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대화 사진촬영부터 실명이 나오기까지

[일요서울ㅣ특별취재부] [일요서울]은 지난 호(1021호)의 ‘민주당 A 의원 묘령의 여인과 카톡’ 제하의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가 나간 이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독자들의 문의가 쇄도했다. 단연 첫 번째 궁금증은 “불륜으로 의심되는 국회의원이 누구냐?”는 것이었다. 한 보수 매체는 네티즌들의 ‘마녀사냥식 신상털기’에 화답해 실명을 언급하며 언론 매체로서 정체성을 의심받기도 했다. 또 다른 보수성향의 방송은 해당 의원이 “언론사에 강력히 항의했다”며 근거 없는 보도로 국민들을 현혹시켰다. 두 번째 궁금증은 사적인 문자 내용을 “어떻게 취재한 것이냐”는 물음이었다. ‘짜고 친 고스톱이다’, ‘민주당 죽이기다’, ‘포털 음모론’ ‘빅딜용’ 등 각종 확인되지 않은 ‘카더라식’ 소문이 쏟아졌다. 이미 본지는 사적인 영역이고 한 국회의원의 개인 사생활 존중과 그 가족들의 정신적 피해를 우려해 실명을 숨겼다. 하지만 보도 이후 공공연히 정치인 실명이 거론되는 등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언론 본연의 임무 또한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또한 해당 의원이 본사에 내용증명서를 보내와 정정보도가 이루어 지지 않을시 명예훼손에 따른 민·형사상 조치를 취할 것임을 통고해와 실명으로의 사실 보도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제 이 모든 것을 바로잡고 여야 국회의원들이 회기 기간에 의정 활동에만 충실하는 것이 자신들을 뽑아준 국민들에 대한 예의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편집자주]

▲ 정호준 민주당 의원 ⓒ 일요서울 정대웅 기자

- 독자·청와대·여야 대표·국회의원 실명 요구 ‘봇물’
- 애꿎은 야당 국회의원 ‘마녀사냥식 신상털기’ 횡횡…

첫 보도가 나간 이후 독자들과 네티즌들은 해당 민주당 국회의원이 누구냐는 것과 또한 어떻게 정호준 의원이 ‘불륜으로 의심되는’ 문자를 나누는 것을 포착했느냐는 부분에 궁금증이 일었다. 이에 대해 국회 본회의장 현장에서 직접 촬영한 본지 정대웅 사진기자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정호준 의원의 문자 사진을 촬영한 11월 21일은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이 있던 날이었다. 3일째 이어지던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 언론의 관심이 줄어들었는지 앞선 정치, 외교분야 질문 때보다 본 회의장에 자리 잡고 있던 사진기자는 확연이 줄어 있었다. 본회의장의 스마트폰 문자로 일어난 사건들은 오전 질의가 끝나고 기자들이 대거 빠져나간 오후질의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정호준 의원의 문자는 본회의가 시작한 오전부터 계속됐다.”

민주당 뒤 사진기자석에 자리 잡고 있던 기자는

“본회의 시작 후 국무위원들의 답변을 취재하고 있는데 정 의원이 장시간 문자를 작성하는 것이 보여 주시하게 됐다”며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경계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촬영을 시작했고 내용을 보니 ‘카스로 바람났다’는 내용이 보여 일상적인 문자가 아님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또 “문자 말미에 ‘여보 사랑해’라고 끝나서 부인과의 문자인 줄 알았으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면 기자석을 돌아보기도 하는 등 의아한 모습을 보여 취재를 계속했다”고 밝혔다.

한편 정 의원이 두 시간 동안 문자를 주고받는 사진을 촬영한 것과 관련해 “촬영된 첫 문자가 오전 7시 50분경인데 처음부터 촬영한 것은 아니고 정 의원이 앞에 온 문자를 확인하며 스크롤을 내리는 과정에서 촬영됐다”며 “이 과정에서 정 의원의 손에 가려져 있던 문자를 주고받은 여성의 이름도 함께 보였다”고 말했다

▲ 지난 11월 2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호준 민주당 의원이 박모 여인과 SNS를 이용해 "여보 사랑해" 등의 내용이 담긴 문자 대화를 하고 있다. ⓒ 일요서울 정대웅 기자
▲ 지난 11월 2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호준 민주당 의원이 박모 여인과 SNS를 이용해 "카스를 통해 바람피웠기 때문에" 등의 내용이 담긴 문자 대화를 하고 있다. ⓒ 일요서울 정대웅 기자

박모 여인 : 그것도 카스(카카오스토리) 여자랑 (오전 7시57분)

정호준 의원 : 머? 개꿈 신경 쓰지 마세요 (오전 8시 24분)

정호준 의원 : 꿈은 평소에 자기가 느끼거나 경험을 중심으로 그 욕구가 불만이 상기되면서 꾸어지는 거야. 니가 카스 통해 바람 피웠기 때문에 네가 불안해하는 마음이 그렇게 나타나는 거야 (오전 08시 25분)

정호준 의원 : 그러니깐 다신 그런 짓 하지마. 경고야. 그리고 (08시26분)

정호준 의원 : 내가 분명히 극단적인 행동과 말 자제하고 조절하라고 그렇게 얘기했고 손가락 걸고 엄창걸고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하고는 또 반복되는 거 싫다(오전 08시28분)

정호준 의원 : 언제나 잘못했을 땐 앞으로 진짜 잘하겠다고 하고는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헤이해지고... 먼가 마음에 안들면 뻑하면 헤어지자고 하고 그런 것이 반복되면 지치고... (오전 10시 14분)

