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때 효과 재현 통진당 결집 노려

 “대선 때 효과 재현” 통진당 결집 노려… 이번엔 ‘글쎄’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여의도 정치권에서 연일 거론되고 있다. 최근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 등으로 인해 민주당이 박 대통령을 겨냥하는 사이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이정희 대표는 ‘통진당에 대한 위헌정당 청구심판 청구’건을 심의 의결한 것에 대해 반기를 들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박근혜씨’, ‘박근혜 공주’라는 말까지 하며 박 대통령을 공격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지난 대선에 대한 불복 심리가 있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박근혜 대통령과 이 대표 간의 질긴 악연 때문”이라고도 말한다. 대통령 선거에서 박 대통령을 떨어뜨리겠다고 공언했던 이 대표가 이번에는 통진당 해산을 막고, 진보당 지지세력 결집을 위해 박 대통령을 연일 때리고 있다.


장면#1 지난해 12월 5일 대선 후보 첫 TV토론. 통진당 이정희 대표는 과거사 문제를 언급하면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대선에 나왔다”며 “박 후보는 유신독재의 퍼스트레이디”라고 말했다.

장면#2 지난 9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정권 심판 국정원 해체 공안탄압 분쇄 5차 민주찾기 토요행진’에 참석한 이 대표. 그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퇴 외압 의혹을 제기하는 대목에서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검찰총장까지 잘라내는 ‘박근혜씨’가 바로 독재자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두 장면은 이정희 대표가 여전히 박 대통령에게 독기를 품고 있다는 점을 반증한다. 이 대표는 사실 박 대통령과 가까워지려야 가까워질 수 없는 관계다. 이 대표는 1987년 학력고사 여성 수석 출신이다. 대학 시절 총여학생회 회장을 지내며 운동권에 입문했다. 이후 2007년 민주노동당에 입당한 후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돼 ‘진보의 꽃’으로 불렸다. 초선의원으로서 민주노동당 당대표직에 오르면서 진보진영의 대표 정치인으로 거듭났다.

대선 때부터 시작된 악연
 
반면, 박 대통령은 부친 박정희의 대통령 취임 이후 청와대에서 생활했다. 1974년 모친 사후부터 1979년 10ㆍ26 사건 이전까지 퍼스트레이디의 직무를 수행하였고, 부친 서거 이후 청와대에서 나와 육영재단 이사장과 정수장학회 이사장 등을 지냈다. 1998년 이회창 전 총재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해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이후 2001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했으나 2002년 다시 한나라당에 복귀했다. 18대 대선에 출마하며 비례대표직을 사퇴하기 전까지 15년간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태생적으로 서로가 달라 ‘엮이고 싶지도 않고, 엮이지 못하는 관계’인 셈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18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함께 한 적이 있다. 당시 기재위 소속 관계자들은 “박 대통령이 상임위 활동을 하더라도 질의 정도만 하고 바로 빠져 상임위원들 간의 교류가 전혀 없었다”며 “그러다 보니 두 사람이 접촉은커녕 별다른 얘기도 하지 않은 관계였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과 이 대표의 불편한 관계는 지난 대선 때부터 시작됐다. 이 대표가 “박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출마했다”고 말한 것이다. 이 대표는 19대 총선에서 부정 경선 의혹으로 논란이 일면서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이후 당대표에 올인했지만 당내 경선 조작 시비와 분당사태로 조직이 와해됐다. 이 대표로선 대선 출마라는 승부수를 던질 수밖에 없었다. 이 대표는 이른바 ‘박근혜 떨어뜨리기’ 전략을 내세웠던 셈이다.

당시 이 대표의 대선 출마 목적을 분석해 보면 알 수 있다. 이 대표가 조직 재정비와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 대선에 출마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또 통진당은 대선 출마 등록을 하기만 하면 국회 의석수 6석에 비례해 약 26억 원이라는 보조금을 받는다. 이는 1년간 당 운영비에 해당한다. 그리고 당과 본인을 홍보하려고 했다. 마지막으로 박 대통령을 공략해 막판 단일화를 통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려고 했다.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을 때려 많은 것을 얻은 셈이다.

대선 때 ‘효과’봤지만…

대선 때 ‘대통령 때리기’를 통해 실보다 득이 더 많았던 이 대표. 그런 그가 대선 이후 통진당 해산 심판 청구 건을 심의 의결한 것을 연일 비판하며 박 대통령을 또 다시 때리고 있다. 심지어 박근혜씨라고 호칭할 정도로 도를 넘은 상태다. 대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독해졌다는 평이다.

여기에는 이 대표가 ‘내부의 위기를 극복하고 외부의 적을 만들어’ 위기를 탈출하려 한다는 게 일각의 분석이다. 통진당이 헌정 사상 초유의 정당해산 청구로 존폐 위기에 몰렸고, 이석기 의원 등 핵심인사들이 내란 음모 혐의로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을 때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것. 결과적으로 해산 위기에 있는 통진당 지지 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노림수다.

실제 통진당 김재연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정부의 정당해산 심판 청구서에는 진보당이 소수특권 세력의 부당한 특권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하니 이것을 대한민국 주권을 빼앗는다고 하고, 사유재산권을 박탈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이 황당한 문서를 작성한 것이냐. 총리가 결제한 것 아니냐”고 몰아세우기도 했다.

이 외에도 대선 불복 차원이라는 말도 있다.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부정 선거로 선거에서 이긴 대통령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도를 넘는 말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의 ‘대통령 때리기’로 인해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정부의 통진당 정당 해산심판 청구 이후 여론이 이 대표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 언론사가 지난 6일 통진당 해산 심판 청구에 대해 ‘적절한 조치’라는 응답이 60.1%, ‘부적절한 조치’라는 답변이 28.5%에 불과했다. 국민 여론이 통진당의 종북 성향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박 대통령이 오히려 지난 대선 때와 같이 이정희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지난 대선에서 이 대표가 박 대통령을 때려 보수층이 결집했듯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대표가 박 대통령을 때리면 또다시 보수세력을 결집시키는 일등공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의 박 대통령 때리기가 박 대통령에겐 득이 될 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정원의 최종 표적이 이 대표라는 얘기가 심상치 않게 나오고 있다. 사정 당국의 한 관계자는 “공안 당국이 이 대표와 이 대표의 남편인 심재환 변호사의 주변도 살펴보지 않았겠는가. 과거 심 변호사가 한 부동산회사에 8억여 원을 (사인 간 채권으로) 빌려준 적이 있는데, 이런 부분까지 조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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