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주인 찾는 경남ㆍ광주은행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새주인 자리에 각각 BS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가 안착할 수 있을지를 두고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경남ㆍ광주은행 매각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BSㆍJB금융은 각 은행 인수 시 지역은행 순위를 뒤바꾸며 부상할 예정이다. 이들은 지역환원 논리를 누른 최고가 입찰로 승리에 바짝 다가섰지만 아직 반대여론도 만만찮다. 특히 각 은행 분리매각 시 발생하는 법인세 감면 여부가 지역 내 반발과 맞물려 변수가 될 전망이다.


가격이 갑…최고가 vs 지역환원 대결에서 승리한 자본주의?
총파업ㆍ금고지정 해지ㆍ조특법 개정 저지…반발 거세

2013년의 마지막 날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결정이 지역은행의 판도를 뒤바꿨다. 공자위는 경남ㆍ광주은행 매각 본입찰에 참여한 인수 후보자들 중 BSㆍJB금융의 손을 들어줬다. 각 은행 인수를 위해 BS금융은 1조2000억 원을, JB금융은 5000억 원가량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인수 후보자들의 경우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가격차가 2000억~3000억 원까지 벌어졌다는 후문이다.

승기 잡은 BS
vs 밀려난 DGB

경남ㆍ광주은행 매각은 우리금융 민영화라는 큰 틀 속에서 지역은행을 먼저 분리매각한다는 로드맵에 따라 첫 번째로 진행됐다. 이를 두고 부산의 BS금융, 대구의 DGB금융, 전북의 JB금융 등 타 지역 대형은행들은 경남ㆍ광주은행 인수에 사활을 건 움직임을 보였다. 여기에 IBK기업은행과 신한금융도 가세해 인수전의 판을 키웠다.

이에 맞서 해당 지역에서도 지역환원 논리를 내세워 대대적인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경남은행 인수를 위해 만들어진 경은사랑컨소시엄이 바로 그 예다. 이 컨소시엄은 구성원 중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참여한 것을 두고 산업자본 논란이 일기도 했다. 광주에서도 광주ㆍ전남상공인연합과 광주은행우리사주조합 등이 광주은행 인수 의지를 다졌으나 정작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본입찰에는 불참하는 결과를 빚었다.

결국 경남은행은 BS금융, 기업은행, 경은사랑컨소시엄이 인수후보로 좁혀졌고, 광주은행은 JB금융, 신한금융 중 인수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양쪽 모두 입찰로 눈길을 끈 BS금융은 경남ㆍ광주은행 두 곳 다 입찰했으나 경남은행에 더 큰 비중을 뒀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JB금융 역시 광주지역 연합들이 모두 불참한 가운데 신한금융과의 가격차를 벌리며 광주은행을 차지했다.

반면 DGB금융의 경우 막판에 단독입찰 대신 경은사랑컨소시엄에 합류하는 길을 택했으나 BS금융의 승리로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BS금융의 강력한 라이벌이던 DGB금융은 경은사랑컨소시엄의 재무적투자자로 간접참여하며 향후 지분인수를 노렸다. 하지만 BS금융이 경남은행 인수 시 규모면에서 시중 외국계 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SC)나 한국씨티은행보다도 커지므로 이제는 DGB금융이 경쟁자로 불릴 수도 없게 됐다.

실제로 BS금융의 총자산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46조3200억 원이며 경남은행은 32조2200억 원으로 이를 합하면 78조5400억 원이 된다. 같은 달 기준 SC은행은 61조3800억 원, 씨티은행은 54조4400억 원이다. DGB금융은 37조4700억 원으로 BS금융과 비교조차 되지 않는 수준이다. 게다가 향후 JB금융이 광주은행을 인수하게 되면 34조1100억 원으로 DGB금융을 맹추격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시당한 지역정서
계좌폐쇄 운동까지

하지만 아직 내부와 지역반발이라는 험난한 관문이 남아있다. 경남은행 노조는 2일 현재 신용카드, 펀드, 방카슈랑스 등 일부 상품판매를 중단하며 BS금융의 경남은행 인수를 막아 나섰다. 앞서 경남은행 노조는 경남은행이 지역환원 논리를 앞세운 경은사랑컨소시엄에 인수되지 않는다면 총파업도 불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홍준표 경남도지사도 BS금융의 경남은행 인수를 반대하며 경남도와 경남은행 간 금고계약을 해지하고 새 금고를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경남은행이 운영하는 경남도 금고는 연간 1조1000억~1조2000억 원 규모로 18개 시군과 교육기관의 금고까지 포함하면 2조5000억~3조 원가량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경남지역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저지함으로써 매각에 따른 과중한 세금이 부과되도록 할 움직임을 보였다. 경남도내 새누리당 의원 15명은 경남이 살려낸 경남은행을 다시 지역에 환원해야 한다며 경남도 금고지정 해지는 물론 경남도민 계좌폐쇄 운동까지 전개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중 조특법 개정이 혼선을 빚으면 경남ㆍ광주은행 매각은 커다란 타격을 입게 된다. 원래대로라면 경남ㆍ광주은행 분리매각 시 원 주인인 우리금융지주가 부담해야 할 법인세는 무려 6500여억 원에 달한다. 우리금융지주에서 지방은행을 분할하고 상장하는 과정에서 법인세와 증권거래세 등 세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즉 조특법이 개정되어야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고 우리금융 민영화도 순조롭게 진행되는데 해당지역 국회의원들이 대대적으로 이를 막는다는 의미다.

이미 해당 지역 의원들의 반발로 조특법은 지난해 연내 처리가 무산돼 다음 달 임시국회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정부는 조특법 처리가 또다시 연기될 것을 우려해 우리금융지주의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받을 배당금 축소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도는 덜하지만 광주은행 노조도 JB금융의 광주은행 인수를 반대하며 투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애초 광주은행의 예상 매각가는 8000억 원가량이었으나 절반에 가까운 5000여억 원이 최고가였던 것도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광주ㆍ전남상공인연합이나 광주은행우리사주조합이 광주은행 본입찰에 참여하지 못한 탓에 명분은 훨씬 뒤처지는 입장이기도 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민영화 3대 원칙 중 하나인 국내 금융산업 발전을 들어 지역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논리는 또 다른 원칙인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에 밀릴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경남ㆍ광주은행 매각은 가격으로 판가름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고 지역민심을 수습하는 것이 남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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