정호준 의원 : 이 싸이클에서 벗어나자 응? 서로 반드시 노력해야 달라질 수 있어! 마음 흔들리지 말고 당당히 담대히 상대를 향해 사랑을 쏟고 표현해주고 신뢰할 수 있게 끊임없이 노력할 수밖에 없다 (오전 10시 17분)

정호준 의원 : 사랑은 어떻게든 안 헤어지려고 하고 자꾸 보고 싶은 거지 자꾸 자존심세우고 헤어지려고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오전 10시 18분)

박모 여인: 응 노력할게 정말 (오전 10시 20분)

박모 여인: 오빠말 명심할께요 (오전 10시 20분)

정호준 의원: 응응 깨워서 미안해 얼릉 다시자요 (오전 10시 21분)

박모 여인: 응 사랑해 여보 (오전 10시 21분)

정호준 의원: 응 여보 사랑해 (오전 10시 21분)

▲ 지난 11월 2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호준 민주당 의원이 박모 여인과 SNS를 이용해 문자 대화를 하고 있다. ⓒ 일요서울 정대웅 기자
▲ 정호준 민주당 의원의 와이셔츠 소매에 영문 이니셜(H.J.CHYUNG)이 보인다. ⓒ 일요서울 정대웅 기자

카톡 박모양은 일반인... 취재 뒷이야기

결국 사진기자 촬영 후 정 의원의 자서전에 부인이 ‘전OO 여사와의 연애담’ 등이 실려 있는 내용을 보고 부인이 아님을 최종 확인해 실명을 뺀 A 의원으로 보도됐다. 이후 본사와 취재팀에 실명을 요구하는 문의가 빗발쳤다. 특히 청와대 내 사정부서에서부터 여야 고위 인사들까지 전화를 걸어 ‘실명확인’ 요청이 끊이질 않았다. 야당 모 의원은 직접 기자에게 전화를 해와 실명을 알려 달라고 했다.

온라인상에서 반응도 뜨거웠다. 한 보수성향 커뮤니티에서는 민주당 초선 의원을 찾기 위한 ‘마녀사냥식 신상털기’가 시작됐다. 급기야 민주당 서울 지역구 초선의원 7명 중 여성 의원을 제외한 5명의 남성 의원으로 좁히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1차 때 공개된 카카오톡 손가락 사진을 보고 해당 의원 손가락 사진과 비교하며 찾아내는 모습에선 인터넷의 힘을 다시 한번 알 수 있었다.

특히 온라인상에서 관심은 정 의원 카톡 상대방인 ‘박모 여인’에 대한 궁금증이 매우 컸다. 대다수 네티즌은 오전 10시경에 이뤄진 카톡 시간과 대화 내용 중 “오빠 미안해(박모 여인)”, “응 깨워서 미안해 얼릉 다시 자요(국회의원)” 등을 들어 박씨가 화류계에 몸을 담고 있는 여인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후속 취재를 한 결과 박모 여인은 화류계와 거리가 먼 일반인 여성으로 확인됐다.

▲ 정호준 민주당 의원의 자서전 '길위에 서다'. 부인 전OO씨와의 연애담 등이 담겨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인터넷교보문고 캡쳐>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민주당 정호준 의원 측은 보도가 나간 이후 ‘내용증명서’를 본지에 보내와 밝힌 공식적인 입장이다. 다음과 같이 그 내용을 가감 없이 게재한다.

“친분 있는 오빠로서 충고한 것”- “‘여보 사랑해’는 장난삼아 응대”

『(대화 내용을 보면) 발신인이 아는 여동생인 박모 여인의 연애사와 관련해 이번뿐만 아니라 전에도 계속해 충고하고 다짐을 받는 내용임을 누구라도 알 수 있다. 추측대로 불륜의 상대방이라면 ‘니가 카스통해 바람 피웠기 때문에 네가 불안해하는 마음이 그렇게 나타나는 거야’라는 내용은 절대로 보낼 수 없는 내용이다』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지는 대화 내용을 보면 친분 있는 오빠로서 박모 여인이 자신의 남친과 애정관계에 대한 고민에 대해 충고하는 내용임을 충분히 알 수 있다』

『마지막 문구에서 ‘응 여보 사랑해’는 친한 여동생이 먼저 장난삼아 ‘응 사랑해 여보’라고 문자를 보내 길래 별 뜻 없이 같은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뿐이다. 이는 박모 여인이 ‘오빠말 명심할께요’라고 문자를 보내어 분명히 ‘오빠’라고 호칭한 것을 보더라도 장난삼아 상대방의 문자에 대한 응대임을 알 수 있다』

『물론 발신인이 본회의장에서 사적인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은 의정활동에 충실해야 할 의원으로서 잘못된 일이지만, 사실 확인도 없이 단순히 불륜관계로 단정하고서 오보를 한 것은 명백히 잘못한 것이며…(중략) 주요 이슈로 떠올라 발신인의 명예는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다』

『이에 하루 속히 잘못된 보도에 대해 이를 정정하는 보도내용을 해 주고 이러한 정정보도가 이뤄지지 않을 시는 [일요서울]을 상대로 민·형사상 조치를 취할 것임을 엄숙히 통고한다』

 

 

 

▲ 정호준 민주당 의원 측에서 <일요서울>에 보낸 내용증명서. "후배와의 대화였다"며 정정보도를 요구하고 있다.

 

취재한 배경과 정 의원의 해명 그리고 박모 여인까지 독자 여러분의 궁금증의 답은 여기까지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은 없지 않다. 하지만 의문이 의혹을 낳고 의혹이 특정 세력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활용 수단으로 번지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 이제 [본지]는 정 의원 측이 밝힌 ‘명예훼손에 따른 민·형사상 조치’에 따른 법적 공방에 충실하게 임할 것이다.

* 본지 지령 1022호 상기 기사와 온라인판 기사는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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