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사이키 조명과 귀가 터질 듯한 사운드로 젊은층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나이트클럽. 그러나 계속되는 경기불황에 나이트클럽도 예전의 명성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 특히 평일에 부쩍 줄어든 손님으로 인해 클럽측은 상당한 타격을 입는 표정이다.이에 일부 나이트클럽은 기상천외한 이벤트를 마련, 손님모으기 대작전에 팔을 걷어붙였다. 돈 좋아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 돈뿌리기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는 모 나이트클럽의 요지경 속으로 들어가보자.“일주일에 두 번, 500만원 뿌립니다.”지난 11월 30일 10시. 서울 왕십리에서는 꽤나 유명한 한 나이트클럽. 평일인데다가 다소 이른(?) 시간이었지만 클럽 안은 벌써부터 많은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일명 ‘돈뿌리기 이벤트’의 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 때문이었다.

업소 관계자에 따르면 이 별난 이벤트는 손님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경기침체로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어요. 나이트클럽도 경기를 많이 타는 업종중의 하나죠. 주머니 사정이 어려우면 일부러 술자리도 줄이잖아요. 주대를 내렸지만 크게 달라진건 없더라구요. 나이트클럽에 오느니 적은 돈으로 즐길 수 있는 일반 술집이나 소규모 클럽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탓이죠.”그에 따르면 평일 나이트클럽을 찾는 손님들은 더욱 없다. “주말에는 그나마 자리가 차지만, 평일에는 밤 10시가 돼도 빈 테이블이 많을 정도였어요. 우리 업소뿐 아니라, 다른 업소들도 상황은 비슷해요. 그래서 고심끝에 고안해낸 방법이 바로 돈뿌리기 이벤트예요.”

돈주우러 오는 고정 손님 많아

이 업소는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일주일에 두번씩 이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새벽 12시 30분에 시작하는 돈 뿌리기 이벤트는 매주 2회에 걸쳐 총 500만원을 무대에서 직접 뿌리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클럽의 분위기는 얼핏 봐서는 여느 나이트클럽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였다. 그러나 젊은층들이 주로 찾는 강남일대의 나이트클럽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였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다소 많았고 연령층도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했다. 무엇보다 이곳의 두드러진 특징은 보통 나이트클럽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자잘한 이벤트들이 수시로 행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금 있으니 DJ의 요란한 멘트와 함께 무대에 늘씬한 무희가 뛰어나와 아슬아슬한 비키니 차림으로 섹시 댄스를 추기 시작한다. 한껏 흥에 취해 춤을 추던 무희는 갑자기 비키니를 훌훌 벗어 던지며 손님들을 향해 이상야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자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손님들은 일제히 “와~!”하는 함성을 지르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과거에 이태원 일대에서나 볼 수 있던 풍경이다. 인천에서 왔다는 임정철(30·회사원)씨는 “몇달 전에 친구들과 왔었는데 정말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다 간 기억이 있다. 술도 마시며 스트레스도 풀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수·목요일에는 돈뿌리기 이벤트가 있다고 해서 일부러 평일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잠시 후부터 시작될 이벤트에서 돈을 주울 생각에 벌써부터 들뜬 표정이었다. 기자가 앉은 바로 뒤 테이블에는 30대로 보이는 여성들이 앉아 정신없이 수다를 떨고 있다. 그녀들의 대화로 짐작해볼때 이곳에 처음 온 것이 아닌 듯했다. 저번에는 얼마를 주웠고 누구는 얼마를 주웠다는 등 온통 돈에 대한 얘기뿐이었다. “술도 마시고, 이런저런 이벤트도 즐기고…재미있어요. 부킹으로 괜찮은 사람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할 수 있고요.”이곳에서 일하는 웨이터 ‘두꺼비’는 돈을 주우려고 오는 고정손님들도 많다고 귀띔한다.

“나이트에 꼭 춤만 추려고 오는건 아니에요. 대부분은 부킹이 목적인데…돈뿌리기 이벤트를 실시한 이후 평일에 확실히 손님이 많아졌어요. 돈줍는 재미로 수요일이나 목요일만 골라 저희 클럽을 찾는 손님들도 있어요.” 비록 ‘목적’은 다르지만 부킹을 하기 위해 클럽을 밥먹듯 드나드는 ‘죽순이’, ‘죽돌이’들이 이곳에도 있다는 것이다.남성보다 여성들이 많은 이유는 여성들의 주대가 저렴하기 때문. 여성의 경우 맥주 3병에 안주 하나가 나오는 ‘기본’은 1만9,900원. 일반 술집과 비교해봐도 상당히 저렴한 가격임이 분명하다. 여성들은 보통 3~4명씩 오는 경우가 많은데, 일인당 만원씩만 주워도 공짜로 하루를 즐겁게 놀다 갈 수 있는 셈이다.

