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강력한 단속과 불황의 여파로 윤락가가 궤멸의 길을 걷고 있다. 흔히들 장사가 잘 되지 않을 때는 ‘파리 날린다’고 표현하지만 지금은 ‘날릴 파리도 없다’는 것이 업주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따라서 윤락가 업주들은 이러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바로 ‘대낮영업’이 그것. 이른바 시간 파괴를 통해서 새로운 수요층을 만들어 보겠다는 의도다. 한편 이러한 업주들의 의도는 일부 ‘탈선주부’들의 아르바이트 시간과도 묘하게 일치하고 있다. 시간이 남는 대낮에 윤락가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게 된 것. 사면초가에 부딪힌 윤락가와 이를 둘러싼 눈물겨운 영업의 현장을 취재했다.

‘오빠 스트레스 풀고 가’
윤락녀들 영업멘트도 달라져오는 9월에 시행되는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법’의 파괴력은 예상보다 강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전주시는 전주시내의 대표적인 윤락업소인 ‘선미촌’과 ‘선화촌’을 단계적으로 폐쇄할 방침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총 160여개의 업소들에 300여명이 넘는 윤락녀들이 집단적으로 거주하고 있는 이곳은 그간 많은 남성들이 이용해왔었다. 이러한 계획이 발표되자 업주들은 집단 반발하고는 있지만 정부에서는 법집행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또한 법적 근거까지 완벽하게 마련된 상태에서는 업주들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주뿐만 아니라 서울 등 곳곳에서도 윤락가 폐쇄를 공언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윤락가의 상황은 초토화 직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다 최악의 경기불황도 윤락가의 침체를 가속화하고 있다. 불황 앞에서는 ‘성적본능’마저도 억제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이러한 상황 속에서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대낮영업’을 시도하는 업소들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의 가장 대표적인 윤락가인 588의 경우 현재 훤한 대낮에도 손님을 기다리는 윤락여성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업주는 “이제 우리도 먹고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새로운 시간을 개발해서 손님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다”며 “어떤 사람들은 대낮부터 그런다고 장사가 되겠냐고 말하지만 우리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대낮영업’을 위해서 윤락녀들의 영업수칙도 점차 변하고 있다. 밤에는 옷을 끌어당기면서 연신 ‘오빠-’를 외쳐대는 ‘강제작전’을 펴왔지만 이제는 보다 부드럽게 ‘스트레스나 풀고 가라’고 권유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한 남성들의 부담감을 없애기 위해 옷을 잡아당기거나 하는 일도 없다는 것. 이에 대해 또다른 한 업주는 “이제 윤락업도 머리를 써야한다. 불황일수록 이러한 불황을 이겨낼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이 필요하다. 비록 궁극적으로 업소 폐쇄를 피할 수는 없지만, 그 전까지는 뭔가라도 해야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용주골 등 일부 전문적 윤락업소들은 ‘신규 서비스’를 개발해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른바 ‘요플레’와 ‘청룡열차’ 서비스가 바로 그것. 이들 서비스를 통해 손님들의 만족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이를 통해 또다시 업소를 찾아오게끔 하는 방식이다. 요플레와 청룡열차는 소위 외국산 포르노에서나 볼 수 있었던 색다른 서비스들이다. 이 서비스를 받아본 남성들은 “상상 속에서만 이루어지던 것을 할 수 있었다. 예전처럼 ‘빨리 빨리하고 가라’는 식의 느낌을 받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윤락가의 위기의식이 결국에는 서비스 질의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노래방 도우미는 ‘중노동’, 오히려 대낮에 간편 ‘알바’
한편 이런 ‘대낮영업’을 오히려 반기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남성들이 아니라 아르바이트를 하려는 일부 탈선 가정 주부들. 밤에는 아이들과 남편 때문에 집에 있어야 하지만 낮에는 시간이 남는 것이 사실. 일부 여성들은 그간 노래방 도우미 아르바이트를 해왔지만 이 경우 노래를 불러야 하는 것은 물론 춤도 춰야 하기 때문에 ‘중노동’인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술까지 먹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노래방 도우미들이 많다는 것. 하지만 대낮 윤락 아르바이트는 술을 먹을 필요도 없고, 굳이 밤시간에 남편의 눈치를 살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1석2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대낮에 윤락가를 찾아가봤다는 최명훈(가명·42·자영업)씨는 “나이가 좀 많다는 생각이 들어 아줌마냐고 물어봤더니 솔직하게 가정주부라고 말해 당황했었다”며 “남편은 회사 가고 아이들은 학교간 사이에 아르바이트라도 하려고 나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최씨는 “하지만 아무리 경기 불황이라고 하더라도 가정주부까지 윤락가에 출입한다는 사실에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 윤락업주는 주부들의 탈선 아르바이트에 대해서 “썩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로서는 그나마 다행”이라며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일부 남성들은 오히려 이를 반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상에서도 ‘주부페티시’가 유행하는 것처럼 현실 세계에서는 주부들만을 찾는 남성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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