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코리아대회 심판 매수 의혹

▲위 사진은 자료사진으로 보도 대상과는 상관 없음.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매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공정성 논란, 성의 상품화, 수천만 원의 협찬금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에 이제는 국민들도 미스코리아를 보는 눈빛이 예전 같지 않다. 미스코리아대회와 관련된 각종 의혹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꾸준히 쌓여온 의혹들로 미스코리아대회 폐지 여론도 높다. 결국 지상파에서 퇴출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 후보자의 어머니 신모씨가 자신의 딸을 당선시키기 위해  심사위원을 매수하려다 실패하기도 했다. 

심사위원 매수금 진·5억, 선·3억, 미·1억
성상품화·외모지상주의·공정성 시비 여전

문제의 미스코리아대회는  ‘2012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였다. 지난해 7월 6일 열린 대회에서는 국내 14개 지역 44명과 해외 7개 지역 10명 등 모두 54명의 후보가 본선에 올라 진·선·미 등 7명이 본상을 받았다. 이 대회에서 신씨는 자신의 딸을 당선시키기 위해 주최사인 한국일보 직원에게 돈을 건네고, 수천만 원의 협찬금으로 심사위원 매수를 시도했다.
신씨는 한 언론사를 통해 공개한 자술서에서 “미스코리아대회를 담당했던 A 팀장이 대회를 일주일여 앞둔 지난해 6월 29일 딸이 3~7위 안에 들어가니 당선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심사위원을 사야 한다며 1명당 2000만 원의 금품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신씨는 A 팀장이 알려준 미스코리아대회 주최사의 자회사 법인계좌에 대회 3일 전 심사위원 B씨, C씨 등 2명의 명의로 각각 2000만 원씩, 모두 4000만 원을 자신의 남편 계좌에서 송금했다.
하지만 신씨의 딸은 A 팀장의 말과 달리 본선에서 본상 수상자에 오르지 못했다. 신씨는 “수상에 실패하면서 돈을 돌려 달라고 주최사와 A 팀장에게 수차례 요청했지만 아직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A 팀장은 “신씨에게 돈을 요구한 적이 없다. 특별히 할 말이 없다. 지난해 개인적인 일이 있어 회사도 그만둔 상태다”라고 말했다. 또 주최사측은 “A 팀장의 개인비리로 회사에서는 전혀 몰랐다”며 “사건이 벌어진 뒤 감사를 진행해 A 팀장을 해고했다”고 주장했다.
주최사는 이와 별도로 해명 자료를 내 “신씨가 자신의 딸을 입상시키기 위해 사업국 직원을 통해 심사위원을 매수했으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미수에 그친 사건”이라며 “일부 심사위원을 매수했음에도 후보자가 탈락한 사실은 당시 심사가 금품수수와 상관없이 공정하게 이루어졌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신씨는 추가로 주최사 측에서 협의를 시도하자는 문자를 보내왔다고 밝혀 더욱더 논란이 되고 있다. 결국 24일 미스코리아 조직위원회는 “지난해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비리사건이 발생했음을 인정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공식 사과했다.

누드집, 낙태 스캔들로 논란 일으킨 미스코리아

미스코리아 선발을 둘러싼 비리와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0년 미스 진은 주최측에 뒷돈을 건넨 혐의로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불구속 기소됐다. 또 뇌물을 받은 주최측 사업본부장과 청탁 과정에 연루된 미용실 원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이 밖에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출신자들은 누드집 발간, 낙태 스캔들 등으로 크고 작은 잡음을 일으켰다. 1994년 미 성현아, 1996년 미스 한국일보 권민중, 1997년 미스 태평양 화학 함소원, 2001년 미스 무크 정아름 등은 미스코리아 당선 뒤 누드집을 내 논란이 됐다.
2008년 선발자 중에는 대회 출전 전에 찍은 성인화보가 논란이 돼 미스코리아 자격을 박탈당했다. 2007년 미 김주연은 축구선수 황재원과의 낙태 스캔들로 미스코리아 타이틀을 잃기도 했다.
세간에는 미스코리아 진으로 뽑히기 위해서는 심사위원 매수금으로 5억 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은 3억 원, 미는 1억 원이 필요하다. 이번 심판 매수 논란의 당사자인 신씨는 심사위원 매수금으로 4000만 원을 건넸다. 이처럼 매수금은 천차만별이다.

