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에서 칩거 中” DNA검사 물 건너가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지난 9월에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식 논란이 전국을 들썩거리게 만들었다. 현직 검찰총장의 혼외아들이 있다는 소식은 개인의 도덕성에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개인 사생활을 파헤친 모 매체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으며 법무부와 청와대의 작품이라는 의혹도 일었다. 처음 사건이 터진 뒤로 3개월이 지난 지금 청와대 행정관이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관련 정보를 불법 열람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사건은 제2라운드를 맞았다.

靑 행정관, 정보 불법 열람 포착… ‘2라운드 시작’
혼외아들·외압설 여부 ‘맞다 vs 아니다’ 주장 엇갈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을 모 매체가 보도하자 채 총장은 총장직을 사임한 채 해당 언론사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진행했고 시민단체 등은 언론사와 청와대 민정수석을 검찰에 고발했다. 채 전 총장은 결백을 주장하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친자 검사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12월.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로 의혹을 받고 있는 채모(11)군의 정보를 불법으로 열람한 청와대 행정관이 경찰에 적발되면서 ‘청와대 외압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검찰총장의 막장드라마?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부산에서 재직 당시 만난 내연녀와 10년간 연분을 이어가고 있으며 두 사람 사이에 11세 아들이 있다는 의혹은 언론 보도가 되자마자 큰 파장이 일었다. 채 전 총장과 얼굴이 닮았고, 돌림자를 쓰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채모 군이 학교 학적부에다 아버지 이름을 ‘채동욱’으로 썼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혼외아들 논란은 의혹에서 사실로 변해가는 듯했다.

채 전 총장의 내연녀로 알려진 임모씨가 “채 총장의 아들이 아니다”라고 말했으나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이에 채 총장은 총장직을 사임하고 해당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에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내며 “유전자 검사를 받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달 뒤 법무부는 “의혹이 사실이라고 의심하기에 충분한 여러 참고인의 진술을 확보했다. 또 부적절한 처신이 있었다고 인정할 만할 정황 자료도 확보 됐다”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또 채 전 총장이 정정보도 소송을 취하했으며,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지도 않자 의혹의 눈길이 식을 줄 몰랐다.

처음 의혹이 퍼질 당시 여의도와 서초동에는 채 전 총장과 임씨가 대학교 때 만난 첫사랑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러브스토리가 퍼지기도 했다. 채 전 총장이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올 때 임씨 역시 올라와 인연을 이어갔다는 것이다. 반대로 채 전 총장이 13년 전 정관수술을 받았다는 소문도 돌았다. 따라서 11세 된 아들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불과하다. 채군이 채 전 총장의 친자식인지, 채 전 총장이 가정을 두고 외도를 했는지의 사실 여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시 고개 드는 ‘외압설’

지난 12월 초 검찰이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군의 개인정보가 불법으로 열람·유출됐으며 그 과정에 청와대 행정관이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다. 조모 행정관이 지난 6월 11일 조이제 서초구청 행정국장에게 채군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본적을 알려주며 해당 정보를 확인해 달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에 민주당은 “청와대 시설·예산 관리를 맡고 있는 조 행정관이 어떤 경위로 채군의 신상정보를 알게 됐는지, 또 왜 신상정보를 확인하려고 했는지, 누구의 지시를 받았는지, 그 배후와 진상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처음 혼외자식 논란이 일었던 지난 9월에도 ‘청와대 외압설’ 의혹이 스멀스멀 일었다. 국정원 댓글 수사 과정에서 채 전 총장이 박 대통령에게 ‘찍혔고’ 그 결과 청와대에서 이번 (혼외자식 의혹) 사건을 밝혔다는 의혹이었다. 하지만 마땅한 정황이 없어 소문만 무성하다 사라졌다. 그러나 조 행정관이 채군의 정보를 불법으로 열람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드디어 ‘증거’를 잡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 청와대 개입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정보를 열람한 시기가 의혹이 드러난 9월보다 앞선 6월이라는 점에서 의혹은 점점 더 진해졌다.

그러나 청와대는 조 행정관과의 선긋기에 나섰다. 채군의 정보를 불법 열람한 것은 조 행정관의 개인적인 일탈이었으며 ‘윗선’의 개입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 4일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브리핑에서 “조씨가 채군의 가족관계 등 정보를 조 국장으로부터 전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며 “조씨는 평소 친하게 지내는 안전행정부 공무원 김모씨로부터 요청을 받고 채군의 주소지가 서초구 쪽이어서 마침 알고 지내는 서초구청 공무원인 조 국장에게 부탁한 것으로, 청와대 인사로부터 부탁을 받은 사실은 전혀 없다”고 발표했다. 조 행정관은 이날 직위해제됐으며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그러나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조 행정관의 직속상관이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점에서 청와대의 ‘무관함’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조 행정관에게 채군의 인적사항 확인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진 안전행정부 소속 공무원 김씨가 “주말 행사 때문에 통화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긴 했어도 채군의 인정사항은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밝힘에 따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한편 검찰은 조 행정관에게 인정사항 조회를 의뢰했다는 ‘제3의 인물’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의혹 밝혀라’ 의견 이어져

‘혼외자식 논란’의 제2라운드 막이 오르면서 채 전 총장의 근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채 전 총장은 정정보도 소송을 취하한 후 모습을 전혀 드러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채 전 총장은 혼외자식 논란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은 변함없지만 가족들을 위해 대응을 자제하고 칩거 중이다.

유전자 검사, 정정보도 소송 등을 마다하고 칩거하자 채 전 총장에 대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사실여부와 일련의 사태에 대한 청와대 외압설의 진실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 문제는 새해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며, 진실게임의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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