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놀이 특수 노린 상술에 ‘소비자 뿔났다’

5배 이상 늘어난 불만…품질 하자 다수
제조날짜 확인 등 유의사항 숙지 필요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지난달 단풍놀이로 등산객과 야외활동 인구가 늘면서 등산화 및 운동화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제기됐다. 몇 번 신지 않은 신발의 밑창이 망가지는 등 불량품에 불만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등산화 및 운동화 제품 관련 소비자 피해는 전년 대비 5배 이상 증가하는 등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 왔다. 지난 봄에는 아웃도어 업계 1위 브랜드인 노스페이스가 형편없는 애프터서비스(이하 AS)로 비난받기도 했다. 유명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 등도 제품 하자 불만 대부분이 내구성 불량 때문이었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은 “기능성 제품인 등산화와 운동화 모두 기능을 꼼꼼히 따져봐야한다”며 제조일자 확인 등을 당부하고 나섰다.

#사례 1.5년간 신은 등산화를 바꾸기 위해 같은 브랜드의 제품을 구입한 A씨. 만족감도 잠시, 6번 정도 신은 새 등산화의 밑창이 벌어지고 안쪽 고무가 닳아 있어 기분이 무척 상했다. 이에 A씨는 해당 업체에 “폐자재를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업체는 “고무 숙성이 덜 된 불량품이다”며 “재활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니 환불해 주겠다”는 대답만 했다. 이 일을 계기로 A씨는 유사한 상황을 겪는 소비자들을 찾아보니 심한 경우 여러 차례 수리를 받았음에도 같은 하자가 발생한 제품의 교환·환불을 거부하는 업체도 있었다. 또 엉뚱하게 수선을 해놓고도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많아 기함했다.

#사례 2.B씨는 지난해 인터넷으로 C사 브랜드의 운동화를 구매해 신은 후부터 안창에서 염료가 용출돼 양말로 번졌고, 한쪽 신발의 에어는 빠져 버렸다. 번짐 현상이 운동화를 세탁한 후에도  발생하자 불만을 제기했고, 심의 결과 품질 하자로 밝혀졌다. 에어 손상 역시 외관상의 훼손 부분이 발견되지 않았고, 제품의 내용연수도 경과되지 않은 점을 감안해 에어 소재 내구성 미흡 및 제작 하자로 판단됐다. B씨는 “좀 더 저렴하게 사려다가 낭패를 봤다”면서 “운동화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고 말했다.

등산화 관련 소비자 피해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2009년 140건이었던 피해 사례가 2010년에는 771건으로 5배 이상 늘기도 했다.

그동안의 야외용품 관련 시장의 화려한 성장세와 다양한 디자인, 가격대 제품 출시 등에 비해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높이지 못한 것이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소재나 접착 불량 같은 품질 관련 불만을 표시했고, 인터넷 쇼핑몰의 환불 거부와 배송 지연 등 전자상거래 상의 불만도 상당했다. 품질 불만 관련 소비자 상담은 1869건(78.8%), 계약 관련 소비자 상담이 504건(21.2%)이었다.

품질 불만 중에선 소재 불량이 713건(38.2%)으로 가장 많았고, 접착 불량 543건(29.0%), 염색성 불량 266건(14.2%), 봉제 불량 157건(8.4%)이 뒤를 이었다.

계약과 관련해선 청약 철회 요청 시 환급 거부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162건(32.1%)으로 가장 많았고, 판매자의 배송지연 155건(30.8%), 치수가 맞지 않는 등의 문제로 교환을 요구했으나 거부하는 사례 42건(8.3%) 순이었다.

아웃도어 브랜드 중 하나인 노스페이스의 경우 판매 제품들 중 하자가 발생한 제품에 대한 AS 처리 방식 때문에 비난을 사기도 했다.

AS를 요구한 소비자들에게 적절한 응대를 하지 않을 뿐 아니라 AS 후 제품 자체가 기존의 형태와 달라진 경우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또 노스페이스는 타 브랜드와 달리 자사 홈페이지에 AS 관련 고지를 자세히 하고 있지 않아 더 큰 논란이 됐다.

운동화 역시 품질이 미흡한 경우가 적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데, 지난해 운동화 품질 등 관련 소비자 불만 상담은 총 2879건으로 이 중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가 신청된 것은 총 745건이었다. 올 상반기에도 소비자 불만 상담과 피해구제가 각각 1357건, 343건 접수됐다.

유형별로 보면 내구성 불량이 780건(80.2%), 설계상 하자가 193건(19.8%)으로 나타났다. 내구성 불량 하자 780건을 상세 유형별로 살펴보면, 갑피 훼손(찢어짐, 표면 벗겨짐 등)이 183건(23.5%)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염색불량(이염, 오염, 변색, 탈색)이 150건(19.2%), 접착·봉제불량이 123건(15.8%), 안감마모가 93건(11.9%), 에어 파손이 79건(10.1%), 밑창 불량(마모, 미끄러짐) 76건(9.7%), 변형(보강재 불량) 76건(9.8%) 순으로 나타났다.

세탁업체와의 분쟁 빈번

그뿐만 아니라 나이키와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 유명 수입 브랜드 운동화 대부분이 세탁으로 훼손되는 피해도 잇따라 발생하면서 운동화가 사실상 ‘단회용’ 제품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 각 브랜드에서 판매 중인 운동화의 세탁 방법을 문의한 결과 수입 브랜드 제품 중 물세탁이 가능한 제품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또 이들은 운동화의 세탁 정보를 운동화 자체에 부착하고 있지 않으며 구입한 제품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처럼 운동화 세탁 관련 피해가 늘어나면서 세탁업체와 소비자 간 분쟁도 빈번히 발생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등산화나 운동화를 구매할 때는 제조일자 확인을 해 고가 제품을 초특가에 판매한다고 한 뒤 3년이 경과된 등산화를 판매하는 꼼수를 가려내야 한다”며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되도록 안전결제서비스 시스템이 구축된 곳에서 구매하고, 판매자의 정보와 환불 정보 등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3년이 경과된 등산화의 경우 밑창이 갈라지는 등의 문제 발생이 잦다.

제품이 불량인지, 사용자 과실인지 알 수 없을 때는 한국소비자원에 의뢰해 전문가들의 심의를 받아볼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구입 후 등산화 관리에도 유의해야 한다”면서 “천연가죽의 경우 물에 젖으면 그늘에 말려 변형을 예방하고, 섬유소재는 2~3개월에 한번 세제를 엷게 푼 물을 묻힌 헝겊 등으로 닦아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또 신지 않는 등산화는 신문지를 넣어 두는 것으로 습기와 냄새를 제거하고, 원형을 유지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전문가들도 “구매 전 분쟁발생 시 어떤 점을 유의해야하는지 제조사별로 AS 방식의 차이를 알아둬야 한다”면서 “품질보증기간인 1년이 지나면 경과 기간만큼의 감가상각을 반영해 배상액을 산정하는 점을 유의해 분쟁 시에 제품 내구성 하자로 판단되면 교환·환불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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