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뺏기 위해 집단폭행, 흉기사용, 불법도박까지

[일요서울ㅣ오두환 기자]택시는 버스, 지하철과 함께 시민들의 발이 되는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시민들에게 택시는 애물단지 같은 존재다. 조금이라도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기 위해 타는 택시지만 빠른 길을 놔두고 먼 길로 돌아가는 택시기사를 만나면 억장이 무너진다. 이뿐만 아니다. 택시에 휴대전화나 지갑을 두고 내린다면 더 황당한 일을 겪기도 한다. 택시비만 주고 잃어버린 물건을 되찾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잃어버린 휴대전화가 중국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택시는 시민들의 애환이 서린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택시업계가 공급과잉으로 무한경쟁의 시련을 겪고 있다. 택시기사들도 사납금 부담으로 하루하루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제는 조폭 택시까지 등장해 시민들과 기사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 조직 만들어 서울·수원·부산·제주 등 전국서 활개
- 앞방연합파·두사모파·코리아콜파 등 이름도 각양각색

▲ <본 사진은 기사화 무관함>
지난 4일 안양동안경찰서는 경기도 안양·과천·의왕·군포 등 안양권 지하철역과 유흥가 등에서 위력을 과시하며 ‘조폭택시’ 영업을 해온 택시기사 12명을 적발했다. 조폭택시 기사들은 친목 모임을 가장한 ‘덕원회’를 조직해 다른 택시기사들의 영업을 방해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안모(49)씨 등 2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고 10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안양권 개인택시 운전사나 회사택시 운전사들 모임 회원들이었다. 이들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회원이 아닌 택시기사 30명을 집단 폭행하거나 협박하는 등 영업을 방해해 6000만 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사전구속영장이 신청된 안씨 등은 비회원 기사들이 장거리 손님을 태우려고 하면 차량을 강제로 이동시키고 말을 듣지 않으면 회원 3∼4명이 합세해 집단 폭행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조폭택시 운전자 중에는 폭력전과자인 사람도 있다. 이들은 월 1회 정기 모임을 하고 다른 택시 내쫓는 방법과 경찰 단속 피하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도 했다. 경찰은 안 씨 등 2명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안양 인덕원역과 과천 경마장, 서울구치소 앞 등에서 회원들끼리 순번을 정해 장기 주정차 및 호객행위 등을 하면서 ‘나라시’(장거리 운행)를 독점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조폭택시는 택시기사들 사이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서울에서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최모(58)씨는 “조폭택시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언론에 나온 것이 최근일 뿐 택시업계 사람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씨는 “택시기사를 하다 보면 별일을 다 겪기도 한다. 조폭택시 무리가 아니어도 자리 때문에 싸우는 경우가 많아 경찰에 신고할까 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냥 넘어가곤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조폭택시들의 만행은 극에 달했다. 단순히 차량을 강제로 이동시키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항의하는 택시기사들의 멱살을 잡는 것은 기본이고 목을 조이거나 침을 뱉기도 하고 심한 경우 택시를 파손하기까지 한다.

흉기를 휘두르고 불법 도박과 대부업에까지 손을 뻗친 조폭택시 기사들도 있다. 부산에서는 최근 앞방연합파, 두사모파가 경찰에 적발됐다. 앞방연합파는 부산 노포동 고속버스터미널 일대, 두사모파는 도시철도 1호선 두실역 일대에서 영업을 한다. 앞방연합파는 터미널 앞을 장악하고 장거리 승객만 골라 태우고 두사모파는 야간 승객이 많은 지하철역 근처에서 불법 콜센터까지 운영하며 영업을 했다. 조직원이 아닌 택시기사가 손님을 태우면 어김없이 보복 폭행을 가한다.

지난 2월에는 조직을 이탈한 택시기사를 흉기로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고, 횡포를 참다 못한 일반 택시기사들이 다른 조직폭력배를 고용하는 일도 벌어졌다. 조폭택시 조직 중 일부는 근처에 개인 사무실을 차려놓고 택시기사들을 상대로 사기도박장을 운영하기도 했다. 도박자금이 없는 택시기사에게는 고리대금업자로 돌변한다.

부산에는 앞방연합파, 두사모파 외에도 지난 8월에 코리아콜파 조직원들이 적발되기도 했다. 코리아 콜파는 부산역 주변에서 주로 활동하던 조폭택시 조직이다. 제주도에는 지난해 조폭택시가 극성을 부렸다. 당시 조폭택시 기사들은 제주국제공항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2003년부터 조직을 만들어 활동했으며 주차단속에 나선 제주도 자치경찰까지 골프채로 위협했다.

당시 구속된 조직원에 따르면 조직에서는 “다른 택시가 절대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장거리 장악을 위해 폭력을 행사하면 회비에서 지불한다”’는 등 폭력조직과 유사한 행동강령을 만들고 지시에 불응한 조직원은 강제 탈퇴시키는 등 결속을 다지기도 했다. 또 이들은 회비 20만∼30만원을 받으며 조직을 결속하고 행동대원으로 실제 조직폭력배를 끌어들여 외부 기사와 싸움을 벌이고 합의금과 영업손실금 등을 지원하기까지 했다.

조폭택시의 문제는 이들로 인한 피해가 택시기사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일부 조폭택시는 독차지한 손님들을 상대로 미터기를 끈 채 최장거리 4만 원 이상 정액을 받아 일반 기사 월수입 200만원의 배 이상의 바가지 영업을 하기도 했다. 또 특정 관광사업장과 음식점에서 알선비를 받아 연간 5700만 원가량의 운영자금도 마련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폭택시가 활개를 치자 경찰이 적극적으로 단속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경찰의 단속에도 조폭택시기사들이 줄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일반 시민들은 조폭택시 기사들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부 조폭택시 기사들 때문에 선량한 택시기사들까지 욕을 먹기 때문이다.

불법영업행위를 한 택시들은 면허 취소 등의 재제를 강력하게 적용해야 한다. 서울시 택시면허가 마지막으로 발급된 1999년 7월 이후 올해 7월까지 불법영업행위 단속을 통해 감차 또는 면허가 취소된 서울 택시는 총 1151대에 불과한 것을 보면 처벌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지난 10월 22일 서울시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13년간 개인택시 695대, 법인택시 458대만이 벌점누적으로 면허 취소를 당했다. 이는 연평균 82대 수준으로 서울시 전체 택시 중 0.11%다. 서울시는 그동안 택시 서비스 향상을 위해 승차거부나 합승 등을 단속해 엄벌에 처하겠다는 방침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하지만 합승, 승차거부 외에도 영업방해 등의 항목을 추가해 조폭택시를 척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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