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멀티 플레이어를 원한다


9. 멀티 플레이어 리더십

정보화시대에 멀티 플레이어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과거 3천년을 지탱해 온 농업ㆍ수렵ㆍ목축시대에 변한 것보다 지난 300년 동안의 산업화 시대에 세상이 더 많이 변했다.

이제는 지난 30년 동안의 정보화 시대에 더 많이 변하여 대학 1학년 때 배운 지식이 대학 4학년 때 쓸모없을 정도로 변했다. 과거 3천년 동안의 변화가 3년 만에 이뤄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변화무쌍한 시대, 무한경쟁의 시대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 멀티 플레이어는 주어지는 다양한 방면의 일들을 척척 해내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 한자의 다재다능(多才多能)과도 일맥상통하는 용어이다.

다재다능이란 지식과 인격을 모두 포함하는 넓은 개념으로 재주도 많고 능력도 많음을 나타낼 때 하는 말이다. 멀티 플레이어는 바로 팔방미인이며 만능 엔터테이너라고 부르기도 한다. 멀티 플레이어의 사전적 의미도 한 가지가 아닌 여러 가지의 분야에 대한 지식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우리는 멀티 플레이어 하면 애플의 창시자 스티브 잡스를 떠올린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디어 제공에서부터 마케팅에서 협상, 자금 동원까지 모든 부분을 주도해 제품을 완성하는 멀티 플레이어였다. 그는 애플2 개인용 컴퓨터를 시작으로 매킨토시, 레이저라이터, 픽사,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를 통해 세상을 7번이나 바꿔놓았다.

또한 멀티 플레이어는 흔하게 접하는 축구에서 많이 쓰인다. 축구경기는 선수 개개인들이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 수시로 바뀌는 상대팀의 축구 전술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

우리나라 축구의 월드컵 4강 신화를 창조하게 한 2002년 히딩크 감독도 축구 선수 개개인들에게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는 멀티 플레이어가 될 것을 강조했다. 공격형 미드필더, 윙어, 최전방 공격까지 다재다능한 연기를 발휘한 박지성 선수가 그 대표적인 예라 할 것이다.

서비스의 질도 복합화, 양방향화를 지향하는 21세기 융복합 시대에서는 여러 제품과 서비스 분야에서도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인기 상품은 하나의 기기가 다양한 기능을 흡수해 여러 기능을 담당하여 고객이 원하는 성능을 앞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도 브랜드 이미지 확보와 더불어 제품의 디자인도 뛰어나야 하며 기능도 유사 제품보다 다양하거나 탁월해야 고객의 호평을 받는다.

현대의 사회ㆍ문화 측면에서도 서로 다른 것들이 섞여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는 믹싱이 필요한 ‘퓨전’시대를 열게 하였다.

사람의 능력은 한계가 있다. 모든 것을 다 잘할 수 없는 법이다. 가장 잘하는 분야를 선택하여 집중해야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다방면에 능통한 사람이다. 구인구직 사이트를 찾아다니다 보면 ‘기획력 있는 웹디자이너 구함’, ‘기획력 있는 프로그래머 구함’, ‘웹 기획자 구함, 영업·디자인 가능자’, ‘쇼핑몰 관리자 구함, 디자인·경리 업무 가능자’ 등의 구인 문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모든 분야의 최고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고의 능력을 알아보는 눈만 있어도 반은 성공한 것이다. 세상은 +1%의 최고를 찾는다. 한 우물을 파면서도 자꾸만 눈이 다른 데로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럴 때는 우선 한 분야의 최고가 되면 멀티 플레이어의 기회가 자동적으로 주어진다.

최고의 반열에 오른 뒤 다양한 분야로 뻗어가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한 분야의 정상에 오른 사람이 쉽게 옮겨가는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를 덤으로 얻는 직업도 많다. 예를 들면 미스코리아 출신은 배우, 방송진행자, 가수 등 일종 프리미엄을 받는다.

이러한 최고 분야에 오르기 위해서는 한 분야를 깊이 파야 하고, 넓게 파야 한다. 혼자서 파다 보면 평생 동안 파도 표면조차 파기가 어려워 더불어 파야 하고, 많은 조력자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멀티 플레이어의 기능이 무엇보다 필요한 국제무대를 대상으로 펼쳐지는 외교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터에 비유할 수 있다.

세계 도처의 나라들과 다양한 국제기구를 넘나들며 활약해야 하는 ‘국가대표 멀티 플레이어’를 보자. 외교관은 가장 극렬한 상황에서도 자기 통제력이 있어야 하며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과 냉철함이 있어야 하고, 이에 못지 않게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업이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외교무대에서 국익을 수호하는 외교관을 국적을 초월하여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 실현을 위해 일하는 우아함과 세련된 미를 갖춘 국제공무원이다.

2011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연임이 확정되고 첫 한국 방문에서 행한 인천대 강연에서 청소년들에게 전한 메시지를 보자. 반 총장은 “지금 국제 사회는 수많은 도전들에 직면해 있는데, 우리는 이를 다중적위기라고 부른다. 경제, 금융위기, 식량, 에너지 위기, 기후변화 및 환경, 대규모 자연재해, 빈곤, 보건, 인권, 난민, 지역분쟁 등 수없이 많은 문제에 봉착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 총장은 “통합과 상호 의존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범세계적 도전들을 효율적으로 다루어 나가기 위해서는 지구촌 모든 행위 주체자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 자신도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작은 노력을 하고 있다. 농촌에서 농사를 짓다가 늦게 학업을 시작한 나로서는 산에 가면 나무꾼, 들에 가면 농사꾼, 시장에 가면 장사꾼, 군대에 가면 군인, 학교에 가면 학생, 강단에 서면 교수, 문학도 사이에선 시인ㆍ수필가, 사회에선 강연자ㆍ저술가로서 역할을 담당하려고 애쓰고 있다.

정년이 지난 지금은 아무리 인문ㆍ사회 분야의 걸을 걸어왔다 하더라도 젊었을 때 용접, 자동차 정비, 컴퓨터 프로그래머, 요리사 등의 한 분야의 자격증 하나라도 갖추어 놓을 걸 하는 생각이 든다. 인생 100세 시대를 맞이하여 향후 20년 동안 즐겁게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 보자.

요즘 대학졸업생들의 취업문이 매우 좁다. 처음부터 대기업이나 전문 분야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형편에 맞게 중소기업에 들어가 신입사원이라 해도 필요하다면 올라운드 플레이를 하면서 경력과 전문성을 쌓아 몸값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범세계적 다중적위기를 해결하고 지속가능개발을 이루기 위한 견고한 파트너십 구축을 생각하고 있다는 반 총장의 연임 소감이 지구촌 모두가 각자의 처한 형편에서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김의식 (경영학 박사)

충주고등학교 선배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역할모델로 정진해 경희대학교를 장학생으로 졸업했다. 이후 제일은행 지점장, 본부장을 거치는 동안 쉼 없는 노력과 열정으로 주경야독해 경영학박사 학위를 취득, 어릴 때 꿈이었던 교수의 자리에 올랐다.

은행 명예퇴직 후 인하대 겸임교수, 인천대 초빙교수를 지내는 동안 열혈교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저서로는 ‘열정은 배신하지 않는다’와 역할모델인 반기문 총장을 소재로 한 ‘세계를 가슴에 품어라’ 외 다수의 책이 있다. 현재 (사)글로벌 녹색경영연구원 교육원장·교수로 재직 중이며, 최근 들어서는 ‘반기문 글로벌리더십’ 전파에 열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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