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 강남의 모 유흥업소에 근무하는 서유미(23·가명)씨와 인터넷과 관련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놀라운 얘기를 들었다. 그녀는 “같이 동거하고 있는 친구가 있는데…지금은 거의 대인 기피증까지 앓고 있을 정도”라며 입을 열었다.

헉! 인터넷 떠도는 내 알몸사진

그 이유를 물어보니 친구인 A양의 알몸사진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씨는 “인터넷에서 개인적인 인권 침해가 이 정도까지 일어나고 있을 줄은 정말 몰랐다”며 말을 이어나갔다. 지난 8월 서씨의 친구 A양은 술집에서 우연히 미국 유학생 B군(24)을 알게 됐다. B군은 9월 개강을 앞두고 곧 미국으로 떠나야할 입장이었기 때문에 둘은 짧은 시간동안 불같은 사랑을 나누는 관계로 발전했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날 밤 B군은 A양에게 “내일이면 한국을 떠나야한다. 네가 많이 보고 싶을 것 같다. 그래서 말인데 한국에서 너와의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누드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더라는 것. A양은 B군의 느닷없는 요구를 계속 거부했으나 그의 끈질긴 설득을 이길 수 없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그를 믿고 누드사진을 찍었다는 것. 하지만 얼마 뒤 그녀는 친구로부터 충격적인 얘기를 듣게 됐다. A양의 누드사진이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 떠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이었다. A양이 확인해본 결과 그 사진은 B군이 떠나기 전날 찍은 자신의 누드사진이 확실했다.

헤어진 남자친구가 인터넷에…

서씨에 따르면 이 일로 인해 A양은 극도의 충격을 받았고 현재는 잘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둔 상태다. 간혹 자신을 빤히 쳐다보거나 자신을 보고 웃기라도 하면 ‘혹시 나를 알아보는 게 아닐까’하는 경계심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직장으로 옮겨보기도 했지만 심각한 대인기피증으로 인해 업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서씨의 얘기다. ‘경찰에 신고는 했느냐’는 질문에 서씨는 “신고하는 사람만 손해라는 주변의 말에 신고할 생각도 않았다”며 “신고해서 유포자를 잡는다고 한들 친구가 이미 받은 정신적 충격이 사라지겠는가”라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에 사는 이모(20)양은 집에서 목욕을 하고 있는 사진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터넷에 올라와 있더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문제의 사진이 퍼질까? 하는 걱정에 거의 노이로제에 걸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 역시 경찰에 신고하기를 꺼리고 있는 상태다. 신고할 경우 자신의 신원이 밝혀져 또 한번 사회적인 비난과 조롱거리로 전락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이 피해자들의 한결같은 고백이다.

경찰에 신고하면 오히려 손해?

실제로 얼마전 40대의 남성이 인터넷에서 야한 동영상을 보던 중 자신과 자신의 아내가 부부관계를 맺는 모습이 등장하는 것을 보고 경찰에 신고한 일이 있었다. 누군가 이들 부부의 모습을 아파트 베란다에서 몰래 촬영해 동영상으로 인터넷에 올렸던 것이다. 너무 놀란 그는 문제의 동영상을 사이버 경찰대에 신고했지만, 이 사건은 모든 언론에 기사화되었고 오히려 그 동영상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로 인해 더 큰 정신적인 피해를 본 사실이 있었다. 문제는 이런 동영상이나 사진들을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인터넷에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상 아무런 단속이나 제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부부관계도 베란다에서 몰카

출처를 알 수 없는 일반인들의 누드나 야한 사진들을 ‘반기고’ 있는 성인 포털 사이트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을 뿐 아니라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또 일반인들의 야한 사진들은 하드코어 술집이나 안마시술소 같은 곳을 소개하는 사이트에도 수시로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일부 성인 사이트들은 회원들이 직접 참여해서 이러한 불법 사진이나 몰래 찍은 동영상을 올리게 하고 투표에도 참여할 수 있게끔 해놓고 있다. 유명 성인 사이트 중 한 곳인 모 사이트에서는 ‘일반인 누드콘테스트’를 벌써 42회째 하고 있었다. 이 사이트의 안내문구에는 ‘직접 찍었거나 소장하고 있는 비장(?)의 누드 디카 사진이 있으면 지체없이 참가하라’고 나와 있다. 이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사진들은 누드라기보다는 사실상 음란한 ‘포르노’에 가깝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간혹 얼굴까지 공개된 사진들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이트에서는 아무런 제재가 없다. 오히려 회원들에게 인기가 있는 적나라하고 음란한 사진들을 골라내 ‘명예의 전당(?)’까지 갈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경쟁적으로 야한 사진들을 올리게끔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 속의 여성들이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자신의 누드가 인터넷에 버젓이 공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 정신적인 충격은 불보듯 뻔한 일. 특히 얼굴이 그대로 드러날 경우 그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온라인상에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있는 사진들은 분명 심각한 인권침해로 빠른 해결책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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