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사상 최고치 글로벌 큰 손들 모은다


[일요서울 ㅣ 김나영 기자 ] 중국 위안화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전 세계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앞서 미국 달러가 국제적인 기축통화로 자리하게 된 것은 영국 파운드화가 차지하던 자리를 대신하면서부터다. 이로 인해 위안화 역시 달러의 행보를 답습해 국제 기축통화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는 상황이다. 더불어 발빠른 투자자들은 부지런히 위안화에 투자하며 때를 노리는 형국이다.

중국 정부, 환율 고삐 쥔 손 늦춰…역외 시장도 대거 성장 
각국 중앙은행은 비중 늘려…환차익 노린 정기예금 급증도

위안화가 또다시 사상 최고치 거래 기준가격 기록을 갈아치웠다. 중국 인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20일 위안화 거래 기준가격은 달러당 6.1305위안이었다. 이는 중국이 1994년 관리변동환율제를 도입한 후 19년 만의 최고가다.

앞서도 위안화는 지난 14일 달러당 6.1315위안을 기록했다. 또 지난달 24일에는 달러당 6.0820위안으로 당시 최고가를 써내려갔다. 외환 시장에서는 ‘자고 일어나면 위안화 가격이 오른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환율 변동폭 늘리고,
시장 개입 없앨 것”

특히 인민은행이 향후 위안화 환율 변동폭을 늘리고 시장 개입을 끊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이러한 기조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는 인민은행이 고시하는 가격을 기준으로 ±1% 범위 내에서 시장 수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다.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은 “중국은 근본적으로 외환시장 개입을 중단하고 점진적으로 위안화 일일 변동폭을 확대할 것”이라며 “환율 시스템이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절상을 용인하는 분위기가 형성됨에 따라 당분간 위안화의 가치는 계속 올라갈 전망이다. 지난 1년 동안 위안화는 달러 대비 2.21% 절상됐는데 전문가들은 이러한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전 세계가 주목하는 위안화의 위상은 나날이 높아져가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위안화는 최근 세계 10대 통화로 떠올랐으며 지난 3년간 국제 거래에서 9번째로 많이 사용됐다.

여기에는 중국 정부가 전과 달리 외환시장에 대한 규제 고삐를 늦춘 것이 크게 작용했다. 또 런던 등 역외 위안화 시장이 커졌을 뿐 아니라 곧 출범할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도 위안화 국제화에 몫을 더할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ㆍ예금에 몰려
흥행몰이 이어갈까

이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는 벌써부터 위안화 비중 늘리기가 감지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상반기 주요국 중앙은행들 중 위안화 비중 확대를 고려하는 곳이 36%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 중앙은행은 외환보유고의 3%를 위안화 채권으로 채울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월가의 큰손으로 통하는 짐 로저스 퀀텀펀드 회장은 “장기적으로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할 것”이라며 “위안화의 투자 전망이 밝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한 위안화를 더 많이 사들일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역외 시장에서도 흥행은 거듭되는 분위기다. 중국 공상은행이 런던에서 처음으로 발행한 역외 위안화 채권에는 발행액의 4배가 넘는 투자수요가 몰렸다. 런던에 이어 싱가포르도 해외 투자자들이 본토 위안화 표시 주식과 채권 등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위안화 적격외국인기관투자자제도(RQFII) 확대에 나선 상태다.

더불어 위안화 예금 역시 각광받는 추세다. 중국을 제외한 지역 중 위안화 거래량이 가장 많은 홍콩 은행권의 위안화 예금 비중은 2009년 1%에서 2011년 10%로 급증했다. 싱가포르의 위안화 예금 비중도 5%로 늘어났으며 대만도 1%대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에도 중국계 은행 정기예금에 기관투자가들이 모여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위안화 예금은 지난해 1억7000만 달러에서 지난 8월 말 3억1000만 달러, 9월 말 8억8000만 달러, 10월 말 16억4000만 달러(약 1조7000억 원)로 10배가량 뛰었다. 이는 위안화 예금을 바탕으로 발행되는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정기예금이 2% 후반인 것과 달리 위안화 예금을 통한 ABCP는 3% 중반의 수익를을 자랑한다”면서 “점차 ABCP가 아닌 위안화 직접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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