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불공정 면접, 친인척 내정 등 비리 총집합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환경미화원 채용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과거 환경미화원은 3D 업종으로 분류돼 지원자도 적었고 공무원을 준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관심 밖이었다. 하지만 최근 환경미화원에 대한 시각과 처우가 크게 달라졌다. 환경미화원은 예순 살까지 정년이 보장되며 공무원인 만큼 월급도 안정적이다. 그 결과 환경미화원을 지원하는 사람이 늘어나게 됐고 이를 둘러싸고 비리 사건이 끊임없이 터지고 있다.

두 자리 경쟁률 기본, 대졸 이상 고학력자 증가
일에 대한 만족도 높고 보람 느끼는 사람 많아    

11월 28일 수원지검 안산지청 형사3부는 취업을 미끼로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 위반)로 안산시의회 김모 의원(54)을 구속 기소하고, 김의원에게 돈을 준 A(55)씨와 B(54)씨를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 의원은 2012년 9월과 지난해 3월 안산시 환경미화원 등으로 취업시켜 주겠다며 고향 선후배 2명으로부터 모두 51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서류·실기·면접시험
객관성 높여야

지난 6월에는 수원시가 진행한 환경미화원 공개채용과정에서 최종 면접시험이 불공정하게 진행돼 일부 응시자들이 단체로 항의하는 사태도 빚어졌다. 수원시는 지난 6월 올해 정년퇴직으로 결원이 생긴 시청 소속 환경미화원 33명을 공채했다.

선발방법은 1차 서류심사(30점), 2차 체력시험(30점), 3차 면접시험(40점)을 거쳐 고득점 순으로 합격자를 뽑는 방식. 여기에 국가유공자, 취약계층, 장애인 응시자 등에는 10점 이내의 가산점을 부여했다.

응시원서 접수 마감 결과 모두 294명이 응시해 약 9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수원시는 이 가운데 서류전형과 실기시험(체력시험)에서 합격한 70명을 최종 면접시험 대상자로 확정해 지난 5월 21일 시 홈페이지에 공고했다.

하지만 수원시는 면접시험 대상자 확정 공고 다음날인 5월 22일 “전산 오류로 가산점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붙여 갑자기 8명의 응시자를 추가 합격자로 발표했다. 추가 발표자 중 4명은 면접시험을 치른 후 최종 합격했다.

문제는 뒤이어 치러진 3차 면접시험에서 발생했다. 수원시는 실기시험 합격자 78명을 대상으로 지난 5월 27일 시청 본관 지하 1층 소회의실에서 5명 1개조 방식으로 최종 면접시험을 진행했다. 면접관은 수원시 과장급 공무원 3명과 외부인사 2명 등 5명이 맡았다.

면접시험의 배점은 40점으로, 가장 중요한 관문. 수원시 채용공고를 보면 면접시험의 평가기준은 직업의식, 대민봉사 자세, 성실성 및 사명감, 상식 등 4가지였다.

그러나 중요한 면접시험에서 면접관들이 불공정한 태도를 보였다는 게 탈락자들의 주장이다. 일부 응시자들에게 평가기준과 상관없는 질문을 던지거나 아예 한마디 질문도 하지 않은 채 퇴장시켰다는 것. 이는 일부 응시자들에게 환경미화원 공채에 응시하게 된 동기나 소신 등을 밝힐 기회를 박탈한 셈이다.

결국 일부 응시자들은 불공정한 면접시험으로 당락이 엇갈렸다. 1차 서류전형과 2차 실기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도 면접관들에게 제대로 질문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대부분 탈락한 반면, '호의적' 질문을 받았던 사람들은 합격했다는 주장이다. 합격자 내정설 등 부정선발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일부 탈락자들은 서류심사와 체력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 4시간을 기다려 면접시험을 봤지만 면접관에게 질문 한마디 받아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미화원 채용을 둘러싼 비리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0년 광주 광산구청에서도 환경미화원 채용 과정에서 일부 환경미화원들이 채용 알선을 대가로 구직 희망자들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챙긴 사건이 적발되기도 했다.

당시 광주 광산경찰서는 환경미화원 채용 과정에서 돈을 받은 혐의(제3자 뇌물취득)로 광주 광산구청 환경미화원 장모(39)씨와 박모(45)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또 이들에게 돈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로 같은 구청 일용직 환경미화원 류모(41)씨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무기 계약직인 장씨는 "환경미화원직 채용을 구청 고위층에 청탁해주겠다"며 류씨로부터 4100만 원을 받은 혐의다. 류씨는 장씨에게 돈을 건네고 나서 약 2주 후 일용직 환경미화원으로 채용됐다.

장씨와 같은 무기 계약직인 박씨도 환경미화원 구직 희망자로부터 채용알선을 대가로 3000만 원을 받았다. 이 구직 희망자도 박씨에게 돈을 건넨 직후 환경미화원으로 채용됐다.

실기시험 통과하려면
강인한 체력 필수

환경미화원의 인기는 경쟁률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지난 26일 서울 한 지자체에서 시행한 2014년 환경미화원 신규채용 시험에는 6명 채용에 79명이 응시해 13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보통 10 대 1의 경쟁률은 기본이고 경쟁이 심한 곳은 40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곳도 있다.

공무원이 주는 안정감과 함께 경쟁률이 높아지다 보니 재수, 삼수생도 늘고 있다. 응시 지역을 달리해 5번 이상 지원하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또 환경미화원을 지원하는 나이도 20대부터 30대, 40대 등으로 다양하다.

응시자들의 이력도 화려하다. 호텔에서 근무하던 호텔리어, 주류회사 직원, 개인사업자 등 많은 사람이 환경미화원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몸을 쓰는 일을 주로 하기 때문에 체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시험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

실기시험은 30Kg짜리 모래마대 오래 들고 서있기, 마대 열 자루 차량에 빨리 싣기 등으로 치러진다. 모래마대 오래 들고 서 있기의 경우 3분을 버텨야 만점이다. 하지만 대부분 1분을 넘기기 시작하면 팔을 부들부들 떤다. 여성 지원자들도 많지만 실제로 합격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 마대 열 자루 차량에 빨리 싣기의 경우 모두 11초 안에 완료해야 만점이다.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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