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 유흥공간 ‘텍가라오케’

연예인이 즐겨 찾는 유흥주점은 어디일까. 이 부분 역시 개인 성향에 따라 폭넓은 스펙트럼을 갖게 되지만 그 가운데 가장 선명한 빛을 발현하는 곳이 바로 텍가라오케다. 연예인이 자주 찾는 수준을 뛰어넘어, 가장 주된 고객층이 연예인을 비롯한 연예계 관계자들이라고 할 정도다. 텍가라오케는 테크노(techno)의 앞부분인 텍(tech)에 일본식 표현인 가라오케(karaoke)를 합친 신생어다. 테크노 음악을 즐기는 이들, 다시 말해 일반 가라오케를 이용하는 손님층보다는 더 젊고 감각적인 이들을 주된 고객으로 한다는 의미의 이름이기도 하다. 텍가라오케는 과연 어떤 곳이며, 얼마나 많은 연예인이 그곳을 찾을까. 과연 그곳에선 지금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유흥업계 종사자들은 텍가라오케를 ‘개개인이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업소 한 군데에서 다양한 형태의 유흥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복합 유흥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우선 춤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나이트클럽처럼 춤을 즐길 수 있다. 춤을 출 수 있는 플로어가 구비돼 있고 흥을 돋우는 디제이가 파워풀한 클럽 음악으로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 실제 분위기는 나이트클럽보다 테크노바에 더 가깝다.

또 노래 부르며 술 마시는 것을 즐기는 이들은 룸에서 이를 즐기면 된다. 이는 가라오케의 특징을 차용해온 것이다. 그만큼 규모도 크다. 200평 정도의 업소는 작은 편에 속하고 300평 이상의 대규모 업소도 여럿이다. 당연히 룸도 10개 이상이 보통이다.


손님들 앞에서 춤추는 남성

대부분의 텍가라오케는 별도로 ‘나가요 걸’을 고용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손님이 요구하면 보도방을 통해 나가요 걸을 데려오는 형태를 취하고 있어 룸살롱 분위기를 낼 수도 있다.

여성들끼리 오는 경우엔 호스트바 분위기도 가능하다. 그렇다고 일부 퇴폐 호스트바의 경우처럼 난잡한 분위기가 형성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는 남자 손님들이 나가요 걸을 부르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호스트바 분위기는 남성 룸 디제이(Room DJ)들이 맡는다. 룸 디제이는 텍가라오케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이다.

나가요 걸이 들어오는 만큼 2차도 가능하다. 그 비용은 25만원 가량인데 텍가라오케를 찾는 손님이 2차를 나가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고 한다. 손님 대부분이 젊은 층으로 ‘즐겁게 놀다 간다’는 생각으로 찾는 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이렇게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만큼 가격은 조금 비싼 편이다. 평균적으로 기본이 45만원 정도다. 여기서 기본이란 양주 한 병에 음료수, 기본 안주, 룸 차지 비용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여기에 다양한 형태의 추가 비용이 붙는데 룸 디제이와 나가요 걸을 부르면 이들의 봉사료가 추가된다.


한번 술상에 수 백 만원

또 술을 기본으로 시킨 양주 한 병으로 끝내는 이들도 흔치 않다. 양주와 맥주 등이 추가되다 보면 순식간에 100만원을 넘기게 된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레미 마틴이나 루이 13세 등 한 병에 수백만원씩 하는 최고급 양주를 주문하는 손님도 상당수라고 한다. 그렇다면 한번에 수백만원의 술값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된다.

텍가라오케가 복합 유흥 공간이라면 그 중심에 있는 룸 디제이는 만능 엔터테이너다. 다양한 개인기를 바탕으로 술자리에 흥을 더하는 이들이 바로 룸 디제이인 셈. 노래와 춤은 기본이다. 어지간한 가수보다 뛰어난 가창력과 댄스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

이를 바탕으로 각종 개인기가 더해진다.

