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첫 국회 시정 연설에도 불구하고 꼬인 정국의 물꼬가 트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 시정 연설 후에 극한 대결이 더 심해지는 징크스가 이번에도 그대로 지켜지는 양상이다. 지난 19일부터 주말까지 닷새간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을 통한 민주당의 대여 공세가 더욱 가팔라질 정국을 예고했다.
박 대통령은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평화통일 기반구축’이라는 4대 국정기조별 정책 추진 상황을 설명하고 관련 법안들과 내년 예산안의 차질 없는 처리를 간곡히 당부했다. 대통령은 대선 치른 지 1년이 돼 가는데 정치권의 대립과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데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하며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안들은 진상규명과 문책, 국가기관의 정치개입 금지, 국정원 개혁 등을 약속했다.
또한 특검 도입에 부정적이었던 대통령이 여야가 특검에 합의한다면 존중하고 받아들이겠다는 전향적인 언급을 했다. 이만하면 대화정국의 물꼬가 트일 만해서 민주당의 전향적인 화답을 기대했으나 상황은 오히려 정반대로 나타났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미지근한 물로는 밥을 지을 수 없다”고 했고 전병헌 원내대표는 “국민 눈높이에도, 민주당 눈높이에도 턱없이 부족한 연설이었다”고 촌평했다.
민주당 입장에서의 실망스러움을 국민 눈높이에 기대는 전 원내대표의 발언에 괴리가 느껴진다. 많은 국민들이 묻고 싶을 것이다. 민주당이 과연 국민들이 바라는 정치를 지금 하고 있다는 것인지를 말이다. 민주당이 무슨 짓을 해도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이유를 당 지도부가 전혀 판단 못하고 있다. 벌써 1년이 지난 대선 프레임에 갇혀 국정을 등한시하고 민생을 외면하는 야당을 지지해줄 정도로 우리 유권자들이 편협하지도, 어리석지도 않다는 사실을 왜 모르는가 말이다.
정국경색의 모든 책임을 대통령에게 전가하며 윽박지르는 듯한 모습이 곧 야당 정치라는 망상을 버려야 한다. 툭하면 길거리로 뛰쳐나가는 식상한 버릇을 접고 국회에서 본연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치 않으면 호남 텃밭 민심마저 민주당을 외면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민주당이 가장 꺼리는 ‘안철수 신당’이 조만간 닻을 올리려 한다. 신당이 태동하기도 전에 호남 지지율마저 ‘신당’이 앞서고 있는 조사결과에 대해 옳은 판단을 해야 한다.
통합진보당 같은 종북 정당이 국회를 오염시키고 엄청난 혈세를 챙기도록 해준 민주당이다. 이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당 정체성에 대한 민주시민들의 우려를 삭히는 일임을 모르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가 말마다 국민을 앞세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런 점이 민주당을 외면케 되고 신당 태동에 기대를 걸게 한다는 사실을 좀 알았으면 한다. 북한은 종북 정당의 한계가 나타나자 지난달 초 대남 공작부서에 모든 좌파단체들이 나서 ‘유신회귀’ 정권퇴진 투쟁에 나설 것을 지령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 말처럼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내년도 예산안이 시한 안에 처리되지 못하고 준예산을 편성하는 사태가 불가피해지면 국회무용론이 다시 불을 뿜을 수밖에 없다. 정치권이 상대방의 굴복만 바라고 샅바 싸움을 하다 보면 강한 역풍에 ‘외양간’도 무너지고 ‘텃밭’도 다 떠내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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