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범죄지도 분석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지난 7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세계 여러 나라의 범죄율이 급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뉴욕의 도난차량은 1990년대 14만7000대에서 지난해 1만 대로 격감했다. 또 미국에서 피살된 청소년이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통계도 나왔다. 영국은 1990년대 한해에 500건씩 발생하던 은행무장강도가 지난해 69건으로 급감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에서 유럽연합 등의 통계를 비교해 세계 주요 7개국 범죄를 분석한 결과 1995년을 100건으로 봤을 때 2010년 차량 절도 45건, 살인 68건, 강도 79건으로 모두 줄었다. 이코노미스트는 범죄 급감의 이유를 인구 고령화와 방범 기술의 향상이라고 전했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일요서울]은 올 초 발간된 한국개발연구원의 ‘치안·복지·경제성장 보고서’, 동아일보 ‘2012년 경찰서별 3대 강력범죄 발생 현황 분석자료’, 서울대 김경민 교수·행정대학원 이혜인 연구원의 ‘서울 범죄지도’를 통해 우리나라의 지역별 범죄 발생 현황을 분석해 봤다. 

강력범죄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 대구 중구
국내 체류 외국인 2배 증가, 범죄는 4배 증가

한국개발연구원이 3월에 발표한 ‘치안·복지·경제성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 30여 년간 살인, 강도, 강간, 방화 등의 흉악범죄가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 국가들과 범죄 발생 정도를 비교해 봐도 평균수준 이상이다. 
이 보고서는 대검찰청 ‘범죄분석’의 형사범죄 통계를 유엔개발계획 등 해외 기구들의 범죄통계와 비교분석했다. 교통법 위반 통계는 제외됐다. 유엔개발계획이 집계한 OECD 국가들의 범죄통계를 살펴보면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우리나라의 살인범죄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2.2명이다. OECD 국가 평균 수준인 2.16명보다 높다.
주거침입절도의 경우 한국은 2004년부터 2005년 사이 4.3건을 기록해 OECD 평균 1.8건의 2배 이상이다. 성폭력범죄는 1.02건으로 OECD 국가 평균인 0.6건보다 약 2배 많다. 문제는 범죄 발생 추세다. OECD 주요선진국들은 2000년 이후 범죄 발생 비율이 감세 추세지만 우리나라는 오히려 증가 추세다.

3대 강력범죄
3년 새 10% 증가

한국개발연구원이 미국 FBI, 영국·프랑스 내무부, 독일 연방형사청, 일본 범죄백서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는 더 심각하다. 이들 국가는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범죄 발생건수가 40%까지 감소했지만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20% 이상 증가했다.
동아일보의 ‘2012년 경찰서별 3대 강력범죄 발생 현황 분석자료’도 한국개발연구원의 보고서와 일치한다. 동아일보는 전국의 경찰서 250개 관할과 행정구역에 따라 지역을 229개로 분류해 인구 10만 명당 발생 건수를 분석했다.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살인, 강도, 성폭행·강제추행 등 3대 강력범죄는 2008년 1만940건에서 2012년 2만3042건으로 10%인 2102건이 증가했다. 인구 10만 명당 강력범죄 발생 건수가 가장 많은 곳은 대구 중구로 190.6건이다. 대구 중구는 하루 유동인구가 100만 명에 이른다. 동성로는 백화점, 극장, 음식점이 밀집해 있으며 삼덕동 주변은 클럽이 많아 외국인들도 즐겨 찾는 지역이다. 대구 중구 다음으로는 서울 중구 154.4건, 광주 동구 122.3건, 서울 종로구 117.6건, 부산 중구 101.7건 순이다. 모두 대도시의 구도심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2012년 인구 10만 명당 강력범죄 발생건수 -경기

살인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은 경북 청송군이 8.3건으로 가장 높다. 다음은 전남 고흥군이 7.9건이다. 인구가 10만 명 이상인 지역 가운데는 충남 당진시가 5.8건, 부산 영도구 5.7건, 충남 서산시·태안군이 5.2명, 충남 공주시가 4.9건 순이다.
충남 당진이 순위에 든 것은 서해안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대규모 산업단지가 신규로 조성되면서 인구가 유입됐기 때문이다.
강도는 부산이 10만 명당 8.7건으로 가장 많다. 구도심인 부산 중구가 18.7건, 동구가 18.1건, 대구 중구 17.8건, 경기 동두천시 16.3건, 부산 사상구 15.1건 순이다. 범죄전문가들은 부산이 항구도시로 오고가는 사람이 많은데다 특히 현금을 보유한 사람이 많아 강도 사건이 많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성폭행·강제추행은 지역별 상위 10위 안에 서울이 5군데가 포함됐다. 대도시일수록, 관광도시일수록 성범죄가 많이 발생한다. 한편 올 상반기(1∼6월) 성폭행, 강제추행 범죄 신고는 6032건으로 지난해 상반기 5667건보다 365건 증가했다.

