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잠정 연기…여파는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우리금융그룹 민영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우리투자증권을 비롯한 우리아비바생명, 우리저축은행, 우리자산운용 패키지 매각이 연말 최고의 빅딜로 떠올랐다.

하지만 예비입찰과 실사가 끝나고 본입찰 결과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조기 민영화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원칙이 충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지주와 공적자금위원회는 앞서 고수했던 패키지를 이제 와서 풀 수도, 그대로 가져갈 수도 없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조기 민영화 vs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원칙 충돌
‘1+3’ 방식 매물 속 홀로 가치 인정받아…결과는?

만약 당신이 시장에서 과일을 산다고 가정해 보자. 가게 주인은 1만 원대의 튼실한 수박이 있는데 옆에 있는 참외와 살구, 그리고 금귤을 같이 가져가야만 팔겠다고 한다. 가만히 살펴보니 수박은 마음에 드는데 참외와 살구는 별로 필요하지도 않고 유통기한도 얼마 안 남은 것 같다.

그러자 사람들이 몰려와 수박만 살 수 있는지 혹은 수박과 금귤만 사겠다며 흥정이 벌어졌다. 더러는 금귤만 사겠다는 사람도 드문드문 보였다. 가게 주인은 앞서 수박을 들여올 때 꼭 다른 과일들과 함께 팔겠다고 약속했다며 안 된다고 거절했다.

결국 한 사람은 수박과 다른 과일들을 모두 1만1000원에 사겠다고 나섰다. 다른 한 사람은 수박만 1만1500원에 사고 다른 과일들은 가져가지 않겠다며 버텼다. 그는 다른 과일들까지 떠넘기려면 1만 원에 달라고 졸랐다. 어떤 외국인도 다가와 수박과 금귤만 첫 번째 사람과 비슷한 가격에 사겠다며 줄을 섰다.

이제 가게 주인은 원래 정한대로 1만1000원에 과일을 전부 팔 것인지 아니면 수박만 1만1500원에 팔 것인지를 결정해야만 한다. 이번에 과일을 다 팔지 못하면 남은 과일은 언제 팔 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앞으로 들어갈 전기료와 팻말, 창고 비용도 만만찮음을 고려해야만 한다.

현재 우리금융지주와 공적자금위원회가 처한 상황이 바로 가게 주인과 같다. 손님으로 나선 이들은 NH농협금융지주, KB금융지주, 파인스트리트다. 가격은 모두 0을 8개 붙이면 1조 원대의 예상가로 탈바꿈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6일 우투증권 패키지 매각 본입찰에서 제시된 최종 입찰가격은 농협금융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투증권에 대한 개별 입찰 가격은 KB금융이 가장 높게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패키지가 그대로 유지되면 농협이, 해제되면 KB금융이 승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투증권 패키지는 우리투자증권과 우리아비바생명, 우리저축은행, 우리자산운용을 묶은 ‘1+3’ 방식의 매물을 가리킨다. 애초 우투증권이 패키지로 팔리게 된 데는 우리금융 민영화 3대 원칙인 조기 민영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금융산업 발전이 자리한다.

이중 조기 민영화를 위해서는 패키지 매각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그러나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위해서는 개별 매각이 해답으로 떠오른다.

패키지 매각의 경우 원칙은 지킬 수 있지만 실리를 살리지 못할 뿐 아니라 자칫 우리금융 주주들로부터 배임 문제까지 지적받을 수 있다. 반면 개별 매각의 경우 자금은 더 회수할 수 있지만 매각 대전제를 무시했다는 이유로 공정성 비난에 휘말리게 된다. 우리금융지주와 공적자금위원회가 딜레마에 직면한 이유다.

결정을 내리지 못한 우리금융은 잠시 휴정을 선언했다. 우리금융 측은 “증권계열 자회사 민영화 관련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을 위한 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충분한 논의를 위해 이사회를 연기하고 추후 개최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20일 오후 늦게 밝혔다. 원래대로라면 우선협상대상자가 발표되고 향후 일정이 논의돼야 했을 시간이다.

이로 인해 유력한 후보 중 한 곳은 당황하는 눈치다. 패키지 매각 방식을 존중하며 입찰가를 써냈던 농협금융 측은 “우리금융 증권계열의 입찰에 매각원칙과 기준을 준수하면서 최선의 가격으로 참여했다”면서 “앞으로 우리금융 이사회가 매각원칙과 기준에 입각해 현명한 판단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서둘러 내놨다.

이에 반해 패키지 매각에 반기를 든 KB금융 측은 “어디까지나 정부와 매각 주체인 우리금융의 입장을 존중한다”면서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소 느긋한 입장을 밝혔다.

또한 사모펀드라는 이유로 조명을 덜 받는 파인스트리트 측은 “가격 면에서 앞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연유로 연기됐는지 배경이 궁금하다”는 의문을 제시했다. 향후 우리금융과 공자위가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에 관계없이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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