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말 명심할게요", "여보 사랑해!"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지난 11월 21일 대정부 질문이 열리는 본회의장,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이 열심히 카카오톡으로 문자를 주고 받았다. 단순히 동료 국회의원이나 지인들과 나누는 문자로 여겨졌지만 그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일요서울]이 단독으로 포착한 사진을 보면 박모 여인이 꿈에 자신의 남친이 카카오스토리에서 만난 여자친구와 바람났다는 하소연으로 시작했다. 이에 야당 국회의원이 달래주는 문자 내용이었다. 그러나 그 남친이 문자를 보내는 현직 국회의원을 두고 하는 말임은 대화 내용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특히 대화 말미에 서로가 ‘여보 사랑해’로 끝나면서 현직 국회의원과 불륜녀로 의심되는 연인 간 대화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유부남인 이 국회의원의 부인 성(姓)은 취재 결과 문자 여인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서울]이 단독 취재했다.

- 국회의원 개인 프라이버시도 중요하지만…

11월 21일 제320회 정기국회가 열리는 본회의장, 경제에 관한 대정부 질문이 열리고 방송으로 생중계되고 있는 상황. 10시 본회의가 시작된 지 20분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간에 야당 A 초선 의원이 열심히 카카오톡으로 문자를 주고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내용은 국회의원이 본회의장에서 주고받지 말아야 할 충격적인 문자였다.

국회 본회의장이 불륜장으로 전락?

[일요서울]은 단독 취재했지만 국회의원의 사적인 대화 내용인 데다 개인 프라이버시는 보호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국민의 혈세로 먹고 사는 국회의원이 신성한 정기국회 대정부 질문장에서 동료 의원의 국회 연설에는 관심도 없고 불륜녀로 의심되는 여자와 문자를 주고 받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결론을 냈다. 이에 국회의원 실명 대신 그 문자 내용을 가감없이 그대로 공개한다. 대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 일요서울 정대웅 기자
▲ ⓒ 일요서울 정대웅 기자
박모 여인: 그것도 카스(카카오스토리) 여자랑(오전 7시57분)

A 국회의원: 머? 개꿈 신경쓰지 마세요(오전 8시 24분)
A 국회의원: 꿈은 평소에 자기가 느끼거나 경험을 중심으로 그 욕구가 불만이 상기되면서 꾸어지는 거야. 니가 카스통해 바람 피웠기 때문에 네가 불안해하는 마음이 그렇게 나타나는 거야 (오전 08시 25분)
A 국회의원: 그러니깐 다신 그런짓 하지마. 경고야(08시26분)
A 국회의원: 내가 분명히 극단적인 행동과 말 자제하고 조절하라고 그렇게 얘기했고 손가락 걸고 엄창걸고 다시는 안그러겠다고 하고는 또 반복되는 거 싫다(오전 08시28분)
A 국회의원: 언제나 잘못했을 땐 앞으로 진짜 잘하겠다고 하고는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헤이해지고 무언가 마음에 안들면 뻑하면 헤어지자고 하고 그런 것이 반복되면 지치고…(오전 10시 14분)
A 국회의원: 이 싸이클에서 벗어나자 응? 서로 반드시 노력해야 달라질수 있어.
A 국회의원: (중략) 마음 흔들리지 말고 당당히 담대히 상대를 향해 사랑을 갖고 표현해주고 신뢰할 수 있게 끊임없이 노력할 수밖에 없다(오전 10시 17분)
A 국회의원: 사랑은 어떻게든 안헤어지려고 하고 자꾸 보고 싶은 거지 자꾸 자존심세우고 헤어지려고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오전 10시 18분)

박모 여인: 응 노력할게 정말 (오전 10시 20분)
박모 여인: 오빠말 명심할께요 (오전 10시 20분)

A 국회의원: 응응 깨워서 미안해 얼릉 다시자요(오전 10시 21분)

박모 여인: 응 사랑해 여보(오전 10시 21분)

A 국회의원: 응 여보 사랑해(오전 10시 21분)

▲ ⓒ 일요서울 정대웅 기자
▲ ⓒ 일요서울 정대웅 기자
문자 내용을 보면 부부 사이에 나눌 수 있는 대화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특히 해당 국회의원 부인은 성이 다르다. 또한 문자 정황상 박모 여인은 자신의 남친인 이 국회의원이 꿈속에서 카카오스토리에서 만난 딴 여자와 바람을 피웠다는 하소연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국회의원이 조언을 해주는 내용이다.

하지만 문자 행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카스에서 바람을 피웠다’느니 ‘오빠’라는 말이 나오고 급기야 ‘여보 사랑해’로 끝나면서 부부 간의 대화는 아님이 드러났다. 결국 박모 여인과 국회의원 관계가 카스를 통해 불륜 관계를 맺은 정황이 대화 내용에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다. 해당 국회의원이 서울 지역구 출신으로 젊은 나이임을 감안하면 국회와 한국 정치를 얕잡아 보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김무성·심재철·김희정 휴대전화 잇따른 사고

특히 그동안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들이 휴대전화 잘못 간수했다가 망신을 당한게 한두 번이 아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지난 6월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자 2개를 확인했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전날 자신이 당 비공개 회의에서 한 발언의 유출자로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을 지목한 문자와 “형님, 맹세코 저는 아닙니다”라는 김 의원의 문자였다.

두 문자는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을 놓고 여야가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와중에 김무성 의원 측 입지를 약화시키고 당내 권력문화를 노출시켜 여권을 당혹하게 했다. 또한 ‘심재철 트라우마’라는 신조어를 만든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지난 3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로 인터넷 포털 검색창에 ‘누드’라는 단어를 치고 누드 사진을 보는 장면이 사진기에 포착됐다. 이 때문에 심 의원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을 사임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민주당 오제세 의원과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의 경우 인사청탁성 민원을 휴대전화 문자로 주고받은 내용이 국회 취재 기자에게 잡혀 곤욕을 치러야만 했다. 문자메시지로 정치 생명까지 위태로워진 이도 있다. 민주당 최원식 의원은 법원으로부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볼 때 지난해 총선 때 김모씨에게 ‘나를 도와주면 당신 아들에게 보좌관직을 주겠다’고 약속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회 본회의장에서 은밀한 문자메시지가 공개되는 의원들이 늘면서 국회사무처는 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본회의장 휴대전화 사용 자제’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한 야당 의원의 불륜이 의심되는 문자가 재차 포착되면서 여전히 국회 본회의장은 국회의원들의 은밀한 문자가 존재하고 있음이 재차 확인됐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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