교육비, 마사지비 등 출전비용 6천만 원 넘어

한편 신씨는 4000만 원 외에도 헤어·메이크업·워킹 등의 교육비로 회당 150~275만 원씩 총 3525만 원, 염색·펌·네일케어 등의 비용으로 500만 원, 마사지 10회에 750만 원, 의상 준비에 600만 원, 화장품 등 미용용품에 200여만 원, 필링마사지에 500만 원, 장기자랑 준비에 300만 원을 지출해 1억 원이 넘는 돈을 미스코리아 출전 비용으로 지출했다고 진술했다.
한편 최근 미스코리아 비리와 관련해 의혹이 일자 ‘2013 미스코리아’ 진 유예빈은 미스코리아조직위원회를 통해 “내가 미스코리아 진이 되기 위해 5억 원을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답답하고 억울하다. 아직 학생 신분이기도 하고 집에 그런 돈도 없다”며 “만약 5억 원을 써야 진이 된다는 소리를 참가하기 전에 들었다면 부담스러워서 대회에 출전할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차비만 가지고 참가했다”고 전했다.

 

연기자가 된 미인대회 출신들

신데렐라 되는 지름길…고현정·김성령 ‘성공’

미모지상주의 시대를 사는 만큼 미스코리아 타이틀은 여성들에게 성공을 보장하는 황금열쇠와 같다. 많은 비난 속에서도 각종 미인대회가 명맥을 유지하는 이유다. 국내에서는 매년 미스코리아, 슈퍼모델, 미스 춘향 등의 미인대회가 열리고 있다. 이들 대회 수상자들은 다른 신인 여배우들에 비해 대중의 관심과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아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경쟁자들보다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성공한 연기자로는 고현정이 꼽힌다. 고현정은 1989년 미스코리아 선 출신이다. 당시 19세의 나이로 대회에 출전한 고현정은 이듬해 드라마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를 통해 연기자로 데뷔했다. 이후 ‘모래시계’ ‘엄마의 바다’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등 굵직한 작품에 출연하며 1990년대를 대표하는 여배우로 자리 잡았다.
인기 절정의 시기인 1995년 정용진 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결혼해 1남 1녀를 두었으나 2003년 갈라섰다. 이혼의 아픔을 딛고 2005년 연기 활동을 재개한 그는 ‘봄날’ ‘선덕여왕’ ‘대물’ 등으로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맞고 있다.

지난 4월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야왕’의 백도경 역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배우 김성령은 1988년 미스코리아 진이다. 미스코리아 진 당선 후 연예가중계 MC로 연예계에 데뷔한 김성령은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연극, 라디오 DJ 등을 거쳤다. 40대 중반의 나이가 무색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김성령은 쉴 틈 없는 자기관리로 후배 미스코리아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이 밖에도 오현경(1989년 진), 염정아(1992년 미), 김남주(1992년 경기 진), 성현아(1994년 미), 최윤영(1995년 선), 김사랑(2000년 진), 손태영(2000년 미), 이하늬(2006년 진) 등 미모로 손꼽히는 연기자들이 미스코리아대회를 발판으로 연예 활동을 시작했다.

슈퍼모델 출신 한지혜·한예슬·최여진 눈길

미스코리아 출신 연예인 중에는 굴곡 많은 인생사를 사는 이들도 있다. 1992년 미스코리아 미 이승연은 2004년 일본군 위안부를 연상시키는 화보를 발표해 사회적인 물의를 빚었다. 자숙 끝에 재기한 이승연은 지난 1월 프로포폴 상습 투약 혐의로 최근 6차 공판을 치렀다.
1994년 미스코리아 진 한성주는 1996년 SBS 공채 6기 아나운서로 선발돼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방송인으로 각광받았지만 2011년 스캔들이 불거지며 방송일을 중단하고 소송에 휘말렸다.

배우 이다해, 장신영, 윤손하는 ‘미스 춘향대회’로 잘 알려진 전국춘향선발대회에서 수상하며 연기자로 데뷔했다. 2001년 71회 대회에서 나란히 진과 현에 선발된 이다해와 장신영의 본명은 각각 변다혜와 장신자이다.
MBC 주말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에서 1인 2역을 소화했던 한지혜는 2001년 슈퍼모델 선발대회 출신이다. 슈퍼모델 출신답게 잘 다듬어진 몸매를 자랑하는 한지혜는 ‘금나와라 뚝딱’에서 뼛속까지 도도한 유나와 억척스러운 생활꾼 몽희를 넘나드는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17세의 어린 나이로 대회에 나선 한지혜는 특별상인 ‘도도 메이크업상’을 수상하며 연예계에 데뷔했다.

2001년 슈퍼모델 선발대회는 한지혜를 비롯해 한예슬, 최여진, 소이현, 공현주, 김빈우 등 수많은 스타를 배출했다. 최여진은 “연예계에 입문하기 위해 슈퍼모델 선발대회에 참가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오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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