텍가라오케 룸 디제이는 다양한 개인기를 갖추고 있다. 각종 개그는 기본 옵션이다. ‘개그콘서트’ ‘웃음을 찾는 사람들’ ‘개그야’ 등의 인기 개그 프로그램에서 개그맨들이 선보이는 유행어나 개인기 등을 똑같이, 아니 그들보다 더 출중하게 따라해 손님들의 흥을 돋워주는 것. 이들의 주된 역할은 룸의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사회를 보며 술자리를 주도한다. 생일파티나 송별회 등 다양한 술자리 성격에 맞는 맞춤형 분위기 조성은 기본이고 손님의 반응에 따라 순간적인 대처 능력까지 갖춘 이들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춤과 노래, 각종 개그에 성대모사 등의 개인기까지 총동원된다. 때에 따라선 신체 노출이 심한 의상을 이용한 퇴폐적인 쇼까지 선보이기도 한다.


연예계 비즈니스 미팅 장소로 애용

텍가라오케의 특성은 폐쇄성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는 연예인과 방송 관계자들이 텍가라오케를 많이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연예인들이 자주 출입하는 이유는 유명세로 인해 늘 타인의 시선을 신경 써야 하는 입장에서 텍가라오케가 가장 편하게 술자리를 가질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물론 룸살롱도 있지만 룸살롱은 약간 질펀한 분위기가 연상되는 데 반해 텍가라오케는 그런 부담감을 덜 수 있다.

이런 까닭에 연예인들이 모여 술자리를 갖는 자리로 선택되는 경우가 많고 각종 드라마나 영화 출연진의 회식 내지는 연예기획사 소속 연예인들의 회식 자리로도 텍가라오케가 자주 활용되고 있다.

이곳은 방송국 고위 관계자와 연예기획사 관계자, 혹은 연예인과의 만남이 이뤄지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자리에선 업무 관련 이야기가 오가기도 하는데 특히 캐스팅 문제와 관련해 진지한 상의가 이뤄지기도 한다.

방송국이 막강한 캐스팅 권한을 휘두를 당시에는 룸살롱 등에서 방송국 고위 관계자를 접대하는 일도 종종 있었지만 스타의 파워가 막강해진 요즘엔 텍가라오케 같은 곳에서 편한 술자리를 가지며 캐스팅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주고받는다는 것. 일종의 비즈니스 미팅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연예인을 비롯해 방송 관계자들이 자주 찾으면 자연스레 연예인이 되고픈 열망을 가진 지망생들도 꼬이게 마련이다. 텍가라오케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텍가라오케의 꽃, 룸 디제이들 가운데 끼를 주체하지 못하는 이들이 상당수라고. 연예계 데뷔를 꿈꾸는 룸 디제이들 입장에선 텍가라오케가 자신들의 끼를 마음껏 발산하면서 돈도 벌고, 손님으로 온 연예 관계자들의 눈에 들어 연예인으로 데뷔할 수 있는 기회까지 잡을 수 있는 공간이다. 실제 이런 통로를 통해 연예계로 데뷔한 이들도 있다.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해 높은 인기를 누리다 이내 잊혀진 가수 A양이 대표적이다. 손님으로 온 음반기획사 관계자들에게 발탁돼 가수로 데뷔할 수 있었던 A양은 룸 디제이로 활동할 당시 워낙 출중한 끼를 발산해 남성 손님들은 물론이고 여성 손님들에게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또 요즘 영화계에서 개성 있는 연기로 각광받고 있는 남자 영화배우 B씨도 잘나가던 텍가라오케 룸 디제이 출신이다. B씨의 경우 텍가라오케에서 연예 관계자인 손님들에게 픽업돼 연예계로 진출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최고의 룸 디제이 출신 연예인으로 유명한 까닭은 그가 요즘에도 종종 텍가라오케를 찾곤 하기 때문.