서울대학교 김경민 교수와 행정대학원 이혜인 연구원은 서울지역의 범죄지도를 발표했다. 2005년에서 2011년까지 7년간 발생한 살인, 강간·추행, 절도, 강도, 폭력 등의 5대 범죄 자료 79만2260건을 바탕으로 범죄의 공간적 분포 특성을 핫스팟지수를 통해 분석했다. ‘핫스팟지수’는 김 교수팀이 지역 내 1㎢당 5대 범죄의 발생 빈도를 분석한 것으로 지역 안전도를 나타낸다.

부촌이 안전하다는
인식은 편견

서울에서는 강남이 절도와 강도 같은 계산된 범죄와 성범죄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행과 살인의 경우 서울의 북동부 지역인 중랑, 광진, 동대문, 성동과 서부지역 구로, 금천, 양천, 영등포구 지역이 많이 발생했다. 강간·추행 범죄의 경우 서울 전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강도는 강남권을 중심으로 북동부 지역인 중랑, 동대문, 광진, 성동이 핫스팟이 높은 지역으로 확인됐다. 또한 절도 역시 강남권과 북부지역·서부지역에서 가장 많이 나타났다.
서울에서 가장 안전한 지역으로는 핫스팟지수가 가장 낮은 노원구가 1위, 도봉·은평·강서구가 2위를 차지했으며 이에 비해 범죄가 가장 자주 일어나는 곳은 광진·구로·금천구로 조사됐다. 부촌으로 알려진 강남구는 안전도에서 13위에 머물렀다.

2012년 인구 10만 명당 강력범죄 발생건수 -서울

범죄율은 느는데
검거율은 떨어져

각종 범죄는 늘어나는데 반해 검거율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해 절도 범죄 10건 중 6건을 해결하지 못했다.
지난 11월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절도 범죄 발생은 2009년 25만6418건, 2010년 26만9410건, 2011년 28만1359건, 지난해 29만55건이다. 3년 사이 13.1% 증가했다.
하지만 절도 범죄 검거는 2009년 17만여 건에서 지난해 10만여 건으로 3년 사이 40.3% 감소했다. 절도범죄 검거율은 2009년 69.2%였던 것이 2012년에는 36.6%로 급감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대전과 제주의 검거율이 저조했다. 16개 시·도 경찰청의 2012년 절도범죄 검거율을 보면 대전 경찰이 29.1%로 가장 낮았고, 제주 경찰도 29.7%를 기록했다.

절도범죄 검거율이 가장 높았던 지역은 50.8%를 기록한 인천이다. 인천은 50%를 넘은 유일한 지역이다. 검거율이 가장 저조한 경찰서는 경북 영양서로 18.9%에 불과했다. 충남 당진서 20.5%, 서울 마포서 21.8%, 서울 송파서 22.4%가 뒤를 이었다. 이들 경찰서는 절도범 10명 중 8명을 놓친 꼴이다.
절도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은 부산시 부산진 경찰서 관할지역으로 4271건이었다. 대전 둔산경찰서 관할지역이 4244건으로 뒤를 이었고, 경기 부천 원미경찰서 관할지역 4179건, 서울 송파경찰서 관할지역 4025건, 광주 북부경찰서 관할지역 3598건 순이다.

2012년 발생한 절도범죄 29만 건을 분석해 본 결과, 절도범죄는 토요일 0시부터 오전 4시 사이 심야시간대 노상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범행동기는 우발적인 경우가 많았다.
사이버 범죄 검거율도 감소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2010년 이후 디도스, 해킹, 사이버 도박 등 사이버범죄가 연간 10만 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사이버범죄는 정보통신망 자체를 공격 대상으로 하는 불법행위다. 해킹, 바이러스 유포, 메일폭탄, 디도스 공격 등 전자기적 침해장비를 이용한 사이버테러형 범죄, 사이버 도박, 사이버 스토킹, 성폭력, 사이버명예훼손과 협박, 전자 상거래 사기, 개인정보유출 등이 사이버 범죄로 불린다.

2010년 이후 사이버범죄 2010년 12만2902건, 2011년 11만6961건, 2012년 10만8223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사이버 범죄자들에 대한 검거율은 오히려 줄어들거나 정체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이버테러형범죄의 검거율은 2010년 81.3%, 2011년 76.9%, 2012년 66.3%로 점차 줄어들었다.

한편 국내 체류 외국인이 증가하면서 관련 범죄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10월 민주당 박남춘 의원이 발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국내 체류 외국인이 67만 명에서 144만 명으로 2배 증가했다. 관련 범죄도 2003년 6144건에서 2012년 2만4379건으로 4배 정도 증가했다.
외국인 범죄를 유형별로는 폭력이 8408건으로 가장 많았고 지능범죄 3187건, 절도 1682건, 강간 등 성범죄 355건, 마약류 233건, 강도 188건, 살인 87건 순이었다.
이 수치는 10년 전인 2003년과 비교하면 살인은 2.7배, 강도 1.3배, 강간 등 성범죄 7.2배, 절도 2.6배, 폭력 4배, 지능범죄 3.8배, 마약류 범죄 1.9배 등으로 각각 증가했다.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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