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마지막 주장 완장 및 특별영상 등으로 최고의 예우
마지막 경기 우승으로 마무리, 스포츠마케터로 변신 예고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한국 축구의 기적을 일구며 모범생으로서 칭찬이 자자했던 ‘초롱이’ 이영표(36)가 콜로라도 래피스와의 경기를 끝으로 14년간의 선수생활을 마치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밴쿠버 화이트캡스는 지난달 28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BC플레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 미국메이저리그사커(MLS) 콜로라도 래피스와의 최종전에서 카밀로 산베조의 활약에 힘입어 3-0으로 승리하며 정규시즌을 마무리했다. 이와 함께 이영표도 화이트캡스에서의 2년을 뒤로하고 선수 인생을 마감했다.

이날 이영표는 오른쪽 수비수로 선발 출격해 90분을 소화하며 마지막 경기를 뛰었다. 특히 전반 43분 카밀로가 득점 이후 공을 들더니 이영표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 이영표에게 공을 건네는 감동적인 세리머니를 연출했다. 이에 이용표와 카일로는 포옹했고 동료들도 달려와 존경심을 표했다.

구단도 이날 경기 입장권에 이영표의 얼굴을 새겨 넣었고 마지막 주장 완장을 건네는 등 최고의 예우를 갖췄다. 또 전광판에서는 ‘Thank you, Y.P’, ‘이영표 선수 감사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특별 영상을 상영했다.

여기에 마틴 레니 밴쿠버 감독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 후반 추가시간 이용표를 벤치로 불러들여 경기장의 모든 이들이 기립박수를 보내는 시간을 보냈다.

동료들 골세리머니로
존경심 표해

경기 후 이영표는 “축구 선수로 은퇴한 지금 매우 행복하고 고맙다”면서 “지금의 감사함을 말로 표현할 길이 없다. 팬을 비롯해 나를 사랑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밴쿠버에서 있었던 지난 2년 동안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밴쿠버는 영원히 내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어려서부터 머릿속에 그려오던 은퇴 장면과 똑 같았다”며 “내 축구 인생 중 최고의 팀에서 은퇴를 하게 된 것을 고맙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축구의 전설 이영표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기점으로 한국 축구의 좌측면을 도맡아 왔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비롯해 2006 독일월드컵 본선행, 2010 남아공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행 등 한국 축구 발전의 산 증인이었다. A매치 출전 기록도 127경기(5골)로 홍명보(135경기)와 이운재(132경기)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그의 활약은 프로 무대에서 더욱 빛났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신념으로 타의 모범이 됐다. 특히 술과 담배는 입에 대지 않았고 그간 단 한 번의 구설수에 오른 적도 없는 등 묵묵히 축구선수의 길을 걸어왔다. 그렇기에 에인트호번, 토트넘, 도르트문트 등 유럽 명문 구단에서 주전 자리를 놓치지 않으며 자신을 입증해 왔다.

축구협회 스위스전서
공식은퇴식 개최

이영표는 선수생활의 마침표를 찍으며 “아내가 후회되지 않느냐고 물었는데 아쉽지 않다. 과거로 돌아가서 또다시 매일 반복되는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좌절감에 서고 싶지 않다. 스스로 충분히 정직했다. 지금이 좋다”면서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앞으로 2~3년 구단에 남아 스포츠 마케팅을 배우고 싶다”고 새로운 앞날을 예고했다.

한편 대한축구협회는 오는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스위스와의 친선경기에서 이영표의 뒤늦은 국가대표 은퇴식인 ‘아듀 No. 12’를 개최할 예정이다. 축구협회는 A매치에 70회 이상 출전한 선수에게 심사를 거쳐 공식 은퇴식을 열어준다. 이영표는 A매치 127경기를 뛰어 자격을 갖춘 상태다.

앞서 이영표는 2011년 1월 28일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안컵 3-4위전인 우즈베키스탄전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한 바 있다.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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