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뛰쳐나오는 청소년들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4년 국내에서 발생한 청소년의 가출 건수는 자그마치 1만6,894건에 달한다. 특히 청소년의 가출연령은 점점 낮아지는 추세를 보여 13세 이하 청소년의 비율이 2001년 17.7.%에서 올해 33%로 급격히 증가했다. ‘질풍노도의 시기’라 불리는 청소년기를 겪은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출을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정체성이 완전히 성립되지 않은 청소년기의 특성상 많은 청소년들은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또래무리에 쉽게 휩쓸리는 양상을 나타내는데,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성장과정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청소년들의 가출을 부추기는 모임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 청소년들의 가치관을 마구 뒤흔드는가하면, 일탈을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인터넷에서 유행하고 있는 ‘가출카페’가 대표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얼마전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가출한 십대들의 모임’ ‘가출카페’ 와 같은 카페들이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카페가 가출한 청소년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게 하는 통로역할은 물론이고, 멀쩡한 청소년들에게 가출을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많은 청소년들은 이들 카페를 통해 생활비 및 거주지 마련, 동거인 탐색 등 가출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고 있다. 일부 회원들은 아예 ‘가출 십계명’을 만들어놓고 또래 청소년들의 탈선을 조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카페에 올라와있는 정보들 중에는 청소년들로 하여금 성매매 및 대포통장 만드는 법, 목돈 버는 법 등이 제시되어 있는 등 각종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될 위험이 다분하다.

각종 노하우 소개로 탈선 조장

가출 카페의 회원수는 적게는 수백명에서 많게는 수천명에 이르는데, 이들 회원은 대부분 10대 청소년들로 구성되어 있다. 가출 카페의 회원 한모(16)군은 “카페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회원들 중에는 학교를 일찌감치 자퇴하거나 가출한 청소년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들 카페에서는 과연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다른 카페들처럼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거나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끼리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거예요. 집나오면 우선 갈데가 없잖아요? 당장 먹고 자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니까…”한군에 따르면 사전에 철저한 계획을 짜놓고 가출을 하는 이들은 드물다. 즉, 가정환경이나 개인적인 문제 및 갈등 때문에 순간적으로 집을 뛰쳐나오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홧김에 집을 무작정 나온 애들 대부분이 막막해하죠. 정작 그날 밤부터 먹고 잘 것을 걱정해야 하니까요. PC방이나 찜질방에서 대충 떼우는 것도 하루이틀이잖아요. 가지고 나온 돈도 곧 떨어지고….”한군은 청소년들이 가출생활(?)을 유지하는데 가장 먼저 부딪히는 난관이 경제적인 어려움이라고 털어놨다. 청소년들 중에는 순간적인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무작정 집을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의 경우에는 빈털터리로 ‘몸’만 나온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나오긴 했는데, 돈도 없고 어찌해야할지 모르니까 같은 처지에 있는 또래들과 접촉하게 되는 거예요. 일단 위안이 되잖아요. 같이 지낼 사람을 구해 방도 구하고…일자리도 알아보고….”

“문제아는 아니었는데…망가졌어요”

“집 나온지 넉달 됐어요. 많이 망가졌죠. 생활도 엉망이고….”지난 8월 인터넷의 한 가출 카페에 가입한 뒤 학교를 그만두고 가출한 김정철(가명·18)군의 말이다. 김군은 현재 가출카페에서 알게 된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구로동에서 월세방을 얻어 생활하고 있다. 그가 집을 나온 것은 부모님과의 갈등이 주 원인이었다.“당시에는 모든 게 싫었어요. 특히 부모님의 간섭을 견딜 수 없었어요. 집에 있으면 미칠 것 같았고…하루 이틀 외박하는 날이 늘어났어요. 당연히 부모님과 마찰이 더 심해졌죠.”결국 집을 나온 그는 가출 카페를 통해 비슷한 처지의 또래를 만났지만, 그의 생활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김군은 잠시 망설이다가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돈이 필요할 때는 ‘아리랑치기’를 주로 해서 조달했어요. 술취한 사람들 대상으로요. 아니면 ‘삥’도 뜯어요.”그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하루 이틀 외박도 많이 해봤지만, 그땐 돈 떨어지면 다시 집으로 들어가곤 했으니까 이런 어려움은 예상치 못했죠. 그런데 막상 집을 나와보니 상황이 다르더라구요. 여럿이 살다보니 생활비외에도 돈이 많이 들어가요. 또래들끼리 항상 같이 다니니까 게임방비용이나 유흥비도 만만치 않구요.” 즉, 돈을 구하기 위해 가출 카페에서 만난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저는 솔직히 모범생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큰 사고를 치는 문제아는 더더욱 아니었어요. 제가 ‘가출청소년’이 될 줄은 몰랐어요. 지금은 모든게 엉망이에요. 같이 사는 애들이 학교를 안다니니까 저도 덩달아 그만뒀고요. 무엇보다 제가 남의 돈을 갈취하고 훔치는 짓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죠.”다시 집으로 돌아가면 되지 않냐는 기자의 말에 김군은 “하루에도 수천번 그런 생각해요. 그런데…이젠 너무 늦었어요. 저는 물론이고 같이 사는 애들도 생각하는거나 행동하는게 보통 제 또래 애들과는 달라요. 다시 평범한 학생으로 돌아가기에는 사회 맛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거죠”라며 담배를 빼물었다.

