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파견 공무원 ‘토사구팽’ 된 사연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새누리당 출신 이명박 정부에서 같은 당 후보인 박근혜 대통령으로 정권이 연장됐지만 설움을 받는 공무원들이 있다. 바로 지방직 출신인 서울시 파견 공무원들이다. 공무원 신분이지만 대선 당시 유력한 후보에게 줄을 대 청와대나 정부 부처에 파견 나가 고속 승진을 한 대선 공신 그룹이다. 하지만 2011년 10월 재·보선으로 민주당 소속 박원순 후보가 당선되면서 박근혜 정권과 서울시 양쪽으로부터 홀대를 받고 있다. 청와대에서는 ‘남의 자식’이라는 구박 속에 ‘궂은 일’을 독차지해야만 하고 돌아갈 데도 마땅치 않은 처지로 전락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채동욱 개인 정보 유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조오영 전 청와대 행정관과 조이제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이다. 그 배경을 알아봤다.

- 채동욱 개인정보 유출 조오영-조이제 대표적

▲ <뉴시스>
채동욱 개인정보 유출 혐의에 등장하는 인물은 총 3명이다. 조오영 전 청와대 행정관(54세·3급), 조이제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 신학수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다. 채동욱 개인정보 유출 의혹이란 검찰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물러나게 한 혼외아들인 채모군의 가족관계 등록부 내용을 확인해 달라는 불법적인 정보 조회에 청와대 직원과 서초구청 직원 그리고 지시를 명한 보이지 않는 윗선에 대한 조사 사건이다.
이 중 서울시 출신 공무원으로 조오영 전 행정관과 조이제 국장이 눈에 띈다. 조 전 행정관은 경북 안동 출신으로 이명박 정권 당시 잘나가던 TK 출신이다.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시절 사무관으로 청계천 복원추진본부 조경팀장과 환경사업팀장 등을 지냈고 이명박 정부 초기 청와대로 들어가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백준 총무비서관 아래에서 시설팀장을 맡았다. 청와대에서 4대강 사업 담당 부서에 잠시 일하기도 했으며 MB 정권 말기인 2012년 4월 부이사관으로 승진할 정도로 최측근이다. 박 정부 들어서도 총무비서관실 소속으로 청와대에 남았다가 이번 정보 유출 혐의로 직위 해제된 상황이다.

서울시 복귀 단 한명뿐

‘MB맨’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최측근인 조 국장 역시 서울시 6급 주사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안전행정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안행부로 자리를 옮겼고 다시 국정원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 국정원으로 파견 가 5년 만에 10년 정도 소요되는 서기관직으로 승진했다. 공무원들 사이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는 배경이다.

하지만 이번 채동욱 개인정부 유출 혐의로 두 인사 모두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렸다.
사실 서울시 출신 공무원이 청와대 파견을 나가는 것은 실력도 중요하지만 집권 세력과의 끈끈한 인연과 대선 공로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부처, 검찰, 국정원, 경찰, 국세청 등 중앙직 공무원들의 파견 신분과는 달리 사직서를 내고 가야 한다는 차이가 있다. 중앙직 공무원은 ‘소속 직위 변경’으로 청와대나 감사원, 국정원 등에 파견돼 정권 중도나 말기에 원직 복귀가 가능하다.

반면 서울시, 경기도 등 지방직 공무원들은 청와대나 정부부처에 파견을 나가도 원복을 하려면 든든한 줄이 있든지 현직 광역단체장과의 친분이 있어야 한다. 대체로 이명박 정권에서 지방직 공무원들의 청와대 파견 인사들은 고위 공무원(국장급 이상) 출신으로 최소 20~30명 된다. 서울시 출신인 조 전 행정관과 조 국장의 경우에는 이명박 정권에서 승승장구한 이상 정권이 끝나면 서울시 복귀가 자연스럽다. 하지만 돌아갈 곳이 많은 중앙직 파견 공무원과는 달리 복직이 쉽지 않다. 당장 박원순 서울 시장뿐만 아니라 서울시 공무원 역시 이들의 복귀를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이명박 후임으로 당선된 새누리당 오세훈 시장이 있었다면 상황은 달랐다. 하지만 오 시장이 2011년 8월 자진 사퇴하고 그해 10월 재·보선에서 박 시장이 서울시를 장악하면서 정치적 상황이 바뀌었다. 서울시 공무원 특히 국장급 이상 고위직 공무원은 ‘박원순 사람들’로 채워진 상황이다. 이명박 사람들에 대한 ‘흔적 지우기’가 끝난 지도 오래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박 시장 취임 이후 청와대 파견 인사 중 복귀한 인사는 단 한 명밖에 없다고 전했다.

서울시 공무원들도 마땅치 않게 생각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와대에 파견 나간 인사 다수는 짧은 기간에 승진하고 복귀하는데 고위직 자리는 없고 승진할 사람이 많은데 누가 좋아하겠느냐”며 “중앙직 공무원과는 달리 사직서를 쓰고 간 인사 다수는 반백수(대기발령)로 지내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말했다.

조 전 행정관과 조 국장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조 전 행정관의 경우에는 MB 정권 사람으로 박 정권 인사들과 친분이 가까울 리 없다. 서울시 복귀도 박 시장이 부정적이라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박 정권 사람들이 조 전 행정관을 챙겨줄 리도 만무한 상황이다. 결국 조 전 행정관은 박 정권하에서 ‘채동욱 찍어내기’에 희생양으로 날아갔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박원순 사람들’ 채워져

정치권 일각에서는 조 전 행정관은 ‘심부름꾼’일 뿐 윗선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 전 행정관은 이력을 볼 때 사정과는 거리가 먼 인사다. 청와대 직책 역시 총무시설팀 총괄행정관이다. 그래서 조 전 행정관의 상관인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주목받고 있다.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의 한명이며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은 조 전 행정관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할 공산이 높다는 게 사정기관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한마디로 조 전 행정관은 박 정권에서 ‘토사구팽’된 케이스로 꼽히고 있다. 조 국장 역시 비슷한 운명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조 국장은 안행부, 국정원을 거쳐 이명박 정권에서 서초구청으로 발령난 케이스다. 박 시장 입장에서 이명박 정권에서 복무한 인사들을 서울시에 다시 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서울시 관계자들 역시 “박 시장 사람들 챙기기도 바쁜데…”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조 국장은 이명박 정권의 후광으로 서울시 산하 그것도 새누리당이 구청장인 서초구청에 국장으로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역시 채동욱 개인정보 유출로 결국 조 전 행정관과 운명을 같이하게 될 공산이 높게 됐다.

정치권 출신 청와대 파견 공무원의 운명도 마찬가지다. 국회 사무처나 정당에서 근무하다 대선 공로로 청와대에서 잠시 근무하지만 정권이 끝나면 돌아갈 곳 없는 백수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정권이 살아있을 때에는 국회나 공기업으로 갈 수 있지만 그것도 한시적이다.

국회의원의 경우 선출직 특성상 5년마다 선거를 치러야 하고 승리해야 한다. 공기업 근무 역시 정권이 바뀌면 관둬야 한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KT 이석채 전 회장과 곧 관둘 예정인 포스코 정준양 회장이다. 단순히 회장직만 관두는 게 아니라 청와대에서 낙하산으로 내려온 인사들도 같은 운명이다. 과거 권력에 빌붙어 청와대나 정부부처 요직에 근무할 경우 평생 먹거리가 해결됐던 시대는 서서히 끝나가고 있는 셈이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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