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분식’ 의혹…강만수 전 산은 회장 겨냥?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KBㆍ우리ㆍ하나ㆍ신한금융 등 금융권의 옛 수장들이 하나둘 금융당국의 과녁에 위치한 가운데 강만수 산은금융 전 회장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이미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은 ISS 보고서 유출 건으로 징계를 받았고, 국민은행 도쿄지점 비자금 사태에 몸을 사리는 중이다. 남은 4대 천왕인 강 전 회장과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은 누구에게 먼저 화살이 날아올지를 두고 몸서리치는 현황을 들여다 봤다.

KBㆍ우리ㆍ하나ㆍ산은…외롭지 않은 구 4대 천왕
징계는 누가 먼저…신한도 계좌 불법조회로 일렬종대

강 전 회장을 과녁에 둔 발단은 대우건설의 분식회계 혐의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초 대우건설 전직 직원은 금융감독원에 내부 보고용 문건을 제보했다. 이 문건은 지난해 대우건설의 국내외 40여 사업장 손실 1조 원가량이 회계에 반영돼 있지 않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에 금감원은 대우건설과 대주주인 산업은행에 대한 정밀감리에 들어갔다.

정밀감리는 해당 기업과 회계법인에 추가 자료를 요청해 진행하는 감리로 특별감리라고도 한다. 보통은 공시자료만으로 살펴보는 심사감리를 거친 후 진행되지만 이를 건너뛰고 곧바로 정밀감리로 넘어간 것은 그만큼 제보에 확실한 증거력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금감원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제보는 실제 회계처리한 자료를 통째로 첨부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대우건설 지분 50.7%를 보유해 실질적인 경영권을 쥐고 있으며 대우건설에 대한 강 전 회장의 애착도 대단했다. 강 전 회장은 재임 기간 대우건설 지원에 힘을 쏟았을 뿐 아니라 지난해 카타르 국립은행장을 만나 자신을 소개하면서 ‘대우건설 오너’라는 단어까지 쓴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에서는 산은을 직접 겨냥한다기보다는 어디까지나 대우건설과 관련된 부분을 들여다 본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대우건설의 재무제표는 산은 및 산은지주의 재무제표와 사실상 연결돼 있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산은지주는 비상장법인이므로 상법상 회계감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감리가 아닌 검사를 받게 된다.

하지만 시기가 얄궂다. KB·우리·하나금융이 모두 검사에 돌입한 가운데 산은도 그 대열에 합류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올 만하다. 일각에서는 산은금융이 추가돼 비로소 전직 4대 천왕을 정조준하는 그림이 완성됐다며 새 정부의 옛 금융권 수장 죽이기임을 주장한다.

앞서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과 관련된 전방위 압박은 대단했다. KB금융은 국민은행 도쿄지점의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집중검사를 받고 있으며,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은 각각 파이시티 관련 신탁상품 불완전판매 여부와 미술품 매입 및 퇴직 후 보수 문제로 검사 중이다.

이들은 모두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돈독한 연줄을 가진 수장들이 재임했던 금융사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중 어 전 회장은 이미 ISS에 내부 보고서를 유출한 건으로 주의적 경고 상당의 징계를 받았으며 도쿄지점 비자금과 관련해 추가적인 문책을 받을 개연성을 띠고 있다.

또 신한금융의 경우에는 정ㆍ관계 인사들의 계좌 불법조회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데 이어 일반인 계좌 불법조회 의혹까지 번지고 있다. 이는 민주당 전ㆍ현직 의원들을 포함한 정·관계 인사 1000여 명과 일반인 다수를 신한사태와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계좌를 불법조회한 혐의다.

관계자들은 계좌 불법조회 시기상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의 책임이 불거질 것으로 보고 있으나 지난해에도 불법조회한 내용이 확인될 경우 한동우 현 신한금융 회장도 연루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라 전 회장은 신한사태 재판 과정에서 MB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에게 3억 원을 건넨 혐의가 밝혀졌다. 또 신한은행은 재일교포 주주들의 계좌를 불법조회한 사실과 고객정보를 부당조회한 건이 적발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제 혐의가 입증된 사안들이더라도 새 정부의 전 정권 실세 죽이기가 겹쳤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면서 “그동안 방관하던 금융당국의 손보기가 절정에 달하면서 온 금융권이 숨죽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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