특별 이벤트로 분위기 후끈

일반 나이트클럽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이벤트는 계속 이어졌다. 귀가 터질 듯 쏟아져나오던 음악이 잠시 멈추는가 싶더니 각설이 복장을 입은 사람이 훌쩍 무대로 올라온다. 그리고 주변의 반응을 살펴가며 신명나게 노래를 부른다. 잠시 후 그가 옷을 벗자 클럽안은 온통 웃음바다가 되어버린다. 그가 각설이 복장 속에 차려입은 옷은 어설픈(?) 여성용 비키니에 미니스커트였기 때문.그는 상기된 분위기에 힘입어 여자 목소리를 내며 교태를 부린다. 그가 빈 깡통을 들이대며 “요즘 경기가 안 좋다”는 신세 한탄을 하자 한 20대 여성이 무대로 뛰어올라가 만원짜리 한 장을 사타구니 안으로 쑥 집어넣어준다.

그녀의 대담한 돌발행동에 분위기는 더욱 뜨겁게 달아오른다. 사람들은 일제히 소리를 지르고, 그녀는 한술더 떠 손에서 지린내가 난다며 몸서리를 치는 시늉을 한다. 그러자 다른 여성들도 뛰어나가 각설이의 은밀한 곳을 더듬으며 만원씩을 넣어주고 들어온다. 옆에서 지켜보던 한 남성이 5,000원을 각설이에게 주자 각설이는 이내 발끈하며 무안을 준다. 클럽은 금방 웃음바다가 된다. 이 클럽에서 진행하고 있는 이벤트는 또 있다. 술경매가 바로 그것. 업소 관계자는 “일반 사람들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술 경매 이벤트를 펼치고 있어요. 그러나 단순히 고객을 끌기 위한 얄팍한 상술에서 하는 것은 아니에요”라고 말한다. 경매로 모아진 돈은 연말에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쓰는 등 보람있고 값진 일에 쓰인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 장이라도 더…아수라장

이런저런 이벤트를 즐기는 사이 시간은 어느덧 자정을 훌쩍 넘어있었다. “잠시 후 메인 이벤트인 ‘돈 뿌리기’를 진행한다”는 멘트가 흘러나왔다. 일순간 클럽 안이 웅성거린다. 클럽에 있는 사람들은 일제히 무대위로 쏟아져 나왔다. 지배인은 오른손에 돈다발을 쥐고 흔들며 뿌릴 준비를 한다.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은 일제히 지배인의 손끝에 쑬렸고, 그의 동작 하나, 말 한 마디에 이목이 집중됐다.드디어 이벤트가 시작됐다. 디제이의 멘트가 끝나고 지배인이 돈을 뿌리자 사이키 조명 사이로 지폐들이 나비처럼 팔랑거리며 떨어진다. 사람들은 무대위로 떨어지는 돈을 잡으려고 아우성이다. 한 장이라도 더 주우려 무대를 휩쓸고 다니는 사람, 팔짝팔짝 뛰며 떨어지는 돈을 잡으려는 사람들의 모습은 사뭇 우스꽝스럽기까지 했다.

잠시 후 이벤트가 끝난 후 자리로 돌아온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돈을 들고 기뻐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한 장도 줍지 못했다며 아쉬워하는 사람도 보인다. 일부는 같이 온 일행들에게 ‘얼마를 주웠냐’며 물어보기 바빴다. 곳곳에서는 ‘횡재했다’는 탄성과 박수소리도 들렸다.서울 숭인동에서 왔다는 김명자(28·애견업)씨는 “만원짜리 한 장과 오천원 짜리 한 장을 주웠다. 소문듣고 설마해서 와봤는데 진짜 뿌리네요”라며 즐거워한다. 신당동에서 온 박준희(24·대학생)씨는 “평일인데도 전혀 썰렁하지 않아서 놀 맛이 나요. 친구생일 파티 겸 왔는데 여러 가지 이벤트도 많고 재미있네요. 돈은 줍지 못했지만요. 다음에 한번 더 와야겠어요”라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돈의 위력 정말 대단해요”

이곳의 지배인인 김해동(41)씨는 돈을 왜 뿌리냐는 기자의 질문에 “연예인들을 불러 공연을 하면 돈이 더 들어가요. 연예인 섭외하는게 한두푼 드는 일이 아니잖아요. 웬만큼 유명세있는 연예인은 부르기도 어렵구요. 하지만 그만큼의 효과는 없어요. 돈은 돈대로 들고 효과는 못보고…그래서 차라리 연예인 부르는 돈을 손님들에게 돌려주자는 취지로 이벤트를 시작했어요”라고 말한다. 상대적으로 손님이 적은 수요일, 목요일에 이 이벤트를 시작한 이후 손님이 부쩍 늘어났다는 그는 “돈 싫어하는 사람은 없더라구요. 돈의 위력이 대단하긴 한가봐요”라며 웃었다.

돈을 뿌리는 이벤트를 실시한 이후 갖가지 크고 작은 에피소드도 있었다는 것이 업소측의 설명. 김씨는 “한번은 돈다발을 던졌는데 그날따라 돈이 무대 한쪽으로만 쏠리는 일이 있었어요. 또 어떤 날은 돈이 뭉텅이로 떨어져 한 손님이 돈을 휩쓴 일도 있었죠. 그날 그 손님은 완전 대박난거죠”라며 “돈 복이 있는 손님은 이런데서도 확실히 많은 돈을 줍더라”고 말했다.이런 이벤트가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일부러 성남에서 온 박모(42·여)씨는 “만원짜리 한 장을 주웠지만 기분은 짜릿했다”며 “이런 행사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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