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국내 최대 금융그룹이었던 우리금융이 5위로 주저앉고 그 자리에 있던 NH농협금융은 2위로 급부상한다. 우리금융 민영화로 계열사가 분리 후 매각되고 지주가 은행과 합병되면서 일어날 판도 변화다. 농협금융은 우리금융에 속했던 우리투자증권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인수 시 4대 금융 자리에 처음으로 서게 됐다. 이로써 자산 300조 원 클럽에 들어 있는 4대 금융은 구 우리ㆍ하나ㆍ신한ㆍKB금융에서 신 하나ㆍ농협ㆍKBㆍ신한으로 2008년 이후 5년 만에 지각변동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룹 해체로 5위…지주 사라지고 은행도 곧 매각
우투 업은 NH농협 2위, 어부지리 하나금융 1위

우리금융그룹 민영화가 가속화되면서 금융권 내 그룹 순위가 뒤바뀌고 있다. 우리금융은 각 계열사를 매각하고 지주를 은행에 합병하면서 자산 1위의 타이틀을 버리게 됐다.

우리금융 14개 계열사 중 우투증권, 경남ㆍ광주은행, 우리파이낸셜, 우리아비바생명보험,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F&I, 우리자산운용 등 8곳은 이미 팔렸거나 팔릴 예정이다. 우투증권 패키지 중 우투증권ㆍ아비바생명ㆍ저축은행은 농협금융으로, 남은 우리자산운용은 키움증권으로 우선협상대상자가 정해졌다. 앞서 우리파이낸셜은 KB금융, 우리F&I는 대신증권으로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 바 있다.

경남ㆍ광주은행도 30일에는 우선협상대상자가 나올 예정이다. 경남은행의 경우 BS금융이 유력하며 광주은행은 JB금융이 선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기업은행과 신한금융도 각 은행의 인수 가능성을 내비쳤으나 본입찰에 들어가자 가격 차가 벌어져 후순위로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경은사랑 컨소시엄은 대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산업자본이라는 문제가 제기된 데 이어 가격면에서도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제외하면 남는 계열사는 우리은행과 우리FIS, 우리프라이빗에퀴티(PE), 우리카드, 우리종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등이다. 계열사 수가 14개사에서 6개사로 줄어들 뿐만 아니라 총자산은 428조6000억 원에서 263조3000억 원, 임직원은 2만7800여 명에서 1만8700여 명 수준으로 크게 축소된다. 순위를 가늠하는 기준인 계열사 수, 자산 규모, 임직원 수에서 모두 떨어지는 셈이다.

이미 지주사인 우리금융지주는 임직원이 180명에서 90명으로 반토막 나 은행에 합병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지주는 국내 최초 금융지주로 2001년 출범했으나 13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시기상 내년 초 계열사 매각이 완료되면 우리지주와 은행도 합쳐져 시장에 매물로 등장할 예정이다. 한때 국내 최대의 금융그룹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임직원들 사이에서 서글픈 처지라는 자조가 나올 만하다.

반면 4대 금융에 한 번도 들지 못했던 농협금융은 우투증권 인수 시 총자산과 임직원 수는 2위, 계열사 수는 4위로 순위권에 당당히 진입하게 된다. 농협금융의 총자산은 지난 9월 말 기준 255조4000억 원에서 우투 패키지 매각이 완료되는 내년 초에는 336조8000억 원으로 크게 불어난다.

현재 농협금융이 보유하고 있는 NH농협증권도 증권업계 1위인 우투증권이 한몸으로 합쳐지면 중소형으로 분류되다가 순식간에 최상위로 떠오른다. 자산 6조3000억 원은 6배에 가까운 35조5000억 원으로 늘어나고 국내 최초로 자기자본 4조 원이 넘는 대형 증권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물론 리스크도 있다. 우리금융지주와 공적자금위원회는 우투 패키지 매각에서 농협금융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데 이어 KB금융을 차순위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또 차순위협상대상자 선정도 모자라 매각조건 개선이라는 단서까지 달았다. 여기에는 농협금융이 가격개선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KB금융에 바통을 넘기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그 경우 농협금융은 4대 금융 진입이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또 다른 매물을 찾아 나서야만 한다. 내년에도 KDB대우증권, 동양증권, 현대증권과 같은 굵직한 매물들이 나올 예정이지만 인수 여부는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일단 농협금융 측은 우투증권 실사를 진행하며 우리금융과 구체적인 매각조건을 협의해 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이 KB금융과 달리 패키지 매각 원칙을 고스란히 준수하며 본입찰에 가격을 써낸 것은 그만큼 우투증권에 대한 열망이 컸기 때문”이라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농협중앙회와의 갈등으로 신동규 전 회장이 자진사퇴하는 등 침체됐던 농협금융지주가 4대 금융 진입으로 다시금 살아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편 하나금융의 경우 가만히 앉아서 총자산 1위를 차지하는 어부지리를 누렸다. 앞서 하나금융은 지난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자산 규모 면에서 4대 금융 대열에 합류한 바 있다. 하나금융의 총자산은 지난 9월 말 기준 367조7000억 원으로 내년에도 별다른 증가 없이 2위에 머무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올해 총자산 1위이던 우리금융이 5위로 내려앉으면서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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