ‘반역’으로 몰리게 했다.

그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은 국민들을 격분케 했다. 그는 북한 김정일과의 회담에서 ‘나’라고 했어야 할 대목에서 거듭 ‘저’라고 굽신거렸다. 적장(敵將) 앞에 머리 숙인 패장의 굴욕적인 말투였다. 그는 북방한계선(NLL)과 관련해 김정일의 도발적인 무효화 주장에 단호히 맞서 거부하기는커녕 도리어 공감을 표시했다. 이적이었고 반역적인 말이었다.

그는 한미관계와 관련해선 2006년 8월 “한국 대통령이 미국 하자는 대로 ‘예 예’ 하길 한국민이 바라느냐”고 반문했다. 우리의 혈맹이라도 반대할 것은 반대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김정일 앞에 가서는 ‘저’ ‘저’ 하면서 한국민이 절대 바라지 않는 NLL 폐기 주장에는 반대하지 못하고 비굴하게도 복종했다.
그는 2007년 2월 이탈리아 방문 중 동포간담회에서 “우리가 (북한에) 다 주더라도…결국은 남는 장사”라고 했다. 그는 이미 그 때 북한에 NLL을 포함해 뭐든지 다 주기로 결심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는 2003년 6월 일본을 방문하던 중 정계 지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한국에서도 공산당 활동이 허용될 때라야 완전한 민주주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자신을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석으로 착각했었는지 헷갈리게 했다.

그는 대통령 재임 기간 기회 있을 때마다 “북한의 핵 포기 의사를 믿는다”느니 “북한 핵은 방어용”이니 하며 북한 입장을 대변해 주곤 했다. 대통령이 종북발언을 일삼은 것이다.

그는 대통령 선거 때 대선 불법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취임 초인 2003년 12월 자신만만하게 약속했다. “지난해 대선 때 우리가 쓴 불법자금 규모가 한나라당 불법자금의 10분의 1을 넘으면 (대통령)직을 걸고 정계를 은퇴할 용의가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불법자금 규모는 한나라당 823억 원과 노무현 측 113억 원으로 드러나 10분의 1을 훨씬 넘겼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직을 사직하지 않았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경박하기 짝이 없는 말이었다.

그는 2006년 12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연설에서 “군(軍)에 가서 남의 귀한 자식 왜 썩히고”라고 했다. 이 나라 대통령이 아니라 반전(反戰) 반정부 지하조직 우두머리가 토해내는 징집 거부 선동처럼 들리게 했다.
노 전 대통령은 경박한 막말로 건국 후 유례없이 2004년 3월 국회 탄핵을 자초했다. 올여름엔 김정일에게 저자세에다 NLL까지 포기한 말 때문에 사후 일지라도 탄핵돼야 한다는 거친 소리를 들어야 했다. 본인의 말대로 ‘인덕이 모자라’고 ‘근본이 안 된’ 탓이었던 것 같다. 앞으론 ‘인덕이 모자라’고 ‘근본이 안 된’ 사람은 대통령이 되지 않기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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