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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친박 주류의 핵심이자 7선인 서청원 의원이 본격적으로 당권 도전 행보에 나섰다. 국회 등원 이후 당권이냐 하반기 국회의장 도전이냐 질문에 선문답을 하던 모습과 딴판이다. 서 의원은 당에서 요청하면 ‘중역을 맡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 시 참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서 의원의 이런 반응은 즉각 유력한 당권 주자들을 긴장케 만들었다. 8월 전당대회를 선호하는 친박 비주류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은 공식적인 반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박근혜 정권이 출범한 지 1년을 기점으로 당내 권력 지형에 지각변동이 시작된 셈이다. 당권을 노리는 서청원 의원과 당권.대권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김무성 두 의원의 정치적 수싸움이 시작됐다.

- 서 의원 “화성보다 무성이 낫네~” 농담
- 김 의원 ‘모나지 않게’ 정중동 대권 행보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화성이 무성보다 낫다고 하더라.”
당권 도전 포문을 연 서 의원 한 측근의 말이다. 화성 재보선에 당선된 서 의원과 김 의원의 이름을 따서 만든 비유 어법이다. 사실상 하반기 국회의장보다는 당권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서 의원의 ‘당권 도전 시사’ 발언은 다목적 포석으로 다분히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 일단 청와대와 당 친박 주류의 조기 전대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계산이다.

서 의원은 그동안 전당대회와 관련해 일절 언급을 삼가 왔다. 사실 구체적으로 당권 도전 여부를 표명한 것은 아니다. 이런 배경에는 청와대의 조기 전대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한몫하고 있었다. 청와대는 지방선거와 7·30 전당대회를 앞두고 자칫 당 분열을 야기해 선거에서 패할 수 있다는 점에서 2~3월 조기 전대보다는 선거 이후 전당대회를 선호하고 있다. 최근 홍문종 사무총장이 ‘선 지방선거 후 전당대회’ 발언에도 이 같은 청와대 기류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서청원측, ‘선선거 후전대’ “홍 총장 사견”

하지만 홍 사무총장 발언관련해서도 서 의원 측에서는 “홍 사무총장이 청와대와 사전교감 속에 말했다기보다는 조기 전대 개최와 관련해 부정적인 기류를 미리 간파하고 선수를 친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 의원에게 청와대의 부정적인 기류는 당권 도전에 커다란 걸림돌일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의 지원 없이는 사실상 당권 장악이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에 대해서도 서 의원 측근은 “서 의원은 지방 선거에 패배가 두려워 당권 도전을 미루고 하는 작은 정치를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에서 집권 여당의 승리를 자신하고 있기 때문에 전대 시기는 별로 중요하지 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18대 총선에서 친박연대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서 의원의 선거전략이 주효했다고 회고했다. 이 인사는 “정치광고 기획사가 선거 전략과 구호를 작성했을 때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는 구호를 만든 사람이 서 의원”이라며 “선거 운동과 전략에 대해선 누구 못지않은 승부사”라고 전했다.

이와 맞물려 조기 전대를 부추긴 인물이 바로 이재오 의원이다. 이 의원은 18일 최고중진회의에서 “지난 1년을 평가해서 잘못된 것은 고치고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물러날 사람은 물러나야 한다”며 황우여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교체론을 요구했다. 외형상 서 의원의 조기 당권 도전을 간접적으로 지원한 셈이다.

그러나 이 의원과 서 의원은 구민주계 출신에 중앙대 동문이지만 18대 총선에서 구원이 남아 있는 사이다. 두 의원은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이른바 ‘공천 학살’ 당시 피해자(서 의원)와 가해자로 악연을 맺었다. 공천에서 탈락한 서 의원은 탈당한 뒤 ‘친박연대’를 결성해 실세였던 이 의원이 이끌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 대항했고 이재오, 이방호, 정종복 등 친이계 의원들을 낙선시킴으로써 소기의 목적을 거두기도 했다. 사실상 이명박 정부 내내 두 의원은 소원한 관계였다.

하지만 두 인사가 소원했던 관계를 풀기 시작한 것은 지난 9월 초 정의화 의원 모친상이 계기가 됐다는 후문이다. 공교롭게도 서 의원과 이 의원은 부산에서 열린 정 의원 모친 장례식장을 가는데 같은 비행기를 타고 내려갔고 다시 서울행 비행기에도 같이 타고 왔다.

이를 지켜본 서 의원 한 측근은 “당시 이 의원이 서로 안부를 물으면서 뼈 있는 대화를 나눈 것은 사실이다”며 “이 의원이 ‘형님 잘 지내시냐’고 물었고 서 의원 역시 안부를 물었는데 이 의원이 ‘할 일 없이 백수로 지낸다’고 답하자 서 의원이 ‘왜 국회의원이 백수냐’라고 반문했다”고 전했다.

