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골칫거리 떠안은 소액주주들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만약 갖고 있던 주식이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된다면 누구의 책임일까. 장외증권시장인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된 기업들의 수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소액주주들의 피해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된 종목은 지난 3일 기준 33개로 지난해 48개에 비해 30%가량 줄었다. 그러나 여기에 투자한 소액주주들은 억울한 마음에 회사 경영진 및 감사를 진행한 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다윗과 골리앗’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5% 공시 의무 어기고 미공개 내부정보 악용
등락폭 크고 불성실공시 일삼는 기업 피해야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된 기업에 투자한 소액주주들의 항변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 상장폐지된 네오퍼플의 경우 2대주주였던 티와이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말 자본시장법상  주식의 대량보유 및 소유주식 보고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주명부를 폐쇄하기 전 보유 주식을 대부분 매각했음에도 주요 주주의 주식 매각을 알리지 않은 것이다.

또한 티와이인베스트먼트가 무상감자 등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해 이익을 취득한 정황도 함께 포착됐다. 시기상으로 미뤄볼 때 올해 초 이사회에서 3 대 1 감자를 의결하기 전 미리 감자사실을 알고 주식을 처분했을 개연성이 높다.

네오퍼플이 유명해진 것은 일부 소액주주들이 주가조작 및 배임 의혹을 제기하면서부터다. 네오퍼플은 상장폐지 전 대출원리금 상환을 공시해 주가가 상한가를 치자 다음날 감사의견 거절 사실을 공시했다. 또 네오퍼플은 자본잠식 상태에서도 인수ㆍ합병(M&A) 시장에 나온 미국 회사를 인수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주가를 등락시킨 바 있다.

앞서 상장폐지된 포휴먼의 경우에는 소액주주들이 회사 대표와 삼일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수백억 원대의 소송을 걸어 지난달 배상판결을 받기도 했다. 당시 부실감사를 이유로 유명 회계법인이 피소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 금융투자업계와 법조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2011년 상장폐지된 포휴먼은 2008∼2009년 110억 원의 손실을 봤음에도 오히려 143억 원을 남긴 것으로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했다. 또 감사 기간 실사를 나온 회계사를 속이기 위해 일본에 허위 납품사를 꾸민 후 데려가기도 했다.

이에 삼일회계법인은 동 기간 회계감사를 벌이고도 평가 시 가장 높은 등급인 적정의견을 내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유발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삼일회계법인이 외부감사인으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함께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려 눈길을 끌었다. 삼일회계법인 측은 당시 일본에 있던 허위 납품사가 간판, 주소, 사람 등 모든 것을 위장했다며 억울해했지만 소용없었다.

3년간 212곳 상장폐지로 휴지조각돼

이미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된 기업 수와 시가총액은 상당한데 이중 제2의 네오퍼플ㆍ포휴먼이 곳곳에 숨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서 2010년 이후 상장폐지된 기업은 총 212곳이다. 이중 자진폐지ㆍ특수목적회사ㆍ피흡수합병 등을 제외한 181곳은 최종부도, 자본전액잠식, 감사의견 의견거절 등 부실로 상장폐지 당했다.

또한 이들 기업의 정리매매 직전 시가총액은 2조6519억 원이었으나 정리매매 후에는 1438억 원으로 2조5081억 원이 증발했다. 정리매매 기간 동안의 주가 하락률은 94.6%로 소위 ‘깡통’이 되기에 충분했다.

유가증권시장과 비교하면 같은 기간 동일한 조건에서 부실로 인한 상장폐지 기업은 총 38곳이었으며, 정리매매 전후 시가총액은 각각 1조3029억 원과 1331억 원이었다. 유가증권시장에 비해 코스닥시장의 상장폐지 기업이 4배가량 많았으며, 시가총액 증발액도 2배가 넘는 셈이다.

결국 기업의 정보가 부족한 소액주주들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분식회계, 부실 공시 등으로 갑자기 상장폐지가 될 경우 일방적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기준 민주당 의원은 “소액주주들의 권한 강화를 위해 집중투표제를 의무적으로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상장폐지 전 다량 매도 등의 행위가 근절되도록 조사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불성실공시를 일삼은 상장사들의 65%가 상장폐지된 것도 주목할 점이다. 불성실공시는 기업의 중요 경영사항 등 공시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허위로 공시한 경우, 공시한 내용을 취소 혹은 부인하는 경우, 공시한 내용 중 일정 규모 이상을 변경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코스닥시장에서 불성실공시를 2차례 이상 지적받은 기업 164곳 중 64.6%인 106곳이 상장폐지됐다. 유가증권시장의 경우에도 39곳 중 절반이 넘는 20곳이 상장폐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경미한 실수로 치부되는 불성실공시의 절반 이상이 상장폐지로 이어진다는 것은 공시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 자체가 기업 경영 전반에 심각한 경고등이 켜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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