연예인과의 하룻밤

텍가라오케를 자주 찾는 연예인 중 가장 대표적인 단골은 B씨보다 열 살 가량 연상인 영화배우 C씨다. 두 사람은 열 살 가까운 나이 차이가 있지만 매우 절친하게 지내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둘 다 상당한 내공의 끼를 갖고 있는 이들이라 함께 텍가라오케를 찾는 날이면 한바탕 난리법석을 떨어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얼마 전부터는 영화에서 C씨와 상대배역으로 호흡을 맞춘 여배우 D양도 동행하기 시작했는데 다소곳한 이미지와 달리 D양 역시 뒤지지 않는 끼를 발산하며 놀다 간다고 한다.

텍가라오케는 연예인들에게 휴식을 제공하는 공간, 다시 말해 그들의 막힌 사회가 갖고 있는 자그만 구멍이다. 그리고 이 구멍을 통해 이성과의 만남이 이뤄지기도 한다는 것. 그 매개 역할을 해주는 이들이 이른바 바지사장이다.

방식은 나이트클럽과 유사한 부킹이다. 일행들과 함께 온 남성 연예인의 룸에 여성 손님들끼리 온 이들을 부킹해주는 것. 그렇다고 나이트클럽처럼 무작정 부킹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편한 술자리를 원해 텍가라오케를 찾은 연예인들에겐 이런 부킹도 불편함이 될 수 있기 때문.

결국 형식은 부킹지만 바지사장의 세심한 배려가 담긴 진지한 만남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텍가라오케를 찾은 남성 연예인이 업소에서 마음에 드는 여성 손님을 골라 은밀히 바지사장에게 부킹을 요구한다거나, 여성 손님이 먼저 특정 남성 연예인과의 부킹을 부탁할 경우 이뤄지는 것이다.

종종 이런 만남이 실제 이성교제로 연결되기도 하는데 대부분 남성 연예인이 먼저 여성 손님을 지목해 부킹이 이뤄지는 경우가 성공률이 훨씬 높다는 게 텍가라오케 웨이터들의 전언이다.



#텍가라오케와 연예인의 상관관계

대부분 텍가라오케는 속칭 ‘워킹 손님’(유흥가 일대를 거닐다 간판을 보고 들어오는 손님)은 받지 않는다. 그 대신 소개를 받고 찾아오는 손님을 위주로 일종의 멤버십 회원제를 통해 손님을 받고 있다. 결국 텍가라오케는 회원으로 분류될 수 있는 일부 부유층의 유흥업소로 구분할 수 있다. 이에 단골손님을 확보해 그들을 통해 새로운 손님을 지속적으로 소개받는 게 업소의 흥행을 좌우한다. 따라서 확실한 단골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는 영업사장, 업계에서는 보통 바지사장이라 불리는 이들을 영입하는 게 필수요소다.

대부분의 유흥업소와 마찬가지로 텍가라오케는 실질적인 사장이 여러 명의 바지사장을 고용해 업소를 운영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대개 텍가라오케 임원진은 회장, 지분사장, 관리사장, 영업사장 등으로 구분된다. 여기서 회장이란 실질적인 업소의 업주를 의미한다.

이들은 최소 5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지만 업소 관리나 영업 등에 직접 관여하는 일은 흔치 않다. 지분사장은 말 그대로 업소에 일정 지분을 투자한 이들을 얘기하는데 이들 역시 업소 관리나 영업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대부분 회장과 지분사장은 개인적으로 친분이 두터운 이들로 알려져 있다. 관리사장은 실질적으로 업소를 관리하며 매출 현황 전반을 책임지는 이들을 의미한다. 업소에서 일하는 직원들 입장에서는 관리사장을 사장으로 알게 마련이다.

또 영업사장, 다시 말해 바지사장이 있는데 그들은 영업을 책임지는 이들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꼭 이런 구분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일정 지분을 투자해 지분사장의 위치에 있으면서 관리사장이나 바지사장을 겸하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각각의 바지사장들이 영업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그 금액의 절반 정도를 분배받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바지사장의 경우 대개 하루 300만원에서 500만원 가량의 매상을 올리는데 잘나가는 이들은 하루 10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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