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인간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것이 바로 의식주다. 사람의 삶에 필수적으로 소비되는 재화는 의류, 식료품, 주택부터 자동차, 호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최근에는 IT, 헬스케어, 금융 등 내수 소비성장에 수혜를 받는 업종들도 광의적인 개념의 소비재로 분류되는 추세다. 아직은 유로존 금융위기나 신흥국 금융불안이 꺼지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외의 소비심리가 되살아나는 현황을 짚어봤다.

내수는 홈쇼핑ㆍ대형마트에 베팅…의류ㆍ음식료도 주목
해외는 중산층이 열쇠…신흥국-선진국 기반 따라 달라

언제쯤 내수가 살아날지 손꼽아 기다리던 투자자라면 지금이 적기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가 소비경기 개선의 해로 내수소비재 비중을 늘릴 시기라며 내수소비재 투자를 확대할 것을 조언했다.

그중에서도 단기적으로는 전반적인 소비환경 개선 속에 수요가 집중되는 기업 또는 산업에 집중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유통에서는 홈쇼핑과 대형마트, 음식료는 가공식품, 패션과 화장품은 해외 모멘텀을 보유한 종목에 집중하는 식이다.

여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수부양 정책과 원화강세, 소비경기 개선 사이클 등 모든 요인이 우호적”이라며 소비심리도 지난 2년 내 가장 높은 수준으로 가계소득 증가에 따른 소비경기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또 삼성증권은 국내 소비경기가 지난해 상반기부터 반등해 올해는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이어 올해 5대 유망업종 중 하나로 대표적인 소비주인 유통ㆍ패션 업종을 꼽았다.

백찬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가격이 반등하고 있는 반면 물가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어 올해 소비경기가 크게 개선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면서 “특히 지난해의 기저효과로 유통과 패션업종의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통업종 선호주로는 공통적으로 이마트가 지목됐다. 이마트는 지난 2년간의 규제환경 속에서도 상품구성 개편으로 매출총이익률이 높아졌고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영업이익증가가 예상되는 종목이다. 올해 온라인 채널을 통한 유통 매출이 처음으로 대형마트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마트는 일찍부터 이마트몰을 통해 온라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 중이다.

현대홈쇼핑의 경우 MD 개편에 따른 실적개선이 나타나고 있으며 올해 모바일쇼핑 고성장에 따른 기업가치가 재평가될 것으로 여겨진다. 롯데하이마트 역시 롯데쇼핑과의 시너지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음식료에서는 농심과 롯데칠성이 최선호주로 꼽혔다. 소재식품보다 가공식품의 수익성 개선 모멘텀이 더 클 것으로 보이는 데다 가격인상도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의류와 화장품 업종은 국내사업의 저점통과가 지났으며 곧 중국사업에서의 이익창출이 예상되는 곳들로 베이직하우스와 한국콜마가 물망에 올랐다. LG패션도 지난해 강력한 재고조정으로 올해 이익성장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함께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 소비재 기업 주목

해외에서는 중산층의 팽창에 따라 돈이 움직이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들어 신흥국 중산층이 전 세계 소비시장에 지각변동을 가져오고 있으며 이는 과거와 질적ㆍ양적으로 다른 양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흥국 중산층은 중국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며 전 세계 투자자들의 마음을 흔드는 상태다. 그중에서도 신흥국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소비재 기업에 눈길이 쏠리는 흐름이다.

현재 선진국 내 고용 인원은 높은 인건비와 규제 등을 이유로 소수의 전문직에만 국한되고 있다. 이에 반해 중국ㆍ인도 등 신흥국들은 전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며 일자리 창출 및 소득 증가로 자국 내 중산층을 두텁게 만들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 기업의 진출이 선진국의 중산층은 줄이고 신흥국의 중산층은 늘리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윤치선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구위원은 “글로벌 대기업들은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면 전 세계 어느 국가라도 진출하는데 이러한 사업행태는 글로벌 양극화를 촉진시킨다”면서 “이는 선진국의 중산층을 줄어들게 만드는 반면 신흥국에서는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가, 더 나아가서는 중산층의 증가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향후 20여 년간 전 세계 중산층이 늘어나 그 수가 30억명에 달하는데, 이중 90%는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 발생하고 그중에서도 중국과 인도가 70% 이상을 차지할 예정이다. 현재 중국과 인도의 전체 인구가 각각 13억명, 12억명임을 고려할 때 이는 상당히 놀라운 수치다.

특히 중국의 경우 자국 내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2010년 소비시장 규모는 약 2조 달러(약 2100조 원)였으나 내년인 2015년까지는 3조8000억 달러(약 3990조 원)로 늘어날 예정이다. 이는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팽창한 것으로 중산층 증가에 따른 소비가 불어남을 증명했다.

중국 통계청 발표를 보더라도 중국 가계의 가처분 소득은 200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간 매년 10% 이상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그중 최상위층, 상위층, 중상층의 소득은 각각 14.5%, 12.7%, 12.0%씩 늘어나 중간층 이하의 소득보다 더욱 빠른 속도를 자랑했다. 또 이 세 계층은 중간 이하의 다른 계층보다 왕성한 소비력으로 중국의 소비 순위를 급격히 끌어올렸다.

이미 중국은 인구의 2%가 세계 명품의 3분의 1을 싹쓸이하는 등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명품대국으로 부상해 자국 내 소비력을 부각시킨 바 있다. 오는 2020년 즈음에는 중국이 미국 대신 세계 최대의 자동차 소비국으로 등극해 다시 한 번 무서운 소비력을 드러낼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소비시장이 확대되고 중산층도 함께 팽창하는 상황에서 신흥국에 진출한 글로벌 소비재 기업이 투자대상으로 꼽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들 기업은 강력한 브랜드와 글로벌 전략으로 무장해 신흥국 중산층들의 지갑을 열고 있다. 신흥국 성장에 따른 이익은 물론 직접투자에 비해 위험분산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기존의 글로벌 소비재 기업이 언제까지나 승승장구할지는 미지수다. 지금까지는 글로벌 소비재 기업이라 하면 대부분 선진국을 기반으로 한 곳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아시아를 기반으로 한 중국의 텅쉰(Tencent)과 같은 곳들이 급부상하는 형국이다.

윤 연구위원은 “텅쉰과 같은 아시아 소비재 기업들에 대해 긴 안목으로 장기 투자를 한다면 만족스러운 투자결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면서 “다만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해당 기업들에 대한 직접 투자가 다소 어려우므로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아시아 소비재 기업 투자 펀드들에 대한 간접투자를 고려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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