“동거나 합숙은 기본이죠”

또 다른 가출카페의 회원 정은미(16)양. 가출카페를 통해 가출할 용기를 얻었다는 정양은 현재 신길동의 한 지하방에서 동갑내기 남자친구와 동거중이다. 가출카페를 통해 만난 남자친구와는 서로의 신세한탄(?)을 하던 중 뜻이 맞아 지난 5월부터 동거에 들어갔다고 한다. 생활비는 주유소에서 일하는 정양과 당구장과 PC방에서 일하는 남자친구가 반반씩 부담한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처음 한달간만 좋았어요. 내 맘대로 살 수 있다는 게…그런데 하루하루 먹고 살 걱정을 해야하니까 솔직히 감당하기가 벅차죠.”정양에 따르면 그녀의 생활은 모든 것이 불안정한 상태다. “적은 아르바이트 수입으로 생활을 꾸려나가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아요. 그나마 있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잃을까 걱정해야하고…어떤 때는 당장 방세를 낼 돈이 없어 찜질방 등을 전전해야 하구요.”

‘하루살이 인생’ 타락의 길로…

정양은 이어 부모의 통제를 벗어났다는 점 때문에 생기는 문제도 많다고 전했다.“일단 간섭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자유롭잖아요. 예전같으면 밤 9시에 들어가는 것도 조심스러웠을텐데…이젠 새벽까지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술담배에 절어살고 생활이 더 문란해져요. 이래서는 안된다는 건 아는데 제 자신을 절제하기가 어려운거죠.”그러나 정양은 자신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경우라고 말했다. 정양은 “저는 나은 편예요. 일단 착한 남자친구가 있어서 안전(?)하구요. 다달이 방세 걱정을 해야하긴 하지만 떠돌이 생활을 하지는 않잖아요”라고 말했다.그녀에 따르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청소년들의 선택은 실로 위험하고 충격적이었다. “방 한칸도 못구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애들도 얼마나 많은데요. 돈이 없으면 여러명이 집단 혼숙을 하기도 하는데, 별일이 다 일어난다고 해요. 잘 모르는 이들끼리 대충 섞여 살다보니까 성폭행이나 돌림빵도 빈번하게 일어나구요. 원치 않는 임신을 하기도 해요. 여자들끼리 살아도 문제는 있어요. 여자애들은 돈이 급하다보니 업소에 나가거나 성매매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아저씨들과 한번 잠자리를 가지면 일단 현금이 생기고 그날 숙식이 해결되니까 성매매가 생활수단으로 이용되는거죠.”정양은 자신의 생활을 하루살이에 비유했다. “하루벌어 간신히 하루사는 생활이에요. 내일 당장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살죠”라고 말하는 정양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지금 이 시간에도 거리에는 집을 뛰쳐나와 서성거리는 청소년들이 많다. 어른들의 통제로부터 벗어난 이들은 숱한 사회의 유혹에 흔들리며 아슬아슬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또 가출을 생각하는 청소년들은 지금도 인터넷에 범람하는 수많은 가출사이트 및 카페를 통해 위험한 정보를 교환하며 범죄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 청소년 음란사진 카페 성황“엽기요? 에이~이정도는 초등학생용”

인터넷상에는 가출카페 외에도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카페들이 즐비하다. 특히 나이 어린 여학생들의 야한 사진들이 공유되는 사이트도 등장했다. 하루에만 수십명씩 가입하는 이 카페에는 여학생들끼리 찍은 사진이나 남자친구가 여자친구를 찍은 사진들로 가득차 있다. 겉으로는 스타와 관련된 뉴스들을 다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다른 내용이다. 특히 ‘남녀회원 직찍사’(직접찍은 사진)’란 방에는 청소년들이 모델이 된 야한 사진들이 잔뜩 올려져 있다. 심지어 개중에는 해당 학생들의 얼굴 및 교복까지 그대로 드러나있어 신상노출이 위험수위에 달한 것들도 있다. 이 카페의 회원 L(18)군은 “이곳은 요즘 친구들 사이에 인기 짱”이라며 “가장 좋은 놀이터”라고 말한다. L군은 “요즘엔 미팅보다는 채팅을 많이 하잖아요. 이곳에 사진을 올려놓고 서로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는 것이 유행”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했다. “학생들의 야한 사진이나 엽기적인 사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 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L군의 대답이 가관이다. “에이~ 그건 이미 졸업했죠. 이 카페에 올라와 있는 사진 정도로 충격받을 애들은 없어요. 무슨 초등학생도 아니고…진짜 야한 사진을 못 보셨나보다”라는 L군의 말에 기자는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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