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화가뿐만 아니라 장안의 화제는 단연 변호인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인권 변호사로 변하게 만든 부림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작품이다. 일주일만에 누적 관객수 340만명을 넘어섰고 앞으로 보겠다고 하는 사람들까지 치면 천만 관객 입장도 시간문제일 듯하다.

본의 아니게 서울에 살면서도 변호인을 대구에서 조조로 아는 후배와 함께 보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새누리당의 텃밭인 지역이다. 하지만 예매율은 매우 높았고 덕분에(?) 장애인석을 예약해 봐야 했다. 후배는 대구와 인접해 있는 경산에서 볼 때 영화가 끝나자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며 두 번을 보는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보수 진영에서는 변호인에 대해 다소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을 미화시키고 친노 진영을 결집시키는 선동적인 영화라느니 친노 세력들의 관객 동원 때문이라고 관객수를 폄훼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보수 진영의 본산인 대구 시민들은 크게 동의하지 않는 모습이다. 그저 영화는 영화로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였다. 정치권이 아무리 정치적 이해관계로 몰아붙여도 영호남, 보수/진보, 남녀, 세대를 떠나 감동적이다’, ‘재밌다는 환호와 갈채가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변호인에 국민들이 열광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한때 대한민국 대통령이었고 이제 저 세상으로 떠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로 치부하기에는 현재 정치상황이 친노 세력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지난 대선에서 노 전 대통령의 대리인으로 변호사 문재인 후보가 나섰지만 분루를 삼켜야 했다. 참여정부 시절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 전 장관은 정치를 떠났고 이해찬, 한명숙 친노 핵심 인사들은 정중동행보를 보이고 있다. 386 운동권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애정도 사그라든 지 오래다.

그럼 현재의 정치적 상황이 열광하게 만드는 것일까. 현 정권이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권으로 종북 몰이에 열중하는 공포 분위기에 대한 반발 심리와 겹쳐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종북 좌파로 낙인찍는 분위기에 국민들의 보이지 않는 반발 심리로 보기에 최근 통합진보당 정당 지지율을 보면 2%도 안나오고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 80년대 군부 정권 당시 젊은 시절을 보냈던 80년대 학번들의 추억과 맞물려 흥행을 선도하고 있다는 시각 역시 억지가 뭍어난다.

오히려 필자는 변호인이라는 영화에 국민들이 열광하는 진짜 이유는 80년대 군부 정권에 빌붙어 힘 없는 약자를 업신여기고 죄 없는 자를 죄인으로 몰아가는 행태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고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영화속 자신들의 정권 유지를 위한 군부정권과 권력에 빌붙어 이득을 취하려는 기업인, 검사, 경찰에 맞서 철퇴를 가하는 변호인이 현실에 없다는 자괴감이 영화를 흥행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20년 전 변호인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고 권력은 국민들로부터 나온다고 외쳤다. 지금도 정치인들이 선거철마다 앵무새처럼 외치고 있지만 대한민국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게 사실이다 . ‘민영화라는 명분속에 기업인들의 배를 불리고 권력에 빌붙어 있는 자들은 각종 게이트에 연루돼도 평생 먹을거리를 챙기고 유유히 세상밖으로 빠져 나온다.

국정원과 검찰, 경찰은 여전히 국민보다는 정권에 아부하고 가진 자들은 여전히 없는 자들을 업수히 여기고 활개를 치고 있다. 영화속에는 있고 현실에 없는 단 하나는 변호인뿐이다. 국민들이 변호인에 열광하는 진짜 이유인 셈이다. 진짜 변호인이 없어 변호인에 열광하는 이 시대 서글픈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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