김무성, 당권·대권 두 마리 토끼 잡기

당시 서 의원은 10월 재·보선 출마 선언을 하기 전으로 서로의 처지를 우회적으로 밝힌 셈이다. 이후 돌아오는 비행기편에서 이 의원은 ‘형님 잘해보겠다’고 말했고 서 의원 역시 ‘잘해보자’고 화답해 결국 두 사람의 회동도 이뤄지고 12월 초 열린 중대 동문회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서 의원의 또 다른 측근은 “서 의원으로부터 구체적으로 당권 도전 관련 말씀은 없었다”면서 “국회의장설은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 나오는 말이고 실제로는 당 대표에 출마하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인사는 “서 의원이 서울과 경기에 국회의원을 지내 인연이 있고 고향이 충청도라서 전국에서 사람이 매일 찾아오고 있다”며 “방문자 중 어떤 인사는 김무성 의원의 ‘무성’과 서 의원의 지역구인 ‘화성’을 빗대 ‘화성이 무성보다 낫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라고 당권 출마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서 의원의 유력한 당권 도전자인 김 의원은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1월 15일에는 모친상을 당했지만 아무한테도 얘기를 하지 않아 동료 국회의원들조차 장례식장에 못 갔다. 모친상이 알려진 것도 일주일이나 지난 11월 21일 같은 당 윤상현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김 의원이 검은 넥타이를 매고 참석하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김 의원은 49재(1월 2일)까지는 계속 검은 넥타이를 매고 조용하게 지내겠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당내 유력한 대권·당권 주자로서 김 의원의 일거수일투족은 정치권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12월 18일 김 의원의 공부 모임인 ‘근현대사모임’의 종강 모임이 그렇다. 이 모임은 현역 109명에 원외 당협위원장 23명이 참여하고 있는 최대 연구모임으로 평균 참석자가 50명이 넘을 정도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연구모임은 종료됐지만 김 의원 주도의 포럼과 토크콘서트를 통해 명맥은 유지되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강용석 변호사 사회로 충남 아산의 순천향대에서 ‘청년들이여! 세상에 겁먹지 말아라!’라는 주제로 토크 콘서트를 개최했다. 또한 김 의원은 보건·복지 문제를 주로 다루는 ‘국회 퓨처라이프포럼’이라는 국회의원 연구모임에 참석하는 등 정책 중심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책 중심의 행보뿐만 아니라 ‘인맥 관리’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12월 19일 박 대통령 당선 1주년에는 당사에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소자보를 붙여 대선 공신임에도 박 정권하에서 ‘홀대’를 받고 있는 인사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1년 전 오늘을 생각하면 아직도 그 헌신과 열정에 눈물이 날 뿐”이라며 “우리 모두 잊지 말고 가슴속에 평생 간직하자”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잘돼야 국민이 행복하고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면서 “박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다시 한번 힘을 모으고 함께 뛰자”고 당부했다.

김 의원실의 한 측근은 “사실 애초 소자보 내용에 소외된 대선 캠프 인사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박 정권에 대한 섭섭함을 좀 더 세게 표현하려고 했다”면서 “하지만 ‘조용하게 지낸다’는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문구를 수정했다”고 뒷얘기를 전했다. 이 인사는 “김 의원은 49재 기간뿐만 아니라 당분간은 조용하게 지낼 예정”이라며 “하지만 전당대회가 개최되면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 의원 측이 말하는 전당대회는 내년 8월 전당대회를 의미한다. 서 의원이 기대하는 2~3월 조기 전당대회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김 의원이 서 의원의 당권 도전 시사 발언에 일절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자선 바자회에 나온 박 대통령의 질그릇을 적극 낙찰 받은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일단 ‘모나지 않게’, ‘튀지 않게’ 행보를 하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구애는 계속하고 있다.

徐측 “대권 나가시는 게”-MS측 “국회의장직이...”

이런 행보를 두고 여권 한 고위 당직자는 “김 의원의 경우 당권뿐만 아니라 대권 주자로서 행보를 보여 신중하면서도 조심스럽게 행동할 수밖에 없다. 당권에 도전해 당 대표가 될 경우 지방선거뿐만 아니라 총선 공천까지 좌지우지할 정도로 막강 파워를 가지게 된다”며 “이는 곧 박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을 초래할 수 있어 서 대표와 맞짱 뜨는 모습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한편 김 의원 측에서는 이 의원의 ‘지도부 교체론’ 주장에 대해서 이 의원의 속내에 대해 긴가민가하면서도 호재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일단 이 의원과 서 의원의 구원이 몇 번의 만남으로 말끔하게 해소될 정도로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이다.

오히려 김 의원 측에서는 친이계 좌장이자 박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이 의원의 ‘지도부 교체론’이 오히려 조기 전당대회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해석했다. 한마디로 ‘친박 주류 적전분열용 발언으로 이를 잘 아는 청와대와 집권 주류세력이 이재오 전략에 말려들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당권 도전을 시사한 서 의원과 당권·대권을 동시에 노리는 김 의원 사이에 이 의원이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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